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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주 특별한 페리아

Granada days/Encanto

by priim 2013. 6. 10.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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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나다 코르푸스 크리스티 축제 사진 콩쿨에서 상을 타다!

오랜만에 치마도 꺼내 입고, 번거로워서 사용하지 않던 콘텍트 렌즈도 착용하고, 예쁘게 화장도 하고, 이번엔 환하게 밝은 낮에 그라나다의 코르푸스 크리스티 축제의 페리아가 열리는 곳으로 향했다.
원래 대낮의 페리아 나들이는 계획에 없던 것이었는데.
이렇게 치마까지 꺼내입고 준비를 하는 이유는, 바로 상을 타기 위해서 가는 것이기 때문에.

축제 사진 콩쿨이 열린다는 친구의 말에 사진 두 장을 이메일로 보냈는데, 그 두 장의 사진 중 한 장이 콩쿨에 뽑혔다고 시청에서 전화가 왔다.
둘 중 어떤 사진인지는 아직 모른다.
페리아 입구에서 찍은 사진 한 장과 코르푸스 행렬 중에 찍은 사진 한 장.
어떤 사진일까? 어쨌든 기분이 너무 좋다!
상을 타서라기 보다는, 그라나다에서 상을 탔기 때문에 더 기분이 좋다.
내가 너무 사랑하는 도시 그라나다에서, 비록 폰카였지만 그라나다를 사랑하는 내 마음이 그 사람들에게도 전해진 걸까.



페리아에서 만난 안달루시아

친구와 버스를 타고 페리아장으로 향했다.
얼마 전에 너무 많이 걸어서 발바닥이 갈라지고 난리도 아니다.
한 낮의 안달루시아의 태양은 결코 만만하게 보아서는 안된다.
우리나라의 쪄죽을 듯한 더위와는 달리 그늘에만 들어가면 서늘해지는 타는 듯한 더위지만,
그 타는 듯한 더위 특유의 태워 죽일 것 같은 강렬한 태양 아래서는, 건성이건 지성이건 여름에는 수분크림이 필수다.
마트에서 파는 1유로짜리 수분크림도 효능이 꽤 괜찮다.

바닥이 흙이라 살짝 흙먼지가 날리는 낮의 페리아장은 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전통 플라멩코 의상을 차려입은 아름다운 여인들도 훨씬 많고, 말을 타는 안달루시아 신사의 전통 복장을 차려입은 남자들도 바글바글 하다.
무엇보다 깜짝 놀란 건, 말이 정말 많다!!!!! 입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말.
커다란 말부터, 난생 처음 보는 진돗개만한 작은 말까지!!!!!
그 수많은 말들이 페리아장에 바글거려서 자칫 잘못 하다가는 말에 치일 것 같기도 하다!

마차를 끄는 말들은 예쁘게 꽃으로 단장을 하고 손님들을 기다린다.
스페인어로 신사는 caballero, 그리고 말은 caballo. 단어의 어원을 정확히는 모르지만, 신사를 의미하는 저 단어는 아마도 말을 타는 사람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이다.
그리고 역시나, 수많은 신사들이 이곳의 전통 신사복을 차려입고 모자를 갖춰쓰고 말 한 마리 씩에 올라타서 점잖을 차리며 이야기를 나누거나, 시원한 맥주를 한잔씩 들이키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꼿꼿이 서 있는 그들의 등줄기에 자부심이 느껴진다.
한낮의 페리아장은 마치 수십년전의 안달루시아로 시간을 되돌린 듯 하다.
여기 저기 보이는 수많은 컬러풀한 캐릭터 풍선을 손에 꼭 쥔 풍선장수의 동화같은 모습이 어우러져 이곳은 마치 엘리스의 이상한 나라의 한 장면, 혹은 걸리버가 거쳐갔던 수많은 나라들 중 한 나라인 것 같기도 하다.

시청의 천막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거기까지 가는 길에 말들이 하도 많아서 그 말들 사이를 빠져나가기가 꽤나 어려웠다. 말은 겁이 많은 동물이라서 잘못하면 뒷발에 치일 수도 있다던데, 이렇게 많은 말들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있어도 괜찮은 걸까?
아마 날씨 탓인지, 이곳에는 사람도, 동물도 우리나라의 사람이나 동물보다 느긋한 경향이 있다. 길을 지나다니는 개들도 그다지 짓지 않고, 말들도 크게 무서워하거나 사람을 겁내하지 않는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구름 아래에서는 외투를 여미던 나그네가 따뜻한 태양 아래에서는 외투를 벗었다는 우화처럼, 태양은 살아있는 모든 것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나는 정말 안달루시아의 이 태양이 좋다!!!



나의 아주 특별한 순간

시청 천막에 들어가니 알록달록한 수많은 나무의자들이 놓여져 있고, 거기 꽤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음료를 마시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리고 앞에 설치된 무대 아래, 콩쿨에 뽑힌 여덟장의 사진이 붙여져 있고, 그 중에 한 장이 내 사진 이었다!!!
낯선 나라, 낯선 도시, 낯선 사람들과 1년 반을 어울려 살고, 이제는 내가 사랑하는 도시가 되었더라도, 내가 그들에게 이방인이라는 변함없는 사실이 항상 일정한 거리를 그들과 나 사이에 만들어 왔었는데, 그곳에 걸려있는 나의 사진을 보는 순간, 항상 존재하던 그 거리가 다섯걸음 정도 가까워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사랑하는 도시에, 나의 사진이 걸려있다는 그 순간의 특별한 느낌은, 어느 큰 대회나 어느 멋진 도시에 가서도 다시는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오래두고 사귄 친구처럼 속속들이 알고, 그 모든 것이 마음에 들고, 그 순간 순간에 소중한 추억들을 담아 마음속에 품은 나의 도시, 그라나다가 아니라면.

꽤나 그럴듯한 상패도 받고, 코카콜라 후원이라 맛있는 걸 줄까 하고 기대했던 예상보다 훨씬 괜찮은 선물들도 덤으로 받았지만, 그래서이기 보다도  그곳에 내 사진이 걸려있던 감동과, 그 사진을 카메라에 담고있던 그라나다의 사람들이 내 마음 속에 들어온 그 순간 때문에 아마도 나는 이 사진을 잊지 못할 것 같다.



페리아, 그라나다, 그리고 추억

페리아가 끝나기 하루 전, 해가 지기 바로 전의 따뜻한 저녁 햇살이 비추는 페리아를 돌아보고 집에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신사복을 차려입은 신사분이 말들이 끄는 마차를 몰고 그 마차에 일고 여덟살 쯤 되어보이는 남자아이들 셋을 태우고 차도의 가로 말을 몰아 천천히 마차를 달린다. 아마 하루 종일 마차로 영업을 하던 아버지가 세 아들들을 데리고 말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리라.

그러고 보니, 이 거리에서 예전에 나는 백마가 한밤중에 거리를 질주하는 광경을 본 적이 있다.
친구와 꽤 멀리 떨어진 까르푸에 다녀오는 길이었는데, 시간은 어두운 밤이었고, 우리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건너편 길에 세 남자가 세 마리 말을 타고 가는 모습이 보여서, 한밤 중에 말과 함께 산책이라니 참 신기하다 생각하고는 우리는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그런데 버스를 타고 달리는 도중, 건너편 길에 바로 그 세 마리 말 중에 새하얀 백마가 길의 반대편, 즉 우리 버스가 가는 방향으로 질주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뒤로는 오토바이를 타고 그 말을 잡기 위해 말의 뒤를 따라가는 한 청년이 보였다!
한밤중에 백마가 차도를 질주하는 그 판타지 영화 에서나 나올 법한 신기한 장면에 마치 홀린 듯 순간 멍하니 백마가 사라진 어둠 속을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깔깔대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청년은 백마를 잡았을까, 백마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을까.
백마는 어두운 밤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넓은 길을 질주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 백마는 마음껏 달리고 행복했을까.

문득 마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부자의 모습을 보니 그때 그 백마가 생각난다.

오늘도 나는 그라나다에게서 또 하나의 소중한 선물을 받아간다.
살아가며 고향이 아닌 어느 한 도시가 이렇게 누군가에게 특별해지는 경험을 누구나 언제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고요한 새벽 알바이신의 한 구석 2층 내 방에서, 그날의 페리아의 열기를 떠올리며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하다.

이 소중한 추억은 내 마음 속에. 언제든 꺼내어 볼 수 있는 내 보물상자 속에. 그리고 그라나다의 알바이신에서 모두에게 부치는 마음의 편지 속에 꼭꼭 담아둔다.
언젠가 그 마음을 열어, 보물상자를 열어, 누군가에게 그날의 추억을 이야기하다 문득 생각이 난다면, 그때의 그 순간도 오늘 이 순간처럼 소중하기를 바라며.


Los Momentos del Feria de Granada (Concurso de Fotografia de Corpus Cristi en Gran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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