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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바다! Nerja!

Granada days/Encanto

by priim 2013. 4. 3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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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언제나 바다를 그리워하는지 모르겠어.

나는 그렇다. 모든 사람이 그런지는 몰라도 내가 알고있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렇다.

우리는 모두 바다를 좋아하고 언제나 그리워한다.

인간은 애초에 어머니의 뱃 속, 물 속에서 열달을 보내고 태어났기 때문에

그 처음의 기억이 알알이 박혀있어 언제나 바다를 그리워하는 걸까.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바다가 그립다.




심상치 않아


일기 예보는  좋지 않았다.

그라나다에 살면서 진즉에 가봤어야 할, 유럽의 발코니, 휴양도시 네르하에 가려고

몇주 전부터 대학생들 대상으로 하는 비교적 저렴한 당일치기 여행 프로그램에 예약을 해두고

날짜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막상 며칠 전부터 여행 당일의 일기 예보가 좋지 않아서

나를 비롯 주위 사람들도 바다에 가기에는 날씨가 좋지 않다고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날씨 걱정에 잠도 자는 듯 마는 듯 설친 후 아침이 되자,

이걸 믿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거짓말 같이 일기예보의 네르하 기온이 어젯 밤에 써 있던 것보다 올라가 있었고,

햇볕이 쨍하니 떠있는 그림으 그려져 있었다!


역시 안달루시아의 신은 나를 사랑하나봐!!!! ㅎㅎㅎㅎ


그라나다의 하늘은 심상치 않았지만,

신나는 기분으로 짐을 착착 챙겨들고

'비구름은 모조리 그라나다로 와라~!!!!!' 하고 마음 속으로 외치며,

내 친구들과 스무명 남짓의 국적이 다른 대학생들과 함께 나는 네르하를 향해 출발했다!



오페라의 동굴


네르하,
네르하는 바다가 아름다운 도시다.

바다 뿐만 아니라 해변이 그렇게 아름다워서

어느 왕은 네르하를 두고 유럽의 발코니라는 칭호를 내렸다고도 한다.

그리고 그 칭호는 두고두고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가 될 만큼 그곳은 그 칭호에 걸맞는 아름다운 곳이라,

지금도 네르하는 유럽의 발코니로 유명한 아름다운 해안도시다.


네르하에 도착하기 바로 전에 네르하의 동굴에 들렀다.

네르하의 동굴에 대해서는 설명서를 읽은 바로는

네르하 동굴의 벽화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동굴 벽화로 2012년에 판명되었다고 한다.


아주 아주 오래전부터 이곳에 사람들이 살았고,

동굴에 그림을 그릴 여유가 있을 만큼의 나름대로 풍족한 삶을 살았다는 이야기.

이런 것들이 이곳에 얼마간 살아본 지금은 모두 이해가 된다.

이 지역에 집시들이 많이 모여드는 것 또한 같은 이유이리라.

네안데르탈인이든 집시든, 정착 보다는 떠도는 생활에 익숙했을 그들이 이곳으로 찾아든 이유.

바로 그 날도 내 머리 위에서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저 안달루시아의 태양!

이 천혜의 선물과 같은 기온 때문이리라!


지금은 조금 바뀌었다 하더라도, 우스갯 소리로 1년 중 2달은 춥고 10달이 따뜻한 이곳에서는,

겨울이 되고 밤이 되어 추위를 걱정할 일도 별로 없었을 것이고,

더운 지역이지만 또 죽을 만큼 덥지도 않기 때문에 사막이 된 것도 아니고.

게다가 시에라 네바다라는 거대한 산맥이 근처에 있으니 시원한 먹을 물도 끊임없이 공급받을 수 있고,

근처에는 지중해가 인접해 있으니, 그들에게는 그야말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아니었겠는가!


나는 동굴을 여러 번 구경한 적이 있다.

가족들과 자주 단양에 놀러가서 고수동굴, 천동동굴 등 정말 아름답고 거대한 동굴들을 많이 보아왔다.

네르하의 동굴은 고수동굴, 천동동굴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동굴 이었다.

고수동굴, 천동동굴을 그 신비로움과 비밀스러움으로 말한다면,

네르하의 동굴은 그 웅장함과 거대함으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네르하의 동굴 안에 설치되어있는 여러개의 관객석과,

그 앞에 마치 오페라의 유령의 무대 세트장을 보는 듯 기이하고 아름답게 펼쳐져 있는 천연의 동굴 무대였다!!!

관객석을 지나, 주 무대를 지나, 마치 내가 오페라의 한 장면 속으로 주인공이 되어 걸어들어가는 듯한 그 느낌은,

네르하의 깊은 동굴을 더 드라마틱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웅장하게 펼쳐진 거대한 천연 살롱을 하나 둘 지나가면서

저 앞쪽에는 마치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파사드를 보는 듯한 신기한 거대한 석주의 무더기가 동굴을 떠받치고 있다!

그 아름다운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놓은 바르셀로나의 그것도 아름답지만,

마치 그것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 태고의 시간 동안 자연이 만들어 낸 네르하 동굴 속 사그라다 파밀리아 또한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놀라웠고 너무나 신비로웠다!


무엇보다 동굴 자체가 너무 거대해서,

좁게 지나가는 길이 거의 없고 내내 광대하게 펼쳐진 공간 사이로 거대한 석주와 종유석을 바라보며

마치 내가 난장이가 된 듯한 느낌으로 동굴을 만끽하다 보니,

동굴 속의 공간 공간이 너무 드라마틱하고 신비로웠다!

언젠가 네르하 동굴의 그 천연 무대에서 오페라의 유령이 상연된다면,

또 그걸 직접 볼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상상만으로도 그 웅장함과 거대함에 압도당할 것만 같다!


어느 동굴이나 마찬가지로 동굴 속에서 사진을 찍어주는 곳이 이곳에도 있었다.

단양이나 네르하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그것이랄까. ㅎㅎㅎ

동굴 구경을 다 하고 나와서 내 사진을 찾아보니 나쁘지는 않게 나왔지만,

가격이 너무 쎄서, ㅎㅎㅎ 그냥 내 눈에 고이 담아온다.



네르하, 그 눈부신 푸른 바다!


Costa del Sol!

태양의 해변이 내내 펼쳐진 아름다운 도로를 지나 드디어 네르하 도착!

어젯 밤에 왜 잠을 설쳤는지 억울할 정도로, 일기 예보에 살짝 그려졌던 구름이 무색할 정도로,

날씨는 판타스틱 베이비 그 자체였다! ^^


가이드를 따라 네르하를 한바퀴 둘러보는 팀과 해변으로 놀러가는 팀으로 나뉘었는데,

우리는 당연히 해변으로 고고씽!

혹시 언제 또 날씨가 돌변할지 모르니, 태양이 축복하는 이 순간은 해변에 상납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얀 골목들을 얼마 안 지나자 눈 앞에 눈부신 네르하의 해변이 펼쳐진다!!!!!!!!

아... 그리웠다! 추운 겨울 내내 너무나 보고싶었던 지중해!!!! ^^


바다만 보면 흥분하는 나는 언제나 처럼 평소보다 기분 업! 업! 업!

이곳 네르하의 해변은 워낙 유명해서 여름이 되면 정말 사람들로 가득 찬다고 들었는데,

오늘은 아직 이른 계절이라 사람들도 그다지 많지 않아서 너무 좋다!

얼른 햇볕이 한웅큼 내리쬐는 자리에다가 비치타월을 깔고, 그 위에 가방을 던져놓고,

수영복으로 장착한 다음, 훗날을 위해 썬크림을 군데군데 덕지덕지 쳐바르고 바로 바다로 출동!!!!


하지만.. 날씨는 따뜻했지만, 물은 아직 조금 찼고, 무엇보다 그날은 파도가 꽤 높은 편이었다.

그래서 아쉽지만 수영은 하지 못하고, 해변을 따라 이끝에서 저끝으로 천천히 거닐었다.

그러다가 파도에 장난도 치고, 파도에 장난 치다가 넘어져서 하마터면 파도에 휩쓸려 갈 뻔 하기도 하고;;;; 하하하;;;

그러고도 좋다고 웃는다. 난 참 바보처럼 바다가 좋다! ^^


네르하의 바다 색깔은...

마치 어딘가에 그런 색을 가진 칵테일이 있을 것만 같은 층층이 푸르른 환상적인 색이다.

옅은 에메랄드 색부터 하늘색, 푸른색 까지...

그림에서만 보던 그 바다는 이 바다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더군다나, 네르하의 해변이 유명한 이유는 그 바다 뿐만이 아니라,

해안을 따라 펼쳐진 언덕과 절벽들이 푸른 바다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여유로운 네르하의 해변에는 이른 썬텐을 하는 사람들, 비치 발리볼을 하는 사람들,

해안 절벽에서 암벽등반을 하는 사람들, 모래성을 쌓는 아이들...

이렇게 이른 여름을 하루빨리 느끼기 위해 네르하를 찾아온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만족스러운 미소에서 전해지는 행복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고,

한발 일찍 찾아온 여름 속에 네르하의 해변은 가리거나 부끄럼 없이 그 자신의 아름다움을

그야말로 당당하고 거침없이 뽐내고 있었다!


네르하의 모래는 고운 모래라 걸을 때 발이 그리 아프지 않고, 그렇다고 사막 모래 처럼 고운 것도 아니라서

물놀이를 하기에는 딱 좋다!

다음에 꼭 다시 한 번 날이 더 따뜻할 때 이 해변에 오고 싶다!



네르하의 넉넉한 인심을 빠에야에 섞어서...


한참 해변을 거닐고 난 후 태양 아래서 앞 뒤로 노릇노릇 썬텐을 하면서 한 숨 자고 나니, 배가 고팠다.

바닷가에 놀러가서는 무조건 먼저 물놀이를 하고, 그 다음 썬텐을 하고, 그 다음 먹어야 한다.

물놀이를 하기 전에 먹을 수는 없으니까. 그 이유는? 외관상. 이라고 해둘까. ㅎㅎㅎ

여튼간에 오기 전부터 들어 들어 알고있던 그 유명한 빠에야 집을 찾아나섰다!


네르하 해변에는 유명한 빠에야 집이 있는데,

저렴한 가격에 엄청 많은 양의 빠에야를 먹을 수 있고, 몇 번이고 리필을 해서 먹을 수 있다고!

그렇기 다녀온 친구들 마다 네르하=빠에야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던 그곳의 빠에야를 먹고 싶었다!


해안가에 펼쳐진 식당들 중에서 그 식당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제일 사람이 많은 곳을 찾으면 되었으니까. ^^

가격은 빠에야 1인당 6.5 유로.

거대한 빠에야 솥(?)에 엄청난 양의 빠에야를 만들고, 거기서 한 접시씩 빠에야를 퍼준다.

그리고 레몬 하나 얹어서 그렇게 일인분.

원하면 리필은 몇 번이고 가능하다.


나는 잘 먹는다. 그리고 많이 먹는다. 뭐 자랑은 아니지만. ㅎㅎㅎ

그래서 각오하고 맛있는 노란 빠에야를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빠에야 맛도 있지만 양도 장난이 아니다.

엄청난 양의 1인분을 다 먹고, 배가 불렀지만, 그래도...

리필이 가능한 식당에서 한번 쯤은 리필을 해줘야~ 나 그곳에서 빠에야 먹어봤다~~~~ 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빠에야 한 접시를 더 담아와서 먹었다.

결국 다 먹지는 못하고 남겼지만, 그래도 같이 간 친구는 네그릇이나 먹을 만큼, 빠에야도 꽤 맛있었다. ^^

그리고 무엇보다 네르하의 푸른 바다가 눈앞에서 펼쳐진 해안가에 자리를 잡고 먹는 샛노란 빠에야는,

그 비쥬얼 만으로도 배가 부르고도 남았다! 눈으로 먹는다는 말은 이런 때 하는 말이 아닐까? ^^



유럽의 발코니, 그 숨막히는 아름다움...


네르하는 해변을 나오니 비교적 한산한 동네가 나온다.

아직은 한창 해변을 찾는 사람들로 붐빌 계절이 아니라서 그런지,

사람이 너무 많지 않은 네르하는 걷기에도 참 좋다.


해안가라 그런지 펴있는 꽃색깔도 선명하고 저 푸른 바다와 어울림을 이룬다.

꽤 유명한 사람들도 자주 찾는다는 네르하의 저 하얀 집들 중에는 아마 그들의 여름 별장도 어딘가에 있겠지.

그런 곳을 튼튼한 두 다리로 이렇게 자유롭게 걸어다니고 있으니 얼마나 좋아!


우리가 놀던 해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유럽의 발코니라 불리는 곳이 있어 우리는 그곳으로 갔다.

길을 물어 물어 평화로운 네르하의 토요일 오후를 걸어 드디어 도착한 유럽의 발코니..!

명불허전이라 했던가.

와.... 진짜 그렇게 숨이 막히도록 아름다운 바다는 그리스의 산토리니 섬, 미코노스 섬에서 보았던 이후로 정말,

정말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그 감동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다..



칵테일 잔을 하나 준비하고 눈 앞에 펼쳐진 바다를 그대로 눈으로 칵테일 잔에 담는다.

그 잔에 레몬 하나를 꽂고 빨대를 하나 꽂으면 그대로 환상적인 칵테일이 될 것 같다!

다부진 몸매의 잘생긴 바텐더를 닮은 네르하의 해안 절벽은 덤이다.

그 칵테일을 한모금 들이키는 순간 내 마음은 힘껏 밀려와 산산히 부서지는 하얀 파도처럼 요동칠 것만 같다!

파도가 스며든 하얀 모래위에 내리쬐는 태양 아래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저절로 들려오는 것만 같다!


그야말로 이곳은 바다를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그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는 곳 같다...

그 중에서도 유럽의 발코니라고 불리는 바로 그 언덕에 올라

그 거대하고 아름다운 발코니에 몸을 기댈때면,

나는 알폰소 12세의 동상 옆에서 그대로 몸이 굳어 동상이 되어도 좋을 것 같다.

아침이 되면 떠오르는 태양과, 저녁이 되면 가라앉는 태양...

그때 그때 바다를 물들이는 형형색색의 노을들에 마음을 적시며,

밤이면 떠오르는 별들과 환하게 빛나는 은은한 달빛 아래 파도치는 저 바다를 바라보며,

그야말로 이 말도안되는 수많은 아름다움들을, '발코니' 안에 모두 담아 마음껏 사랑했던 알폰소 12세를 벗삼아,

그렇게 그곳에 오래도록 머물러도 좋을 것 같았다.


아름다운 곳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와야 한다고.

참 그 말이 이곳에서는 왜이리 와닿던지.

하는 수 없다. 내 안에 욕심껏 가득 그 아름다움을 담아두고,

언젠가 그 아름다움을 나눠주는 수 밖에. ㅎㅎㅎ



기이한 설탕공장과 작은 인형극이 있는 마을, 봄의 프리힐리아나


그 마을의 입구에는 오래된 작은 극장이 하나 있다.

극장이라고는 하지만 사람이 하나 들어갈 수 있을만한 작은 공간에,

동전을 넣으면 그 안에 설치된 인형들이 인형극과 함께 이야기를 시작하는

오래된 작은 자판기식 극장이다.

그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곳에 오래전에 살았던 무어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알푸하라의 작은 마을들을 닮은 그 작은 하얀 마을에서 바라보면 멀리 아프리카를 사이에 둔 지중해가 보인다.

그 바다를 바라보며 그들이 삶을 일구었던 그곳,

네르하 근교의 프리힐리아나.


원래는 프리힐리아나를 올 계획은 없었다.

아름다운 하얀 마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아름다운 하얀 마을은 알푸하라에 많이 있으니까.

또 둘 다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오히려 이곳은 알푸하라의 작은 마을들보다

더 정돈이 되어 특유의 토속적임 보다는 차라리 코르도바의 구시가지를 보는 듯한

깨끗하고 예쁜 마을이라고들 해서,

나는 차라리 네르하의 바다와 더 놀테다, 싶은 심정으로 프리힐리아나는 가지 않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팀으로 움직이는 지라, 다수의 참가인원이 프리힐리아나를 가기 원했고,

마침 물이 차서 바다에서 신나게 들어가 저녁까지 놀만한 상황도 아니었던지라,

뜻하지 않게 프리힐리아나로 향하게 되었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의 하얀 마을들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역시 스페인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뽑혔던 적이 있던 마을인 만큼 프리힐리아나는 정말 아름다웠다.

알푸하라의 작은 마을들과 굳이 차이점을 꼽아보자면,

건물이 더 현대식으로 정돈이 되었달까.

프리힐리아나에도 티나오 라던지 이런 특유의 무어인들의 양식들은 남아있지만,

알푸하라의 마을들 처럼 그 특유의 산골마을 건축양식이 잘 남아있는 자연스러운 하얀 마을은 아니었다.

특히나 굴뚝이 알푸하라와는 많이 달랐는데,

아마도 이곳은 그리 높은 지역이 아니라 그랬는지 몰라도,

알푸하라의 흰 마을들에서 보았던 버섯굴뚝이 거의 하나도 남아있지 않고,

모두 현대식 굴뚝으로 바뀌어 있었던 것이 차이점이라면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프리힐리아나는 아름다웠다.

내가 특히 마음에 들었던 곳은 그 마을의 상징적인 건물이라고 할 수 있는 설탕공장 이었다!

프리힐리아나에 대한 자료를 읽어보던 중, 설탕공장에 대한 이야기가 있길래,

아니 이 마을은 어떻게 된 마을이길래 공장 건물이 상징일까, 하고 생각을 했었는데....

직접 마을에 내려 마을의 첫인상 처럼 우뚝 서 있는 거대한 비대칭의 설탕공장 건물을 보니,

그 정형화되지 않은 아름다움과 설탕공장이라고 상상하기 어려운 절묘한 비례감이

프리힐리아나의 상징이 될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탕공장 앞에 펼쳐진 넓은 광장 너머로 프리힐리아나 전경과 멀리 바다가 보인다.

공장은 들어갈 수 없었고, 그 아래에서 색색깔의 도자기와 아름다운 수공예품을 팔고 있는 기념품 가게에 들렀다.

해안가는 역시 원색을 좋아하는지, 노랑 빨강으로 화려하게 꾸며진 수많은 도자기들과 작은 접시들이 눈을 매혹시킨다!


흑설탕을 잔잔히 뿌려놓은 듯한 은은한 빛의 공장의 정면부 거대한 벽,

비대칭으로 흐르는 곡선과 미묘한 비례감이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분위기,

마치 동화속에나 나올 법한 그 기이하고 아름다운 설탕공장과

그 아래에 눈이 시릴 만큼 선명한 형형 색색의 도자기들과

금속으로 만들어진 나비, 도마뱀들이 진열되어 있는 기념품가게.

그리고 그 앞에 펼쳐진 광장위로 눈이 부시게 뿌려지는 저녁의 햇빛.

이 모든 것이 프리힐리아나를 동화 속의 마을로 만들어 주고 있었다.


하얀 마을들이 아름답다는 마을의 구시가지를 돌아보고 시간이 남아서,

마을의 신시가지를 둘러보기로 했다.

구시가지도 조용했지만, 신시가지는 정말 조용했다.

조용한 하얀 거리를 따라 가다가 문득 프리힐리아나의 묘지를 발견해 그곳에 들어갔다.

나는 언제나 묘지를 산책하는 것을 좋아하니까.



프리힐리아나의 묘지에는 영어로 씌어진 묘비도 많이 있었다.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자, 은퇴 후 여생을 보내기 위한 외국인들도 많이 사는 마을이라서일까.

낯선 곳에서 여생을 보내고 삶을 끝낸 후에도 이곳에 묻히기를 원하는 사람들.

그들에게 이곳은 어떤 의미일까.

나는 아직 그들을 이해하기가 조금 힘들다.

내 사고방식이 좀 구식인지 몰라도, 삶을 마치고 난 뒤 어딘가에 묻힌다면,

내 가족들과 내가 태어난 땅이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프리힐리아나의 묘지에는 의지가 있다.

그 의자에는 작은 글귀가 써있다.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하여...'

그리고 어떤 이의 이름이 적혀 있다.

아마 그 사람은 언제나 이곳에 앉아서 누군가를 기다렸던 걸까.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그의 친구, 그의 사랑하는 사람, 혹은 그의 가족들을...


작은 마을의 조용한 묘지는 한적하고 고요해서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한 그곳에 잠시 앉아 쉬다가 천천히 길을 나서 마을을 조금 더 둘러보기로 한다.


조금 더 걷다보니 마을의 놀이터가 보인다.

나는 놀이터가 참 좋다. 놀이터가 있는 곳엔 아이들이 있고, 아이들이 있다는 건 삶이 있다는 것이다.

그 잠들어있는 마을 같던 고요한 프리힐리아나의 놀이터에도 신나게 축구를 하며 뛰어노는 어린아이들이 있었다.

그 옆의 놀이터에는 스케이드보드를 타는 조금 더 큰 아이들도 있다.

이곳도 사람들이 살고있는 곳이었다.



아마 우리가 차를 타고 이곳을 떠날 때 쯤, 해가 뉘엿뉘엿 저물 때면 놀이터에서 축구를 하던 아이들 하나 둘

모두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 맛있는 저녁을 먹겠지.

그리고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을 신나게 이야기하다 보면 프리힐리아나의 창 밖에도 어둠이 내려앉겠지.

밤바다가 보이는 프리힐리아나의 밤은 어떤 모습일까.

그 위로 수많은 별들이 떠오르고 그 수많은 별들 중 몇몇은 저 넘실대는 지중해로 떨어지겠지.

그리고 또 누군가는 기다리는 자들을 위한 의자에 앉아

돌아오지 않을 누군가를 기다리겠지.


장난감 기차 같은 작은 기차에서 환한 미소와 함께 내리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고

우리는 프리힐리아나를 떠나 그라나다로 향했다.


여름, 성큼 다가온 이른 여름에 처음 만난 네르하의 푸른 바다.

마치 거대한 설탕공장에서 만들어낸 순백의 설탕으로 빚어놓은 것 같은 아름다운 하얀 마을, 프리힐리아나.

그 모두를 싱긋 올라간 입꼬리에 담고

그라나다로 오는 내내 잠이 들었다.


기억이 나지 않는 꿈 속에서는 설탕공장 공장장을 만났던 것 같기도 하다.


네르하, 프리힐리아나 여행 끝~~~~!!!!! ^^




Los Momentos de Nerja y Frigili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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