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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나다는 지금 축제 중! Corpus Christi!

Granada days/Encanto

by priim 2013. 5. 31.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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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나다의 메인 축제! Corpus Christi!


얼마 전 끝난 Cruz de Mayo 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그라나다에서는 또 하나의 축제가 시작되었다!

그라나다에서 열리는 축제 중 가장 큰 행사라는 Corpus Christi!

이 축제의 기원은 어느 마을에 Tarasca 라는 용이 사람들을 괴롭히는데, 성녀가 내려와서 그 용을 제압하고 퇴치한 것에서 비롯되었다나 뭐라나.

여튼 이 축제의 기원은 그리 중요한 것 같지가 않다. ^^

그저 그라나다 사람들에 의한 그라나다 사람들을 위한! 그라나다의 Feria!!!! 라는 데 큰 의미가 있는 것일 뿐!


Feria 는 그라나다 말고도 세비야, 코르도바 등 여러 도시에서 열린다.

페리아는 축제 기간 동안, 어느 공원 같은 곳에 바이킹 같은 놀이기구도 여러개 설치해 놓고, 여러 Bar 들이 각각의 컨셉을 잡아서 Caseta 라는 천막을 설치해 놓은 다음 페리아 입구에 설치된 환하고 커다란 문 모양의 등을 밝히는 것을 시작으로 1주일 정도 신나게 노는 곳을 말한다!

다른 도시의 페리아도 유명하지만, 그라나다가 다른 도시의 페리아와 다른 점이 있다면, 다른 도시의 페리아에 설치된 Caseta 는 사적인 모임들 위주로 설치되기 때문에 현지인이 아니면 마음껏 즐기는데 한계가 있지만, 그라나다의 Caseta 들은 모두에게 개방되어 여행자들도 현지인들과 더불어 신나게 즐길 수 있다는 것!

바로 이 그라나다의 페리아가 열리는 Corpus Christi 축제는 부활절, 즉 Semana Santa 의 월요일을 기준으로 60일 이후가 되는 목요일이 축제일이 되고, 이 날은 모든 상점들과 학교들이 문을 닫고 쉬는, 휴일이 된다! 그리고 그 한주는 그라나다의 거리 곳곳, 구석구석 그리고 그라나다 시내 중심가에서는 좀 떨어진 페리아 까지 밤새 사람들이 가득하다!

오히려 Cruz de Mayo 보다 시내 중심가는 꾸며놓은 것이나 볼 것, 혹은 사람들이 없는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모두들 Corpus Christi 의 핵심인 페리아에 가 있는 것! 축제 기간 중에는 버스도 새벽까지 운행을 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페리아 주변에는 밤새 먹고 마시며 즐기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



그라나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힐링 음악회! ^.~


사실 나는 작년에 한번 Corpus Christi 축제를 갔었고, 친구들과 페리아도 신나게 즐겼기 때문에 올해는 적극적으로 축제를 찾아다닐 마음이 별로 없었다. 그냥 시간이 되면 시내나 한바퀴 돌아볼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지.

그러던 중 친구가 저녁 때 보고싶은 공연이 있는데 같이 가자고 하길래, 산책도 할 겸 축제 구경도 할 겸 시내에서 열리고 있는 크고 작은 공연의 구경도 할 겸 겸사겸사 따라 나섰다.

꼬르푸스 크리스티 축제 동안에는 페리아 말고도 그라나다의 곳곳의 극장, 광장 등에서 크고 작은 공연이 열리고, 관광 안내소에 가면 매일 매일의 공연 일정이 적힌 정보지를 얻을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


그렇게 해서 친구와 찾아간 곳은 시내 중심가에서는 조금 떨어진 우리 마을 근처의 어느 교회 같은 곳.

공연을 안내하는 문구에는 현악기 공연과 합창 이라고 써 있길래 클래식한 공연을 생각하고 왔는데, 우리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

매일 장보러 슈퍼에 갈 때마다 지나가던 그곳은, 잘은 모르지만 어느 성직자의 그림이 그려져 있어서 교회가 아닐까 하고 추측만 했던 곳이다.

매일 지나다니던 그곳의 문을 열고 들어가 공연이 열린다는 지하로 내려갈 때는, 뭔가 웅장하고 굉장한 공연장은 아니지만, 왠지 이곳 사람들의 일상 생활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의 색다른 설레임이 느껴진다.

지하에 마련된 작은 공연장에는 머리가 하얀 스페인 할머니들과 할아버지들로 가득 차 있었고, 플라멩코 옷과 화려한 화장으로 꽃단장을 하신 할머니들도 몇 분 눈에 띄었다. 우리가 예상했던 공연장은 아니었지만, 왠지 공연을 준비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모습이 너무 귀여우셔서,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공연이 기대되었다! ^^


여기 할머니들은 참 예쁘게 꾸미고 다니신다.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 하신 할머니도 예쁘게 풀 메이크업을 하시고 곱게 머리를 띄워 꽃단장을 하신 모습이 여성스러움을 한껏 드러내어 참 아름답다. 나는 화장은 잘 못 하지만, 그래도 여자는 꾸며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보여지기 위해서 보다는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기 위해서.

잠시 후 합창이 시작된다. 참 한국사람보다도 떠들기 좋아하는 이곳 사람들에게 공연 시작을 위해 조용히 해달라는 의미로 여기 저기서 '쉿- 쉿-' 소리가 들리고 잠시 후 고요한 가운데 합창이 시작되었다.


* 그라나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아름다운 합창, 함께들어요! ^^


합창을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율동이 너무 귀여우시다. 한곡, 두곡 곡을 더해가며 흥이 더해지자, 합창을 하는 맨 앞줄의 어느 할머니는 흥에 겨워 마치 연극 배우처럼 손짓과 표정을 지으며 노래를 하시고, 그 모습들이 너무 아름답다.


왜 였는지. 그 모습을 보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

아마 슬퍼서 흘린 눈물은 아니었고, 그렇다고 엄청난 감동의 눈물도 아니었던 것 같다.

그냥 그 순간, 봄에 찾아갔던 그라나다의 묘지의 모습이 생각이 났다.

묘비명을 하나 하나 읽어내려가면서 느꼈던, 내가 여기 오기 전 이곳에 살았던 그라나다 사람들과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만남.

아마 그들도 이곳에서 저 앞에서 노래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은 즐거운 노년을 보내다가 생을 마감했겠지.

그리고 저들도, 그라나다에서 노년을 보내며 즐겁게 살아가고 있는 저들도 언젠가는 그라나다의 묘지에 묻히게 될 것이다.

그 사실이 슬펐던 것은 아니고, 나는 왠지 그런 생각이 들자 마음이 따뜻해 졌던 것 같다.

엄청난 건축물이나 굉장한 예술작품이 아닌, 이런 한 사람 한 사람의 소박한 삶이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모든 예술의 주체는 본래 인간의 삶이기 때문에, 그 인간의 삶이 가지고 있는 진리가 여과없이 우리에게 전해졌을 때, 우리는 어떤 논리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영혼을 통해 그 큰 울림에 공명하게 되는 게 아닐까.



힘차게 손짓과 표정으로 흥에 겨워 노래를 하고 있는 그 할머니는 마치 내게,

'이봐 젊은이. 인생이 이렇게 아름다운데, 뭐하고 있어? 마음껏 사랑하고, 마음껏 도전하고, 마음껏 즐기라구! 삶의 마지막 그 순간까지!'

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했다.

멋쩍게 몰래 눈물을 닦아내며 공연장 옆의 커다란 창 뒤로 비치는 어느 건물의 뒷모습을 바라보니, 오늘도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열심히 춤추고 노래하며, 인생이라는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는 그라나다 사람들의 색색깔이 빨래들이 마치 악보처럼 리드미컬하게 걸려 있다.


인생. 그저 오늘 하루 열심히! 아름답게! 즐겁게 살면 그것이 바로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의 노래' ^^!



La Madraza, 그리고 가치있는 것을 지켜가는 것에 대한 단상


합창이 끝나고 우리는 여러가지 마리오네뜨 인형극을 비롯해 갖가지 작은 공연들이 펼쳐지는 비브람블라 광장으로 향했다.

비브람블라 광장으로 가는 길에 카테드랄 맞은편의 La Madraza 앞에서 가이드로 일하고 있는, 그라나다 대학원생 내 친구 Nan 을 만났다!

그라나다라는 도시가 만들어진지 올해가 1000년이 되는 해 라서, 올해의 그라나다에는 크고작은 여러가지 행사들이 예년보다 더 많이 열리고, 더 많은 가이드 투어를 받을 수 있다! 알람브라 궁전 곳곳에 설치된 귀여운 포토부스도 그라나다 1000년 기념을 해서 만들어 놓은 것이고, 예전에는 없었다. ㅋㅋㅋ ^^

그 일환으로 건축을 공부하는 내 친구 Nan 도 La Madraza 의 가이드로 일을 하게 되었는데, 마침 그곳을 지나가다가 만난 것이다! ^^


La Madraza 는 카테드랄 입구의 맞은편에 있는 건물로, 이슬람 시대부터 그라나다 최초의 대학 이었고, 카톨릭 시대에는 그라나다 최초의 아윤타미엔또, 즉 시청 이었다.

La Madraza 의 2층에 올라가면 대학교의 회의실 정도로 쓰였던 살롱이 있는데, 그곳의 천장의 장식들이 우리나라의 단청과 모습이며 색깔이 너무 비슷해서 깜짝 놀랐다. 이슬람 건축들을 보면서, 기와 라던지 이것저것 의외로 우리나라 전통 건축과 비슷한 요소들이 많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곳의 천장 장식만큼 우리나라 전통건축을 연상케하는 곳은 없었던 것 같다.

설명을 들어보니, 나무 장식은 이슬람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고, 색칠 및 데코레이션은 카톨릭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그라나다에는 이런 곳들이 생각보다 꽤 많이 있다.

성당으로 쓰이고 있는 대부분의 장소도 이슬람 시대에 메즈키타, 즉 이슬람교도들이 기도를 드리는 곳이었는데, 개조를 해서 성당으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보통 일반적으로 성당은 직사각형 모양의 길죽한 평면을 가지고 있는 데 반해, 메즈키타를 개조한 성당은 거의 정사각형에 가까운 평면을 가지고 있으며, 정사각형 평면의 메즈키타에 탑 하나를 더 세워 성당으로 쓰이고 있는 경우이다.

그리고 메즈키타에 들어갈 때는 꼭 물로 씻고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메즈키타 주변에는 알히베 라고 부르는 우물이 있었는데, 알바이신을 돌아보다 보면 곳곳의 성당 옆에 반원 모양의 둥그런 알히베가 있음을 알 수 있고, 이런 곳은 바로 예전에 메즈키타로 쓰였었지만, 카톨릭 세력이 지배를 하면서 성당으로 개조를 한 곳이다.


La Madraza 의 건물도 성당으로 쓰이진 않았지만 그런 예 중의 하나가 되겠다. 이곳이 예전 이슬람 시대에 대학으로 씌였기 때문에, 이곳 살롱에는 메즈키타에서만 볼 수 있는, 메카를 향해 난 아치 모양의 막혀있는 창문 같은 장식이 남아 있다.

시대가 변하고 지배하는 세력과 종교가 변하면서 그 쓰임에 변화가 생기는 것에 대해서 나는 크게 반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단, 일제시대에 일본이 우리나라의 문화를 철저하게 파괴하기 위해 했던 일들을 생각하면, 그래도 그라나다를 지배했던 카톨릭 세력은 알람브라 궁전을 비롯해, 알바이신 지구까지 곳곳에 남아있는 이슬람 문화의 잔재들을 보존 까지는 아니더라도 철저히 파괴하지 않고, 자신의 문화와 접목시켜 오늘날까지 빛을 잃지 않게 지켜오고 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지배하는 세력이 변하는 것이야 막을 수 없더라도, 그것과 상관없이 아름답고 소중한 것의 가치를 존중하고, 그것을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점은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오늘날의 그라나다 사람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알람브라는 여전히 폐허가 된 채로 버려졌을 것이고, 알바이신도 식물들만 울창한 우범지대로 남아있었을 지도 모르니까.



그라나다 사람들의, 그라나다 사람들을 위한, 그라나다 사람들에 의한 축제! ^^


La Madraza 를 나와 우리가 향한 곳은 츄로스가 맛있는 Bib-rambla 광장!

축제 기간동안 이곳에는 아이들을 위한 작은 몇 개의 놀이기구와 무대가 설치되어 있고, 무대에서는 플라멩코 공연부터 인형극까지 여러 공연이 매일 펼쳐진다.

여기 저기 구경을 하고 있는데, 한 켠에 회전 목마가 눈에 띈다!

나무로 만든 귀여운 회전목마와 꼬마들 보다는, 그 옆에서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밟고있는 청년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자전거 페달을 밟는 힘으로 돌아가는 친환경 회전목마!!!! 하하하하…

청년이 좀 힘들겠지만, 아이디어가 나쁘지 않고, 의미있는 시도인 것 같다! ^^

몇 시간이 지나서 와도 같은 청년이 자전거 페달을 밟고 있던데, 좀 힘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좀 되긴 한다. ㅋㅋㅋ




시청 파티오에서는 여러가지 공예품과 장인들이 공예품을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

레이스를 만드는 장인부터, 목각상자를 만드는 장인까지.

크게 공예품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작은 것들을 통해 훔쳐보는 그들의 삶이 참 재미있다. ^^

아윤타미엔토 한 켠에는 다음 날 있을 Tarasca 행렬에 쓰일 얼큰이 인형 머리 Cabezudo 들이 나란히 놓여있고, 레콩키스타 이후 그라나다의 카톨릭 첫번째 왕이었던 이자벨라 카톨리카 여왕과 페르난도 국왕, 그라나다의 이슬람 마지막 왕이었던 보압딜과 그의 어머니 아익샤, 이렇게 그라나다를 대표하는 네 명의 인물이 커다란 인형으로 만들어져, 역시 내일 있을 Tarasca 행렬에 앞서 아윤타미엔또에서 전시되고 있었고, Corpus Christi 축제의 실질적인 주인공인 우리의 용, Tarasca 역시 내일의 행렬을 기다리며 아윤따미엔또 입구에 전시되어 있었다.

축제 기간이 아닐 때는, 레알레호의 Casa de los Tiros 박물관에 가면 이 용의 모형을 볼 수 있다. ^^



그라나다의 Corpus Christi 축제는 특별히 종교의 대립이나 인종의 대립 없이 작지만 굉장히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진 이 작은 도시, 그라나다를 닮아있다. 이자벨라 카톨리카 여왕과 보압딜을 함께 행렬에 세우는 것부터도 그렇고, 특별히 종교적인 행사 보다는 그라나다라는 곳과 그곳의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 축제가 더 많다는 것에서도 그렇다.


그래서 나는 이 축제를 통해 특별한 볼거리 보다는, 그라나다의 사람들을 만나는 게 더 좋다!

물론 매일 만나는 그라나다 사람들이지만, 축제 기간동안 더 많이 그들의 삶을 내보이고, 더 많은 사람들과 그것을 함께하려는 그들의 즐거운 모습들이 참 좋다. ^^



Cabezudo 의 종이풍선, 유쾌하게 액땜하기!


코르푸스 기간의 재미있는 메인 볼거리 중 하나는 수요일에 시내 중심가를 지나는 Tarasca 행렬이다!

12시에 시작되는 행렬을 보기 위해 조금 일찍 나와 작년에 봤던 카테드랄 뒷편에 자리를 잡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행렬을 기다렸다!

Tarasca 행렬은 아이들이 재미있어하는 요소들이 많아서 주로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보러 나온 부모들이 많이 있다.

비누방울이 퐁퐁퐁 나오는 물총을 연신 하늘을 향해 쏘아대며 깔깔거리는 아이들과, 그 모습을 보며 즐겁게 그라나다의 5월의 햇살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참 보기 좋다.

내가 서 있었던 자리 옆에는 다섯살, 한살 쯤 된 듯한 두 여자아이를 데리고 행렬을 보러 나온 부부가 서 있었는데, 아이들이 너무 귀엽고 밝아서 너무 즐거웠다! ^^

비누방울 물총을 가진 다섯살 언니는 비누방울을 신기해 하는 다른 아이들과 사람들을 향해 연신 비누방울을 쏘아준다! ^^

여기 저기 귀여운 플라멩코 의상으로 예쁘게 치장한 여자아이들과 멋진 투우사 복장으로 근사하게 차려입은 꼬마신사들이 어렵지 않게 눈에 띄고, 유모차를 끌고 나와 행렬을 기다리는 엄마들도 많이 보인다.

이렇게 아이들이 많은 이유는, Tarasca 행렬의 Cabezudo 가 종이풍선으로 아이들의 머리를 때리면 악운이 달아난다는 뭐 그런 이야기 때문인 걸로 알고 있다. ㅋㅋㅋ



잠시 후 펑~하는 소리와 함께 행렬이 아윤타미엔또 부터 시작되었다!

아윤타미엔또에서 시내를 지나 잠시 후 우리가 있는 카테드랄 뒷쪽에도 행렬이 들어왔다!

행렬은 두 명의 경찰관이 말을 타고 지나가면서 시작된다.

굉장히 큰 말이 사람들 사이를 굉장히 가깝게 지나가는데 혹시나 말이 발길질을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잠시!

그 뒤편으로 신나는 음악소리와 함께 페르난도 국왕의 거대한 모형을 필두로, 이자벨라 카톨리카 여왕, 보압딜, 아익샤 왕비의 모형들이 차례로 등장하며 순식간에 거리는 환호성으로 뒤덮인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저기 봐! 이자벨라 카톨리카 여왕이야~' '저기 저 사람이 보압딜이란다~' 라며 이야기해주고, 아이들은 그 모형의 거대함에 신기한듯 그들을 쳐다본다!

그 뒤로 그럴싸하게 해적 분장을 한 사람들이 지나고, Tarasca 용과 그 용을 탄 성녀가 자태를 드러낸다!

코르푸스 크리스티의 Tarasca 를 탄 성녀 마르따의 헤어스타일과 패션 디자인은 매 해마다 그 해의 유행을 알리는 심볼로 유명하고, 그렇기 때문에 Tarasca 행렬이 있고 난 다음날 신문은 그 해의 Tarasca 행렬에서 마르따의 패션이 어떠했는지에 대한 갖가지 의견들이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작년의 마르따의 패션은 너무 초라하고 화려하지 않아서, 다음날 신문들로부터 Tarasca 에도 Crisis (경제 침체)가 찾아왔다며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었다. 올해는 작년보다 좀 화려했으면 하는 바램인데, 아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작년의 마르따 보다는 화려하고 헤어스타일도 아름다워 진 것 같다! ^^ 올해는 또 신문에 어떤 기사들이 날련지~~ㅎㅎㅎ




그 뒤를 이어 Tarasca 행렬에서 사람들이 가장 기다리는 Cabezudo 군단이 등장한다!!!

Cabezudo 는 얼큰이 인형의 머리를 뒤집어 쓴 캐릭터를 일컫는 말로, 플라멩코 댄서, 일본 사람, 베트남 사람, 농부, 투우사 등등 다양한 인종, 다양한 직업군의 다양한 모양의 우스꽝스럽고 기괴한 얼큰이 인형탈을 쓴 이들이 종이로 만든 풍선으로 사람들과, 특히 아이들의 머리를 사정없이 때리며 악운을 내쫓는데, 어린 아이들의 경우 Cabezudo 의 엄청난 머리 크기에 놀라 때리기도 전에 울음을 터뜨리거나 겁을 먹는 아이들도 많이 있는가 하면, 조금 더 큰 아이들은 엄청 재미있어하고, Cabezudo 들도 아이들의 머리를 때리며 행렬을 즐긴다! 어떤 Cabezudo 들은 좀 짓궂어서 한 아이의 머리를 종이풍선으로 때리고 또 때리고 하는데도, 아이들은 엄청 재미있어 하는가 하면, 어떤 여자아이는 Cabezudo 의 종이풍선에 사정없이 한 대 얻어맞고 (아프지는 않다 ^^;) 자지러지게 울음을 터뜨려서 Cabezudo 가 당황하며 아이를 달래고 주변에서는 웃음이 빵 터졌다! ㅋㅋㅋㅋ

나도 그쪽 거리에 서 있었던 몇 안되는 외국인, 특히 동양인이라 그런지 집중 타겟이 되어 악운을 남김없이 내쫓을 만큼 꽤나 많이 맞았다. ㅋㅋㅋㅋㅋ

Cabezudo 의 특징은 그 기괴하고 우스꽝스러운 외관 만큼이나 사정 봐주지 않는 짓궂은 캐릭터 설정에도 있는 듯, 만약 Cabezudo 가 아이들과 일일이 인사하며 손 흔들며 그랬다면, 아마 행렬의 즐거움이 덜 했을 것 같다. ㅋㅋㅋㅋ

행렬은 길지 않게 끝이 난다. 행렬이 끝나고 행렬을 줄지어 따라가는 사람들도 많이 있지만, 대부분 거리거리로 흩어진다. ^^




유난히 아이들이 많은 그랑비아의 이곳 저곳에는 풍선과 장난감을 파는 상인들로 북적북적이고, 여기 저기 아이들이 쏘아올린 비누방울과 Cabezudo 만큼이나 큰 머리크기를 자랑하는 다양한 캐릭터 풍선들이 그라나다의 그랑비아, 한낮의 햇살 아래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그라나다 구석구석 엔돌핀을 퍼뜨린다.

좀 귀찮긴 했지만, 역시 나와보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먹지 않으면 죽지만, 죽지 않으려고 먹는 건 아니듯이, 웃지 않는다고 죽는 건 아니지만, 사람이 사는 것 처럼 살기 위해 웃음은 꼭 필요한 것 같다. ^^


  


축제의 상징, 페리아!


한번 쯤 페리아도 다녀와야 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마침 휴일인 목요일을 앞둔 수요일 밤이 제일 재미있을 것 같다며 같이 가자고 친구들과 뜻이 모아져서, 밤 9시 쯤 훌쩍 페리아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페리아까지는 걸어서 꽤 되는 거리지만, 아직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그라나다의 저녁 9시는 딱 걷기 좋은 날씨라 이것 저것 수다를 떠는 사이 어느 덧 우리는 페리아에 도착했다.

페리아의 입구에는 예상했던 대로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북적인다.

롯데월드나 디즈니 랜드 처럼 엄청난 놀이공원은 아니지만, 나는 이런 복작복작하고 화려한 그라나다의 페리아가 참 좋다.

마침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10시 쯤으로 해가 떨어지는 시간이라 페리아가 본격적으로 무르익고 있을 무렵이었다.



배가 고파 먼저 어느 Caseta 에 들어가 오징어 튀김을 하나 시켜서 셋이서 맥주를 한잔씩 하고, 본격적인 페리아 구경을 시작했다!

페리아의 수많은 천막들, Caseta 들이 각각의 컨셉으로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플라멩코를 컨셉으로 잡아놓고 세비야나를 추는 사람들로 가득한 Caseta 도 있었고, 신나는 디제잉에 따라 춤을 추는 클럽 컨셉의 Caseta 도 있다!

물론 진짜 클럽처럼 세련되진 않았지만, 누구나 공짜로 들어가서 춤을 출 수 있고, 한 켠에는 적은 돈으로 맛나는 Mojito 도 즐길 수가 있다!

놀고 춤추기 참 좋아하는 스페인 사람들에 섞여서 우리도 신나게 스페인 디제이의 디제잉에 맞춰 춤을 춘다!!

몇 안되는 동양인이지만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금 이 사람들은 다들 제 흥에 겨워서 춤을 추느라 정신이 없으니! ㅋㅋㅋㅋ

스페인 언니들은 참 들어갈 데 들어가고 나올 데 나온데다 떡대도 모델 급인데 추는 춤들이 참 구수하다~ㅋㅋㅋ

정말 흥에 겨워서 이런 춤 저런 춤 추는 그 모습에 나도 덩달아 흥에 겨워 마음껏 춤을 춘다!



한껏 멋을 내고 페리아를 구경 나온 그라나다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멋지게 플라멩코 의상과 정장을 차려입고 페리아를 구경 나온 노부부의 모습이 너무 보기좋아서 사진을 찍자고 하니 흔쾌히 허락해주신다!

그들이 나이들어가는 그런 방식들이 난 참 아름답게 느껴진다. ^^

두 꼬마 숙녀들이 한껏 플라멩코 의상으로 멋을 내고 엄마 아빠를 따라 왔다가 피곤하고 배가 고팠는지, 벤치에 나란히 앉아서 피자를 먹고 있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또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하니, 좋단다~! ^^ 여기 사람들은 축제가 있을 때 한껏 꾸미고 나와서 사진이 찍히는 것을 즐거움으로 여긴다. 특히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봤을 때 열에 아홉은 기쁜 마음으로 OK 를 했던 것 같다. 참 고맙다~^^



페리아의 이곳저곳 잔디밭에 앉아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도 꽤 눈에 띈다.

놀이기구가 설치되어 있는 구역으로 들어가면, 엄청난 놀이기구가 있는 건 아니라도, 범퍼카도 있고, 꽤 스릴 넘치는 Project 1 이라는 놀이기구 부터 위가 뻥 뚤린 관람차 까지 갖가지 놀이기구들이 있다!

눈에 띄었던 것은 진짜 말들, 말은 아니고 망아지? 아니면 노새? 들이 회전하는 회전마. ^^;;;;

말들이 조금 어지럽지 않을까 싶긴 했지만, 자전거로 돌리는 친환경 회전목마 이후 참 재미있는 의식의 전환 이었다. ㅋㅋㅋㅋ

진짜 말들이 회전을 하는 놀이기구라니. ㅋㅋㅋ



작년에 내가 탔던 엄청 무서운 놀이기구 하나를 친구들에게 추천해 줬더니, 타고 나서 만족해 한다. ^^

나는 작년에 타봤기 때문에 다른 걸 하겠답시고 미스터 빈 이라는 3층짜리 무슨 집에 들어갔다 나오는 걸 했는데, 이게 주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놀이기구 인지, 곳곳마다 마치 극기훈련을 연상시키는 설치물들이 놓여있고 뱅글뱅글한 미끄럼틀까지 타고 내려와야 하는 그야말로 초등학생 수준급의 놀이기구 였던지라, 다 큰 내가 하기에는 아이들의 순발력과 민첩성을 따라가기가 좀 무리가 있어서 생각보다 꽤 어려웠다. ㅋㅋㅋㅋ

뱅글뱅글 돌아가는 미끄럼틀을 타는 게 하도 오랜만이라 처음에 내려올 때 손을 잡고 있었더니 손가락이 조금 배어 피도 났다. 나와.;;;;;

매표소에 이야기했더니 다행히 밴드를 주어 손가락에 영광의 상처로 둘둘 감고 ㅋㅋㅋ 상처만 남긴 미스터빈을 뒤로 한 채 다시 우리는 Caseta 로 향했다.



한 두 군데 정도에서 신나게 사람들과 어울려 춤을 추다가 새벽 1시 쯤 페리아를 나왔다.

축제 기간 동안에는 축제용 버스가 새벽까지 다니기는 하지만, 그리 피곤하지 않아서 걸어가기로 했다.

생각보다 페리아에서 걸어가는 사람들이 꽤 있어서, 밤거리도 그리 으슥하지만은 않았고, 함께 걷는 친구들이 있어서 더 즐거웠다.

큰 계획없이 훌쩍 다녀온 페리아 였지만, 꽤 만족스러웠다. ^^

요 며칠은 생각할 거리가 많아서 설잠을 잤었는데, 페리아에서 신나게 놀고 나니 머리 속의 걱정거리들이 폭죽처럼 빵! 빵! 하고 터지는 것 같다!

페리아를 뒤로 하고 집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 2시 쯤.

그 새벽에는 그동안 고민하고 있던 것들 중 한 가지 정도를 내려 놓았다.

그랬더니 막혔던 일들이 술술 풀리듯이 안 보이던 길이 보인다.



우리의 삶에는 누구나 축제가 필요하다!


우리는 가끔 너무 팍팍한 삶을 살아간다.

그걸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게 대부분이란 걸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가끔, 열심히 일하는 만큼이나 부지런 떨며 열심히 놀아줘야 하는 것도 필요한 게 아닐까.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이, 그림자가 있으면 빛도 있어야 만물이 조화롭지 않겠는가.


요 며칠 사이 축제를 통해 만난 그라나다 사람들에게서 나는 그간의 부족했던 빛을 한껏 가득 채웠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빛을 누군가에게 나눠줄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도록 언제나 그 빛이 꺼지지 않게 늘 조화로운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삶이 팍팍한가요? 그라나다의 페리아로 오세요~!!

아무 Caseta 나 들어가 신나게 춤을 추며 즐기다 보면, Cabezudo 의 종이풍선 따위에 맞지 않아도 액운을 당신을 훨훨 떠날 거에요! ;)



Los Momentos del Corpus Christi 2013 en Granada


- Los Granadinos del Corpus Christi : 그라나다 사람들
























- La Madraza : 마드라자











- Tarasca : 타라스카 행렬





















































- Feria : 페리아
























정보 : 그라나다 Corpus Christi 축제 팜플렛 (매일 매일의 공연과 장소 시간이 나와 있으니 참고하세요!)



모든 내용물의 저작권은 저에게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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