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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위는 아직도 꿈을 간직하고 있을까..

Granada days/Encanto

by priim 2013. 4. 1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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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아마도 알함브라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할 날이 오겠지.

 

어떤 사람은 그라나다에 가면 알함브라 밖에 볼 게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나에게 알함브라는 그라나다로 가야 하는 이유였고,  

그 알함브라를 둘러싼 도시 어느 곳이라도 그 오래된 붉은 요새의 고즈넉함이 어우러져 '그라나다'를 이루고 있는 모습,

마치 빨간 석류알을 속에 품은 석류(granada) 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 그라나다를 사랑하게 된 이유였다.  

 

12년전, 알함브라에 처음 왔을 때.

그때는 정확한 정보도 없이 대략적인 소개만 읽어보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이라는 제목의 어느 사진에 끌려 이곳에 왔고.

나에게는 정말 엄청난 감동을 주었던 그때의 기억이 너무너무 생생해서,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스페인어를 배우기 위한 도시로 그라나다를 선택한 것이었다.

 

상냥한 물소리...

결코 힘차게 솟구치지 않고 언제나 졸졸졸 고요한 마음과 같이 흘러나오는 분수.  

그 물줄기에 조용히 퍼져 나가는 물테두리...

아침의 반짝이는 햇살 아래 푸른 나무와 꽃들.

굳이 그 세밀한 세공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공간 공간 하나 하나가 새롭게 연출되고, 이어짐을 반복하던 그 놀라움.

 

나는 정말 알함브라 궁전이 좋다.

 

여기 그라나다에 와서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있게 되면서 제일 제일 좋았던 것 중의 하나는,

Corrar de Carbon 에 가서 예약만 하면 일요일 오후 2시에 공짜로 알함브라를 입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이곳에 있으면서 나는 봄의 알함브라, 여름의 알함브라, 가을의 알함브라, 겨울의 알함브라를 언제나 볼 수 있는 영광을 누렸고,

그 옛날 이베리아 반도에 군림하던 무어인의 마지막 왕 보압딜이나, 스페인을 통치하던 강한 여왕, 이자벨라 카톨리카가 부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알함브라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는 나중에, 천천히 제대로 해보고 싶다.. ^^

 

 

알함브라에 올라가면, 표가 없어도 들어갈 수 있는, 휴게실 건물을 제외한 유일한 건물이 있다. 바로 까를로스 5세 궁전.

12년 전, 나는 이 건물이 참 알함브라와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11년 후, 여기 와서 공부하면서는, 공짜라는 이유로 종종 올라가 둘러보기도 했던..  

비교적 편한 마음으로 들락 날락 거릴 수 있는 곳이 되어 있었다.  

 

예전의 못나 보였던 첫인상 보다는, 자꾸 들락거리다 보니 나름의 매력도 보이는 것 같았고,

특히나 이 건물 2층에 있는 갤러리는 학생은 공짜로 들어갈 수 있는데,  

그 안에 가면 그라나다와 관련된 수많은 미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 갤러리는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해서.. 시간이 날 때마다 가게 되는 곳이다.  

 

이곳에 가면 그라나다 출신의 화가들이 그린 그림부터, 그라나다를 배경으로 그린 그림들 까지...

다양한 시대의 다양한 종류의 그림을 볼 수 있다.



<Salida de la familia de Boabdil de la Alhambra> de Gómez-Moreno González, Manuel (1834-1918)

출처 : Granada Fine Arts Museum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그림은, 보압딜이 알함브라를 떠날 때, 궁전 안의 보압딜의 식솔들이 줄을 서서 궁전을 나서기 위해 서 있는 그림이다.

얼굴이 잘 보이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남자는 아마도 보압딜 처럼 보이고,  

그 옆에 도도하게 서서 그 남자를 매서운 눈빛으로 꾸짖는 듯한 여인은 아마도 아익샤 왕비인 듯 보인다.  

그리고 그 뒤로 보압딜의 여인들인 듯한 아름다운 여인들이 저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혹은 품에 안고  

걱정스러운 표정,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서 있는 그 그림을 보면,  

늘 이야기 속에서 상상하던 그들의 모습과, 그들이 살았던 시대의 알함브라를 잠시나마 상상해 볼 수 있어서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의 알함브라로 날아간 듯한 기분이 든다!


<El Velatorio de López Mezquita> de José María López Mezquita (1883-1954)

: 사크로몬테의 한 동굴에서 집시들의 Zambra의 한 장면.

출처 : Granada Fine Arts Museum


또 내가 좋아하는 그림은, 집시들이 그려져 있는 그림인데,  

한 집시 여인이 신들린 듯 플라멩코를 추고 있고, 그 옆에는 간난아기가 놓여져 있다.  

아마도 관 속에 놓여있는 걸로 보아 아이의 죽음을 기리는 듯한 춤사위 인 듯 하다. 

그리고 그 주위에는 아이의 가족들, 즉 다른 집시여인들이 둘러 앉아서 광기어린 흥을 돋운다!  

그 뒤로는 남자들도 고개를 빼고 그 춤사위에 넋이 나간 듯이 바라보고 있다.  

이 그림은.... 정말 직접 봐야 알 수 있다!

그림 속의 인물들의 눈빛 하나 하나가 정말 집시들의 눈빛이다!!!!!!

춤을 추는 여인의 모습을 그린 그림 중에 나는 이렇게 역동적이고 광기어린 그림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인물 하나하나의 표정 또한 정말 살아있는 집시들의 표정 같아서,  

한참을 그 앞에 서서 그림을 보고 있으면 마치 빨려들어갈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또한.. 그 음울한 듯한 배경 속에 광기어린 불빛 처럼 빛나는 춤추는 여인과 주위 집시들의 표정에서,

아이의 죽음 이라는 비극이 zambra 라는 축제와 비슷한 얼핏 보면 희극으로 보이는 장면으로 그려진 것 또한

이 그림만의 독특한 아우라를 만들어내고 있다.


플라멩고가 간혹 우리네 판소리와 비슷하게 느껴지는 것은, 집시들의 한이 담긴 음악이고 그런 춤사위이기 때문이다.

이 그림에서는 그런 집시들의 한과 그들만의 한풀이가 그야말로 생생하게 전달되는 듯 하다.


그리고 또! 내가 좋아하는 그림은. (ㅋㅋㅋ 계속 나온다) 시에라 네바다의 드라마 였나? 아무튼 그런 제목의 그림이다.  

그 림은 아마도 시에라 네바다의 어느 봉우리인 듯 한데, 그 위에 남자가 봉우리를 잡고 올라서 있고, 남자가 아래에 있는 여자로부터 아기 바구니를 건내받고 있다! 여자는 아래쪽에 있으며, 그 옆으로는 이리떼들이 그 아기 바구니를 갖기 위해 짖어대고 있다!

뒤로 보이는 길에는 이리떼의 습격에 쓰러져 있는 말이 보이고, 말의 궁둥이 주위에서 여전히 모여있는 이리들이 보인다!

이 그림은 정말 구도가 예술이고, 자꾸 보고 있으면, 뭔가 소설을 읽고 있는 듯한.. 이야기가 들려오는 듯한 신기한 느낌이 들게 되는 그림이다!

 

여하튼... 그 외에도 까를로스 5세의 궁전, 2층에 있는 갤러리에 가면, 그라나다를 얼마나 많은 예술가들이 사랑했으며, 그 모습에 반하여 얼마나 많은 그림을 남겼는지를 볼 수 있다. 학생은 공짜이고, 학생이 아니라도 입장료는 저렴했던 기억이 난다. 1.5유로 정도 였나? 암튼.

 

Museo de bellas artes de Granada (Granada Fine Arts museum) 공식 홈페이지

Granada Fine Arts Museum Virtual Tour : 이 페이지에 들어가서 Enter 부분을 누르면, 미술관을 컴퓨터로 미리 관람할 수 있고, 각 그림에 대한 정보도 알 수 있다.


지난 봄, 날 좋은 어느 날은 스케치북을 가지고 쭐래쭐래 알함브라 언덕길을 올라와 봄볕을 느끼며 그림을 그렸더랬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하나씩 하나씩 돌아보고 가는데,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음악을 들으면서 그림을 그리고 있자니,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보아도 보아도 질리지 않는 그 모습이 그림을 그리면 그릴 수록 내 안에 들어오는 것 같은 그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때 들었던 음악들도 아직 귓가에 맴돈다...  

스페인 음악을 들었을 것 같지만, 씨엔블루의 사랑빛, 외톨이야 뭐 그런 음악을 들었던 것 같다. ㅋㅋㅋ

봄이고, 신나는 내 기분과 어울리는 음악들이었다. ^^

 


 



어제는, 밤 10시가 넘어 친구와 산책을 하다가 알함브라에 올라갔다.

요즘 알함브라는 야간개장을 하기 때문에, 올라가는 길의 불도 모두 켜져있다.  

그래도 인적이 드물긴 하지만.

 

밤이 되어 올라간 알함브라, 그곳은... 낮에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마치 정말 아주 오래된 이야기 속의 배경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신비로운 곳이었다!

밤이 되어 조명이 켜져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알카사바의 그 묵직함과 당당함.. 그리고 고고함에 우린 잠시 할 말을 잊었다.

 

언제나 알바이신에서 이곳의 야경을 바라보았는데, 어제는 알함브라에서 알바이신의 야경을 볼 수 있었다. ^^

 

밤이 되면 알바이신은, 마치 낮에는 들려오지 않는 마법의 피리소리에 맞추어 춤을 추는 아이들 처럼 생기가 돌고 반짝반짝 빛나는 곳이 된다! 밤이 되면 알바이신은... 살아난다!  

내가 사랑하는 밤의 알바이신을, 알함브라에서 바라보니, 너무 아름다웠다...

저쪽 사크로몬테에서는 벌써 누군가가 판을 벌인 모양이다. 북소리와 음악소리 노랫소리가 구성지게 다로강 일대에 울려퍼진다.  

저 반짝이는 불빛 아래 누군가는 또 엄청나게 수다를 떨어댈 것이다. 수다를 좋아하는 이곳 사람들이니까. ㅎㅎㅎ

 

왕은.. 술탄은, 밤에 홀로 알바이신을 바라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라나다의 내일. 제국의 앞날... 그런 생각을 했을까.

가끔 모든 걸 내던지고 저들과 어울려 한껏 소리높여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술탄마저 떠난 지금. 야간개장 시간도 지난 어두 컴컴한 밤이 되면.

알함브라는 무슨 생각에 잠기게 될까.

오래전 젊은 술탄의 열정적인 지휘하에 아름답게 태어나던 그 때를 꿈꾸고 있을까.

오늘 아침, 분수의 물을 찰랑거리던 꼬마 아이의 꿈을 꾸고 있을까.

 

건축은 시간이 지나고, 그 시간의 흐름을 간직하면서 생명력을 얻게 된다.

그 어느 곳에서 보다 이곳, 알함브라에서 그것을 나는 참되게 깨닫는다.

 

옆으로 가니 까를로스 5세의 궁전이 아직 열려 있었다.

낮처럼 붐비지는 않지만 몇몇의 여행자들이 조용히 궁을 감상하고 있었다.

 

까 를로스 5세의 궁전은 밖에서 보면 네모진 모양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둥근 모양으로 파티오가 있고, 파티오라는 것은 중간 정원. 즉 그 둥근 부분의 천장은 뻥 뚫려있다. 그리고 우리가 까를로스 5세의 둥근 파티오 안으로 발을 내딛었을 때.... 나는, 기하학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낮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밤에는 왜 그런걸까? 정말 원이라는 그 동그라미, 그 안으로 들어갈 때, 마치 우주의 기운이 나에게로 몰리는 듯한 신비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고, 그건 비단 나 뿐만이 아니라 함께 간 친구들도 나와 같은 기운을 느끼고 있었다!

낮에 이곳에 오면, 들어가자마자 뻥 뚫린 둥근 하늘이 보인다. 파아란 그 하늘은 사실 태양 때문에 눈이 아파서 오랫동안 올려다보기 힘들다.

하지만 밤에 이곳에 오니,  마음껏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었다. 그렇기에 원을 더 강하게 느낄 수 있었고, 그 형체가 가지고 있는, 건물의 디자인이 의도했을지도 모를 기운을 느낄 수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그 둥근 밤하늘에는 구름이 간간이 떠 있었고, 별이 드문 드문 떠 있었다.  

마치 지구본을 보는 것 같았다. 우리끼리 여기는 스페인 저기 우리나라는 엄청 커졌네~ 이러면서 놀았다. ㅎㅎㅎ

 

까를로스 5세 궁전의 그 둥근 파티오 한가운데에 서서 말을 하면 궁 전체로 소리가 울려퍼진다!

마치 가까이서 듣는 것 처럼, 공연장에 있는 것 처럼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같이 간 친구에게 노래를 한 곡 청했다! ^^

머뭇거리다가 친구가 부른 노래는 카니발의 '거위의 꿈'.

큰 소리를 부르진 않았어도 이 끝에 서 있는 우리에게는 잘 들렸다.

 

사람들이 거의 없는 까를로스 5세 궁전의 한 가운데에서 거위의 꿈이 울려퍼진다...

 




난.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늘 가슴 깊숙히,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

혹 때론 누군가가 뜻모를 비웃음 내 등뒤에 흘린데도,

난 참아야 했죠. 참을 수 있었죠. 그 날을 위해...

늘 걱정하듯 말하죠. 헛된 꿈은 독이라고.

세상은 끝이 정해진 책처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라고.

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저 차갑게 서 있는, 운명이란 벽 앞에 당당히 마주할 수 있어요.

언젠가 나. 저 벽을 넘어서 저 하늘을 높이 날을 수 있어요.

이 무거운 세상도 나를 묶을 순 없죠.

내 삶의 끝에서 나 웃을 그날을 함께해요.

 

 

... 와우.  

정말 멋진 선곡이었다.

 

까를로스 5세 궁전의 한가운데에서 울려퍼지던 거위의 꿈은..  

마치 그곳, 그 시간, 나를 위해 만들어진 노래 같아서,

난 내 친구의 그 노래에 큰 감동을 받았다.

 

거위는. 아직도 꿈을 간직하고 있을까.

달팽이는. 결국 바다에 갈 수 있었을까.

 

까를로스 5세 궁전을 내려와 사크로몬테를 한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오늘처럼 까를로스 5세 궁전이 멋있었던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아마 그곳에서 그렇게 감동을 받기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아마도.. 친구의 그 노래가 그곳에 울려 퍼졌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지금 이 시간속의 나에게 그 노래가 큰 울림을 주었기 때문이겠지.

 

 

2013년 4월. 까를로스 5세 궁전에 머물던 내 안의 거위에게 다시 한 번 물어본다.  

너는 아직도 꿈을 간직하고 있는지.

저 벽 앞에 당당히 마주할 수 있는지.

 

달팽이는 여전히 열심히 바다를 향해 가고 있는지.

 

 

 

세상의 모든 거위들에게 그라나다 알함브라의 까를로스 5세 궁전의 거위로부터. ^_^




Los Momentos del Palacio de Carlos V Nocturna










그림 두 점을 제외한 내용물의 저작권은 저에게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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