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나다의 6월은 1년 중 가장 더운 달.
1년을 살아본 결과 7월과 8월 보다도, 그라나다에서 가장 더운 달은 6월인 것 같다.
하지만 가장 더운 6월이 오기 바로 전인 지금, 5월은 그야말로 신의 축복을 받은 날씨라서,
햇볕이 쨍하고 뜨면, 그 햇살은 어찌나 투명한지, 밖에 나가고 싶어서 근질근질.
나도 살아있는 생명체인지라, 태양이 눈부시게 내리쬐면 내 온 몸의 세포들도 그 태양에 반응을 하나보다.
해가 질 녘이면 종종 올라가곤 하는 산 미겔 알토에는 며칠 전에도 다녀왔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고, 올라가면 언제나 예닐곱 앉아있는 사람들이 노을을 바라보는 모습이 너무 좋아서, 나는 종종 그곳에 간다.
산 미겔 알토.
그곳에서 해가 지는 걸 바라보면서, 해가 지고 나서 알바이신의 불이 하나 둘 켜지는 것도 바라보면서,
문득 오랜 친구들과 가족들이 참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불빛 아래 집집 마다의 테이블에는, 맛있는 저녁 식사와 함께 온가족이 둘러앉아 혹은 친구들이 함께 둘러 앉아서
오늘 하루 서로에게 있었던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겠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펼쳐진 야경을 바라보는데, 문득 가슴이 시려온다.
Homesick. 향수병이라는 것의 향자도 떠올리지 않고, 비교적 낙천적인 성격 덕에 잘 지내온 나였지만,
나에게도 소중한 사람들, 보고싶은 사람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가끔은 그렇게 그 사람들이 그립다.
어느 곳에나 열심히 뿌리를 내리는 사람들이 나는 참 부럽다.
여행을 다녀오고, 낯선 곳에 살아보고, 또 나의 홈그라운드에서도 살아보고 내린 결론은,
어디서 살든 누구와 살든, 중요한 건 내가 나 자신으로 있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나일 수 있게 하는 것들이 뒷받침 된다면, 그곳이 어디든 사람은 살아갈 수 있다.
행복하게. 아름답게.
오늘은 친구 바바라네 집에 또 다녀왔다.
프랑스에서 결혼을 하는 친구가 있어서 일주일간 집을 비운다고 '고양이를 부탁해' 라며 열쇠를 주고 간 바바라.
덕분에 자유로운 시간에 멋진 바바라네 테라자를 즐길 수 있었다. ^^
바바라의 고양이 이름은 알라나. 알라나 모를라나 알라나. ㅋㅋㅋ
아주 작은 아기고양이 때부터 봐왔는데, 1년도 안되서 이렇게 쑥 커버렸다.
그래도 너무 예쁜 미묘, 알라나.
알라나는 처음에는 우리를 조금 경계하더니,
금새 경계를 풀고 테라자로 나와 햇빛을 즐긴다.
오늘은 하늘이 정말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웠다.
바바라네 테라자에서는 알함브라가 정말 가까이서 보이는데,
알함브라가 보이는 테라자의 담장에 갖가지 아름다운 화분들도 놓여있어서,
그 안에 놓여있는 노란색 소파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면,
정말 저 위에 떠가는 구름들이 수많은 양떼들 같기도 하고,
하늘은 언제 보아도 왜이리 아름다운걸까 하는 시덥잖은 생각도 들기도 하고
그야말로 그곳에서 나는 친구와 힐링의 시간을 보냈다.
공부를 하려고 가져간 책들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고. ㅎㅎㅎ
비록 꽃가루가 많이 날리긴 했지만, 햇살이 너무 좋고 하늘이 너무 예뻐서, 그 정도는 참을 수 있었다.
언젠가 나의 집에도 바바라의 테라자와 같은 멋진 테라자를 꾸미고 싶다.
바바라와 제프 커플의 삶에서 느껴지는 여유와 멋스러움이 나는 너무 좋다.
잠시, 길지 않을 시간이지만, 그들과 같은 곳에서 지내며 알게 되고 친구가 된 것이 참 좋다.
언젠가 그라나다를 떠나 그라나다를 생각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를 몇몇 친구 중 하나. 아름다운 바바라. ^^
저녁에는 그라나다 도서관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보러 갔다.
제목은 Retorno a Hansala 라는 스페인 영화.
사실은 8시에 시작하는 영화였는데, 우리는 한 15분 쯤 늦어버렸다.
갈까 말까 하다가 서둘러 가보자 하고 갔는데, 마침 영화도 늦게 시작을 했는지 그때 시작을 하고 있었다! ^^
영화의 내용은, 요즘, 아니 꽤 오래 전부터 큰 문제였던 북아프리카에서 스페인으로 들어오는 불법체류자들 이야기.
불법체류자라고 해야 하나? 비자가 없이 바다로 밀입국하는 자들을 이곳에서는 Sin Papeles 라고 부른다. 서류가 없는 자들.
영화는 어느 밀입국자의 죽음으로 시작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곳으로 건너오기를 갈망하는 모로코 청년의 모습으로 끝난다.
잘은 모르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이유로 바다에서 죽는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에서 내가 전해들은 Sin Papeles 의 이야기는 슬픔. 그리고 사연.
그라나다는 스페인에서도 모로코 사람들이 많이 살고있는 도시 중의 하나이다.
모로코는 옛 그라나다를 지배했던 무어인들의 나라.
그리고 그라나다는 옛 스페인에 살고있던 이슬람 세력의 흔적이 그 어느 도시보다 많이 남아있는 도시.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는 모로코 상인들부터 모로코 학생들까지 어렵지 않게 모로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그들 중에는 아마 영화 속 그들처럼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너 온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모로코 사람들이 이곳에서 돈을 벌어 모로코에 있는 가족에게 돈을 부친다.
그래서인지, 그라나다의 모로코 상인들은 그 누구보다 부지런하다.
아침이 되면 제일 먼저 일어나 가게 문을 열고,
그 누구보다 늦게 문을 닫는다.
모로코를 여행하고 그라나다로 와서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모로코에서 들여와 팔고있는 기념품들이 모로코보다 그라나다에서 더 싸다는 사실. ㅎㅎㅎ
그러니 사람들이 그라나다에서 지갑을 열 수 밖에 없다.
그라나다의 모로코 인들, 그들은 좋은 사람들이고, 부지런한 상인이며, 상냥한 친구이다.
내가 그라나다에 처음 왔을 때
큰 32인치짜리 여행가방으로 오르막 돌길을 힘들게 올라가고 있을 때,
너나할것 없이 하나씩 와서 가방을 끌어주던..
처음 만난 그라나다에서 처음 친절을 배풀어 주었던 그들.
그라나다의 모로코 상인들.
그라나다 골목 골목 얼굴이 마주칠 때마다 큰 소리로 주고받던 인사들과 따뜻한 눈빛들이
언젠가는 참 그리워질 것 같다.
그냥.. 너무 좋은 5월의 어느 날.
즐겁고 기분좋은 어제와 오늘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두서없이 써내려 간 일기 같은 이야기.
오늘 바에서 살치챠 타파를 서비스로 준 친절한 까마레로 페드로 까지.
그 언젠가는 많이 그리워 지겠지.
Los Momentos del Mayo en Granada
위의 글과 사진들의 저작권은 저에게 있습니다. ^^
+ 스페인의 노래 중, 밀입국자들의 현실을 이야기한 노래 하나를 가사와 함께 올린다.
Sin Papeles 들, 밀입국자들이 바다를 건너 밀입국을 하려다 실패해 죽음을 맞게 되고,
바다 어딘가에 주인을 잃고 떠돌아다니는 그들의 서류들에 대한 가사이다.
Papeles mojados - Chambao
젖어버린 서류들 - Chambao
Miles de sombras cada noche trae la marea,
Ahogan sus penas con una candela,ponte tu en su lugar,
el miedo que en sus ojos reflejan,la mar se echo a llorar.
매일 밤마다 파도가 데려오는 수많은 그림자들
해안에 남아있는 환상들을 품은 채 항해하는
하루 하루의 이야기들, 좋은 사람들의 이야기들,
배고픔과 추위에 지친 목숨을 걸지.
촛불 하나로 그 괴로움들을 억누르며, 네가 그들의 입장이 되어봐,
그들의 눈이 비추는 두려움, 바다는 눈물을 흘려.
Muchos no llegan, se unden sus sueño papeles mojaos, papeles sin dueño
Muchos no llegan se unden sus sueño papeles mojaos, papales sin dueño
많은 이들이 도착하지 못해, 젖어버린 꿈의 서류들은 흩어지고, 주인이 없는 서류들
많은 이들이 도착하지 못해, 젖어버린 꿈의 서류들은 흩어지고, 주인이 없는 서류들
Fragiles recuerdos a la deriva desgarran el alma,
calaos hasta los huesos el agua los arrastra sin esperanza.
La impotencia en sus gargantas con sabor a sal,
una bocaná de aire les daba otra oportunidad.
Tanta injusticia me desespera, ponte tu en su lugar,
el miedo que en sus ojos reflejan, la mar se echo a llorar.
표류하는 덧없는 기억들은 영혼을 고통스럽게 하고,
아무런 희망도 없이 뼛속까지 젖어버린 채 물에 흽쓸려
소금의 맛으로 무감각해진 그의 목구멍
허공의 한 하구는 그들에게 또다른 기회를 주었지
나를 절망케 한 수많은 부당함, 네가 그의 입장이 되어봐,
그의 눈에 비친 두려움, 바다는 눈물을 흘려.
Muchos no llegan, se unden sus sueño papeles mojaos, papeles sin dueño
Muchos no llegan, se unden sus sueño papeles mojaos, papeles sin dueño
많은 이들이 도착하지 못해, 젖어버린 꿈의 서류들은 흩어지고, 주인이 없는 서류들
많은 이들이 도착하지 못해, 젖어버린 꿈의 서류들은 흩어지고, 주인이 없는 서류들
플라멩코를 사랑하는 사람들, Peña 'La Plateria' (0) | 2013.05.15 |
---|---|
Granaino Style + Harlem Shake Granada Alhambra, 뮤비 패러디 (0) | 2013.05.11 |
Cruz de Mayo,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 (0) | 2013.05.05 |
그라나다 Live! Dia de Cruz! (0) | 2013.05.04 |
그라나다, 그 화려한 봄의 축제! Cruz de Mayo! (0) | 2013.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