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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uz de Mayo,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

Granada days/Encanto

by priim 2013. 5. 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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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벅적하고 화려했던 짧은 그라나다의 봄축제, Cruz de Mayo 가 막을 내렸다.

사실상 5일 새벽까지 이어지는 축제이지만, 대부분의 Cruz 들은 4일 밤, 혹은 저녁에 십자가 장식들을 정리한다.


이것 또한 지나치게 종교적이라는 이유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더러는 있다.

하지만 이미 종교를 넘어서 다같이 즐기는 '축제'가 되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더 크게 든다.

거리에는 오늘도 플라멩코 옷을 온 가족이 차려입고 나와서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로 정신이 없다.

비가 왔다가 날이 개었다가 하는 변덕스러운 날씨 덕에 플라멩코를 추다가 후다닥 비를 피하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그들과 나


인간은 본디 이 약하디 약한 몸뚱아리로 적자생존의 법칙에 의해 지금껏 살아남아 온 존재인지라,

어디서든 적응을 잘 한다. 그래서일까.

이곳에 살면서, 물론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긴 시간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행을 했다고 말할 수 있는 기간보다는 긴 시간을 살면서,

나름대로 나의 생활리듬이 이들과 많이 닮아졌다고 생각한다.

물론 생활 전체가 바뀔 수는 없을 것이다. 또 바뀌고 싶지도 않다.

내가 처음에 이곳에 올 때부터 이들에게서 배우고 싶었던 건 삶의 여유였다.

저녁이 되면 가족들이 다같이 일을 마치고 맥주를 한잔씩 마시러 갈 수 있는 여유.

그것은 비단 시간적인 여유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넉넉한 마음. 조바심 내지 않는 너그러움. 이런 걸 나는 배우고 싶었다.

하지만 그들에게서 이런 여유를 배우면서도 내가 나임을 유지해야 하는 건,

고향을 떠나서 살아가는 사람이기에 꼭 필요한 '뿌리'와 같은 것이다. 혹은 '탯줄' 이라고 해야하나.

나는 비록 공간적으로는 여기 있지만, 내가 나임을 만드는 행동 하나하나 생활 리듬, 삶의 습관 하나하나가

이 먼 나라 낯선 곳에서도 나를 꿋꿋이 살게 하고, 웃게 하고, 이 와중에도 여유를 찾을 수 있게 한다.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의 즐거움은 소통에 있다.

외국어는 몇달을 집중적으로 배우는 것 보다는, 휴가 때 마다 2주, 3주씩 나누어서 천천히 배우기를 권장한다.

그 라나다에 살다 보면,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 이런 식으로 여름, 겨울 휴가 때마다 휴가 겸 언어를 배우기 위해 어학원으로 휴가를 오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들 중에는 우리 부모님 보다도 나이가 훌쩍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도 꽤 많이 있다.

그 다양한 사람들이 한 교실에 모여 학생으로 돌아가 외국어를 배울 때면,

나이가 많기 때문에, 혹은 나이가 적기 때문에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사회적 규율에서 조금은 벗어나

새로운 언어를 배워간다는 공통점 하나로 나이도 성별도 국적도 다른 그들 모두가 친구가 될 수 있고,

이렇게 배운 언어를 통해서 우리는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그들의 삶을 그들에게서 직접 전해들을 수 있는 것이다.





알바이신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친구들과 함꼐 오늘도 찾아간 후안 마누엘 아저씨네 파티오는, 오늘도 손님으로 북적북적.

크루즈 표시도 안 되어있고, 도저히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골목에 위치해 있는데도, 물어물어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어제도 왔고 오늘도 다시 왔다는 반가움의 표시로 후안 마누엘 아저씨에게 인사를 하니,

워낙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기 때문에 아마 기억이 안 나실 텐데도 불구하고 너무 반갑게 맞아주신다!

그리고 파티오의 한켠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서 샹그리아를 마시라며 직접 따라주시고, 맛있는 쿠키도 내어주신다. ^^

후안 마누엘 아저씨네 파티오는, 아름다운 파티오와 멋진 그림들의 조화가 주된 컨셉인데, 오늘은 비가 오다 말다 해서,

그 값비싼 그림들이 망가질까봐 많이 내렸다면서 아쉬워 하셨다. 하지만 나는 어제도 봤고 작년에도 봤으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렸다.

그 그림들은 아저씨가 직접 모은 그림도 있고, Bajo Albaicin 이라는 알바이신의 저지대? 낮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협회에서 제공해 주는 그림들이라고 한다. 즉, 그 협회에서 그림을 제공하고 아저씨네 집에서 파티오를 제공해서 함께 이 아름다운 Cruz 를 꾸미는 것이다. ^^


알바이신에 살다 보면, 참 멋진 노년을 사시는 아저씨 아줌마들이 많이 있다.

아니, 백발이 성성한 걸 보면 아마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멋진 그림이 있으면 모아서 이렇게 1년에 한번 아름다운 파티오를 꾸미기도 하고,

회원제 플라멩고 타블라오를 만들어서 조금씩 조금씩 회원비를 내어 타블라오를 운영하며,

회원들을 대상으로 1년 내내 고퀄리티의 플라멩고 공연을 제공하기도 한다.


가난은, 그저 조금 더 불편한 것 뿐이라던가.

이 멋진 곳에 집을 가지고 사는 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가난하다고는 절대 생각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억만금을 주고 살고 있다고도 생각되지 않는,

그저 길을 가다 편하게 인사하고, 집 앞 쓰레기를 아침마다 청소하시는 이 알바이신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삶을 즐기는 방법.

처음 이곳에 왔을때는 절대 이해되지 않던, '내일 할 일을 오늘 걱정하지 말라' 는 그들의 속담 속에는,

다소 과장된 면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분명 이렇게 즐겁게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만의 비밀이 조금은 담겨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Cruz 를 꾸미는 사람들의 이야기


학원 뒤의 골목에 꾸며진 Cruz 의 주인인 앙헬로 아줌마는,

어제만해도 북적북적했던 크루즈에 갑자기 비가 오는 통에 사람이 쏙 빠져나간 골목을 한 소년과 함께 지키고 서 계신다.

이 모든 것을 집에 있는 것들을 가져와서 크루즈를 꾸몄다면서,

이거는 농사 지을 때 밭을 갈 때 쓰던 옛날 물건이고, 저 커피분쇄기는 아줌마의 할머니가 쓰시던 오래된 거라고,

아마 이 집의 다락방을 탈탈 털어서 이 크루즈를 꾸몄는지, 이것 저것 설명해주시는 아줌맘의 표정이 참 행복해 보인다!

이런 거라면 우리도 해볼 수 있을텐데!

그냥 다락방이나 구석에 쳐박혀 있으면, 고물상에 팔아먹어야 할 고철덩어리 이지만,

이렇게 꾸며놓으니 멋스럽기도 하고, 예전의 세시풍속도 엿볼 수 있고 얼마나 좋은 아이디어 인가!

스페인에 축제가 많다 많다 하지만 나는 그 많은 축제들도 모두 이들의 지혜가 아닌가 싶다.

전통을 이어간다는 건 꼭 어렵고 무거운 것만은 아니다.

이왕 하는거 뭐든 즐겁게 신나게 하는 이곳 사람들의 삶의 철학이, 그 수많은 축제로 재탄생되는 게 아닐까.


알바이신의 초등학교들에도 들러서, 올해도 고사리같은 손으로 꾸며놓은 귀여운 Cruz 를 봤다.

그곳에서 뛰어놀고 있는, 전통 플라멩코 옷차림을 한 여자아이들과, 투우사 옷차림을 한 남자아이들이 너무 귀여웠다!

작년에도 있었던 것 같은 썬글라스를 쓴 남자 선생님이 올해도 Cruz 를 지키고 서 계신다.

또다른 초등학교 Cruz 옆에서는 작은 바가 마련되어 있어서, 시원한 맥주를 들이키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성공적인 축제는 끝 마무리가 아름답다!


레알레호와 센트럴의 Cruz 를 돌아볼 때에는, 이미 조금씩 정리를 하고 있을 시간이었다.

못 본 것들도 많이 있어서 아쉬웠지만, Cruz de Mayo 에 담긴 그들이 삶을 사랑하는 방법을 조금은 들여다본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함께 다니던 친구들과 맥주 한잔씩을 마시고 Campo de Principe 의 노천에 앉아서 신나게 수다를 떤다!

꼭 싸우듯 큰소리로 이야기하는 스페인 사람들 처럼!

어김없이 온가족이 다함께 바에 나와 맥주 한잔씩을 앞에 놓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스페인 사람들 처럼!

우리도 샹디 한잔, 틴토 데 베라노 한 잔, 그리고 까냐 한 잔을 앞에 놓고 신나게 이야기하며,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 처럼 이 순간을 즐겨본다!


그랑비아에 있는 내가 너무 좋아하는 와인 바에서 목넘김이 부드러운 와인 한 잔 씩을 하고,

그라나다의 하루에 근사한 마침표를 찍는 산 니콜라스 전망대에 올라, 근사한 야경과 또렷이 떠오른 북두칠성과 더불어 하루를 마무리 한다.


5월의 그라나다.

비가 와도 아름답고, 천둥이 쳐도 아름다운,

한창 때의 아가씨 같은 아름다운 그라나다가 시작되었다!


이곳을 찾는 그 모든 발걸음과 그 수많은 그림자들에게 5월의 십자가의 축복이 있기를! ^^



Los Momentos de Cruz de Mayo 2






























































































































































모든 내용물의 저작권은 저에게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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