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심상치 않은 하늘과 함께 세마나 산타가 시작 되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시고, 다시 부활하시기 까지 1주일 동안을 기리는 주간.
종교용어로 뭐라고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알고 있다.
작년에 이미 한 번 보았던 세마나 산타이기 때문에, 올해는 좀 더 여유있게 준비할 수 있었다고나 할까.
스페인에서는 크고작은 도시와 마을에서 이 세마나 산타 동안 각종 행렬들이 시가지를 지나가는 행사를 하는데,
각 요일마다 지나가는 행렬의 성격도 다르고 지나는 루트도 다르기 때문에,
또한 각 행렬을 상징하는 예수님상과 마리아상도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각각의 행렬들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또한 이러한 행렬들을 참여하기 위해 많은 그 지역 사람들이 몇주, 몇달 전부터 열심히 준비를 한다.
작년에 세마나 산타에는 비가 많이 왔었다.
그리고, 올해도 마찬가지로 세마나 산타 기간 동안의 그라나다 날씨가 심상치 않다.
내 친구 말로는 세마나 산타 때는 늘 이렇게 비가 온다고 한다.
아마 신도 자신의 아들이 겪었던 고통을 슬퍼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라나다에서도 마찬가지로 세마나 산타 행사를 하는데,
언제나 그 주일을 시작하는 일요일부터 세마나 산타는 시작된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그 일요일 이다.
며칠 전, 아침 일찍 8시 쯤 카테드랄 앞에서 나눠주는 무가지 '20 minutos' 를 받아왔는데,
그 무가지에 딸려서 세마나 산타에 대한 안내를 해주는 작은 책자를 함께 받아왔다.
작년에는 대략적인 정보 밖에 모르고 봤지만,
이번에는 좀 더 체계적인 정보를 알고 각 행렬의 성격을 파악하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Domingos de ramos 에 있을 행렬은
예수의 예루살렘 입성 및 평화의 여인 (Entrada de Jesús en Jerusalén y Nuestra Señora de la Paz)
최후의 만찬 및 승리의 성모 마리아 (La Santa Cena Sacramental y María Santísima de la Victoria) 를 비롯한 총 5개
그 5개를 다 볼 수는 없고,
각 요일마다 제일 볼만한 행렬과 그 행렬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위치를 적어놓은 페이지를 참고해서,
우리는 오후 다섯시 반, Arco Elvira 를 지나간다는 첫번째 행렬,
예수의 예루살렘 입성과 평화의 여인을 상징하는 행렬을 보기로 했다.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은 그라나다의 세마나 산타의 시작을 알리는 행렬이고,
행
렬이 짊어지고 가는 첫번째 조각상은 La Borriquilla(Eduardo Espinosa Cuadros, 1917) 라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으며, Juan, Andrés 그리고 Santiago 세 사람의 사도와 한 여인, 그리고 그녀의 아들이 그 옆에
놓여 있다.
이 행렬이 짊어지고 가는 두번째 조각상은 평화의 여인(?) 이라고 하는 마리아 상인데,
한 손에는 올리브 나무 가지를 들고, 얼굴에는 절망을 가득 품은 조각상이다.
보통, 각 행렬마다 이렇게 예수님상 하나, 마리아상 하나, 총 두 개의 조각상을 짊어지고 가는데,
각각의 조각상은 거의 2톤에 가까우며, 각 조각상을 짊어지는 사람들은 한 번에 40명 정도라고 하니,
각각의 한 사람 한 사람이 짊어지는 무게가 50키로에 육박하는 것이다.
게다가, 조각상은 매우 천천히 움직이며,
이때 조각상의 움직임에 따른 양 옆의 수술같은, 장식된 부분의 움직임이 규칙적이면 규칙적일 수록,
그 행렬의 가치가 높이 평가된다고 하니,
그 무거운 걸 어깨에 짊어지고, 커튼으로 가리워져 발목밖에 보이지 않은 채로 한 참을 걸어가는 그 사람들의
종교를 대하는 진지함에, 저절로 숙연해지는 기분도 든다.
여튼, 이 행렬의 고깔모자 색은 푸른색이고,
이 행렬이 Arco Elvira 혹은 Puerta Elvira 라고 부르는 옛 그라나다의 성문을 지나가는 순간은
행렬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 중 하나라고 한다!
Puerta Elvira 는 우리 집에서 엎어지면 코닿을 곳에 있는 곳으로,
옛 그라나다 성벽에 나 있던 몇 개의 문 중 아직까지 남아있는 문으로,
성벽과 이어지지는 않았고, 우뚝하니 문 하나만 남았지만,
그 성문의 웅장함이 여전히 압도적이고 아름다워서, 언제나 관광객 및 그라나다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이 행렬의 특징 중 하나는
헤브루 인의 복장을 한 꼬마아이들이 행렬의 일부로 참여한다는 것인데,
정말 대여섯살 밖에 안되 보이는 아이들이 엄마의 손을 꼭 잡고,
예수님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에서나 보던 옛 사람들 복장을 하고 걸어가는데,
그 모습이 너무너무 귀여웠다!!!!!
어떤 쌍둥이 아기들은 아직 걷지도 못하는데, 나란히 유모차에 타고
마찬가지로 헤브루인의 복장을 하고 행렬에 참여하여 엄마와 아빠와 함께 나왔는데,
진짜… 너무 귀여웠다! ^^
지나가는 행렬에 참여하는 사람들 하나하나는,
모두가 매우 진지하다.
타지에 나가서 일을 하는 친구들도,
세마나 산타 때는 고향에 가서 세마나 산타 행렬에 참여한다고 들었다.
이들에게는 세마나 산타가 우리네 추석이나 설날과 비슷한 정도의 행사인 걸까.
그곳을 지나가는 행렬은 하나였기 때문에, 비교적 금방 끝이 났다.
나는 원래 그 하나만 볼 생각 이었지만,
나온 김에 센트럴로 가보자 하고 친구와 카테드랄 방향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른 행렬을 또 하나 보았는데,
그때 마침 비가 마구 내리기 시작해서,
행렬은 예수님 조각상을 비닐을 씌워서 카테드랄로 방향을 돌렸고,
색색깔이 꽃잎이 가득 떨어져 있는 카테드랄 옆 길 위로,
꽃잎을 얹은 우산을 쓰고 여기 저기 사람들이 바삐 움직였다.
잠시 후 비는 그쳤고,
길가에 떨어져 있는 수많은 꽃잎들을 마구 뿌리면서 놀고있는 아이들의 모습에
나도 친구와 함께 꽃잎을 한웅큼 들어 흩뿌려 보았다.
바람에 날리는 꽃잎이 참 아름다웠고..
친구는 꽃잎을 가져가서 장식을 하겠다며 가방 가득히 꽃잎을 담고 있었다.
비가 그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반짝 해가 떠서 지는 노을이 카테드랄을 비추었는데,
그 모습 또한 너무 아름다웠다..
세마나 산타 때는 그라나다의 주요 도로에 차량을 통제하는 것 같았다.
특히 그랑비아는 낮시간에는 차가 거의 다니지 않아서, 큰 길 한가운데로 사람들과 함께 걸었고,
길 여기저기, 구운 감자에 치즈와 야채 이것저것을 넣어서 파는 노점상들이 나타났다.
스펀지밥을 비롯한 가지가지 모양의 풍선을 파는 풍선장수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행렬이 지나갈 때, 작은 공에 촛불의 촛농을 묻혀 크게 만들기 위해 준비한 공을 손에 꼭 쥐고 있는 아이들도 보였지만,
아
직 쑥스러움이 많아서인지, 아직 어려서 요령을 잘 몰라서 인지, 선뜻 나가서 행렬의 촛농을 받아오지는 못하는 모습 또한 왠지
귀여웠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 옆에서 얼른 가서 촛농 받아와 보라며 독려해주는 아버지 모습이, 꼭 나 어릴 적 우리 부모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배가 고파져서 친구와 타파를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카테드랄 옆쪽 길에 사람들이 가득 모여있고, 방송국 카메라도 설치되어 있는 게 보여서,
무슨 일인가 하고 가보니, 카테드랄 문이 열려 있었고, 안에서는 아까 보았던 행렬이 밤의 행진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우리는 그곳에서 그 행렬을 보고 가기 위해 기다렸지만,
날이 어둑어둑 해지고 날씨가 심상치 않아져도 행렬은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점점 많아지고,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그래도 카테드랄에서 행렬이 나오는 모습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좁은 자리를 비집고 서 있는데,
하늘에서 빗방울이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참 애꿎게도, 마침 행렬이 행진을 시작하기 위해 카테드랄의 문을 열고 나오고 있던 그 때에…
그래도 예수님 상이 나올때 까지만 해도 상황은 괜찮았다.
비는 그리 많이 오지 않았고,
잠시 후 비가 조금 더 많이 왔지만, 크게 문제가 될 만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비는 곧 장대비로 바뀌었고,
카테드랄의 물 빠지는 곳에서는 마치 폭포수 처럼 물이 떨어지면서,
갑자기 쏟아지는 그 비에 사람들은 어이가 없기도 하고 상황이 웃기기도 한지
마구 웃으면서 우산을 쓰고 우왕좌왕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나와 친구는 우산이 없던 터라, 카메라를 가방 속에 넣고 우산이 있는 사람들 틈에 있다가,
더 이상은 안되겠다 싶어서 집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잠시 비를 피해 있는데,
그때!!! 그 장대비가 내리는 와중에, 카테드랄의 문을 열고 나와 마리아상 행렬이 행진을 시작하고 있었다!!!!!!!!
수많은 촛불을 켜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마리아상은 천장이 있기 때문에 비를 곧바로 맞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그 순간, 정말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와~~!!!!!!! 하는 함성과 함께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폭포수 처럼 비가 쏟아지는 그 가운데,
'빠~암~~~~~~ 빰빠암~~~~~~' 하면서 장엄한 음악을 연주하는 악단이 그 뒤를 따라 행진을 하기 시작했다!!!!!!!
와……
진짜, 그 순간을 카메라에 담지 못한 것이 너무너무 아쉽다.
정말 그 순간은 모두가 감동에 젖어 있었다.
빗속을 뚫고 행진을 시작하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마리아 상의 뒷모습, 그 뒤를 밝히던 수많은 촛불들…
그리고 빗소리에 질세라 큰 소리로 하늘을 향해 울려퍼지던 그 음악소리!!!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그 뒤를 따르지는 못하고,
우리는 다시 장대비 사이를 달려 집으로 왔지만..
카메라에 담지도 못한, 그 순간,
마리아 상이 장대비를 뚫고 카테드랄을 나서던 그 순간의 감동이
잊혀지지가 않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쫄딱 젖은 채로,
사람이 가득한 그랑비아를 뛰어가는데,
이렇게 우산을 쓰지 않고, 모자도 쓰지 않고 비를 맞은게 얼마만인지..
이루 말할 수 없는 자유로움과 상쾌함이 느껴졌다!
그렇게 폭포수와 같은 비와 함께 그라나다의 세마나 산타가 시작되었다!
빗속을 뚫고 당당하게 행진하던 그 아름다운 마리아상의 뒷모습에,
또 그 행렬을 위해 조각상의 아래에서, 앞에서, 뒤에서 비를 맞으며 고군분투하던 그 사람들에게..
커다란 축복이 있기를…!!! ^^
사진과 글의 저작권은 저에게 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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