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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나다의 남쪽, 알푸하라_1 : 구름속의 산책, Trevelez

Granada days/Encanto

by priim 2013. 4. 10.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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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나다의 남쪽.

내 가 살고 있는 알바이신의 아래지역 Elvira 거리의 끝 부분, Arco Elvira 근처에는 Al sur de Granada(그라나다의 남쪽으로)라는 이름의 분위기 좋은 와인바가 하나 있다. 빨간 문틀과 따뜻한 조명,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실내의 따스한 분위기가 창 밖으로도 전해져, 언제나 그 옆을 지날 때면 분위기에 젖어들게 되는 근사한 바. 그 바의 이름이 어느 유명한 소설의 이름이라는 걸 알게 된 건 그 후 였다. 그리고 그 소설이 그라나다의 남쪽,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협곡을 중심으로 흩어져 있는 마을을 일컬어 부르는 알푸하라의 어느 마을에 관한 이야기 라는 걸 알게 된 건 그보다 한참 후 였다.

그 소설은 전쟁이 끝난 후 이상을 꿈꾸는 주인공이 안달루시아, 알푸하라의  Yegen 이라는 마을로 들어와 지내는 7년 동안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로, 그곳에서 알게 된 사람들 이야기, 그 곳에서 사랑하고 결혼까지 하게 된 여인, 그곳을 방문한 벗들에 관한 이야기 등이 담겨져 있다.

나는 언제나 소설 속 배경, 혹은 어느 시인의 시가 탄생한 곳, 그런 문학작품 속의 장소가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글이라는 건 그것을 읽으면서 독자가 그 이야기가 시각적으로 구현된 모습을 상상해야 하는 것이라, 같은 글을 읽어도 그 글 속의 장소나 인물이 구현된 모습은 모두 재각각이다. 똑같은 문학작품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여러 영화들 속의 이야기의 모습이 각기 천차만별인 이유도 그러한 글이 가지고 있는 자유로움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그 글의 배경이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이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예를들어, 레미제라블을 읽으면서 독자가 꿈꾸는 파리라는 도시는, 분명 그 도시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실제의 도시라고 할지라도, 저마다의 상상속에 모두 다른 색과 다른 느낌인 것 처럼.

각각의 도시, 혹은 마을, 또는 어떠한 공간이 가지고 있는 성격은, 굳이 문학작품의 배경이 되지 않더라도, 그것을 느끼는 사람과 시간과 상황, 그러한 요소들에 의해 매우 다양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같은 도시로 여러번 여행을 떠나기도 하는 것이다. 문학 작품 속의 배경이 되는 장소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글을 통해 이미 한 번 상상 속으로 여행을 다녀온 장소를, 다시 한 번 현실에서 찾아 떠나는 과정이다.

비록, 내가 그 소설 Al sur de Granada 를 다 읽진 못했지만, 누군가가 그곳에 매료되어 몇년이나 살면서 사랑에 빠지고 죽을 때 까지 잊지 못했던 그곳이 어떤 곳일까 하는 생각이 나를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산골 마을들, 알푸하라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하얀 마을들, 알푸하라


알 푸하라. 그라나다 남쪽의 시에라 네바다 산맥, 스페인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뮬하센이 있는 그곳의 과달끼빌 협곡(? 계곡?)을 중심으로 산맥 곳곳에 퍼져 있는 마을들을 통틀어 알푸하라 라고 부른다. 알푸하라의 일부분은 알메리아주에 속해있고, 많은 부분이 그라나다주에 속해있다.
이곳은 그라나다가 예전 무슬림의 세력 하에 있다가 카톨릭 세력으로 넘어갔을 때, 그라나다에 살던 무슬림, 무어인들이 카톨릭 세력에 쫓겨 그라나다를 떠나 산 속으로 들어가 마을을 이루며 살았던 곳으로, 그라나다의 무어인들의 마지막 흔적이 남겨져 있는 곳이다. 그래서 알바이신과 마찬가지로 모로코의 마을과 흡사한 점들을 많이 볼 수 있으며, 그 특유의 굴뚝과 티나오 라는 산동네 특유의 건축양식과 함께 그 아름다움으로 워낙 유명하여 많은 여행자들이 그라나다에서 당일치기 여행으로 다녀오기도 하는 곳이다.
또한 앞서 말했듯, 스페인에서 가장 높은 뮬하센 봉우리를 비롯한 시에라 네바다 국립공원에 인접, 혹은 속해있어서 레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의 발길도 사철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그중 가장 많이 알려진 마을은 카필레이라, 부비온, 팜파네이라로 이어지는 트레킹을 중심으로한 이 세 마을이지만, 그 외에도 다양하고 아름다운 작은 마을들이 많이 있다.
그리고 그 작은 마을들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마을이 바로 Trevelez.
선선한 기온과 습도가 스페인의 전통 먹거리인 하몽을 만들기에 완벽하다고 하여, 최고급 하몽의 생산지로도 유명한 그 마을에 가보고 싶었다.
하몽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것 때문은 아니었고, 그저 깊은 자연 속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고 싶었다. 누구나 고요한 마음의 평화가 필요한 때가 있다. 나도 그렇다. 큰 자연의 숨결을 마시고 재충전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알푸하라의 가장 높고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마을, Trevelez 로 가기로 했다.
 




Trevelez를 향해서…

날씨는 심상치 않았다.
한 주 내내 비 소식에 그나마 비가 내리지 않는 날로 계획을 잡았는데도, 저 멀리 몰려오는 구름은 심상치가 않았다.
추위를 잘 타는 나는, 높은 지대 인데다 날씨까지 심상치 않아보여 3월 말에 패딩까지 챙겨입고, 아침 일찍 일어나 든든한 아침으로 두둑히 배를 채운 후 집을 나섰다.

함께가는 친구는 스코틀랜드 친구와 한국인 친구.
스 코틀랜드에서 온 로빈은 지난 여름부터 함께 다녔던 친구로, 논문에 필요한 자료 조사를 위해 그라나다에 와 있으며, 이제 1주일 후면 긴 조사기간을 마치고 돌아가야 했다. 이야기가 잘 통하던 친구였기에 아쉬움이 앞서지만, 그래도 마지막으로 가기 전에 즐거운 추억 하나를 더 만들 수 있어서 기뻤다.
한국인 친구는 그라나다에 온지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늘 밝고 명랑한 친구로 함께 있으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긍정적인 마인드의 친구다.
이렇게 셋이서 함께 우리는 아침 10시, 그라나다에서 Trevelez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구름속의 산책, 신비로운 알푸하라!

트레벨레즈로 향하는 길에는 알푸하라의 작은 마을들이 곳곳에 있다. 주변의 풍경들이 서서히 산세를 타고 목가적인 풍경으로 변하면서 하나 둘 알푸하라의 마을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모든 작은 마을들을 모두 기억하지는 않지만, 너무 아름다워서 꼭 다시 와봐야지 했던 Lecrin, Beznar 를 거쳐서, 맑은 물로 유명하여 물병에서 어렵지 않게 이름을 발견할 수 있는 Lanjaron, 알푸하라에서 가장 큰 마을 중 하나이고 그라나다에서도 가까워 꼭 다시 한번 올 생각인 Orgiva 등등.. 그 많은 마을들이 반짝 빛나는 오전의 햇살을 받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점점 깊어지는 과달키빌 협곡과 멋드러지게 어우러진 주변의 산세가 그 아름다움을 더 빛내주기도 했다.

그리고 포케이라 강이 모습을 드러내며, 알푸하라에서 가장 유명한 세 개의 마을, 카필레이라, 부비온, 팜파네이라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낼 때 였다. 맑았던 하늘에 서서히 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잠시 걱정을 했다. 비가 오거나 흐리면 꿈에 그리던 쨍하고 빛나는 날씨의 알푸하라를 볼 수 없을테니까.
그러나, 그 생각은 신비로운 구름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마을의 모습을 보는 순간 싹 사라졌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구름 속을 달리고 있었다.
주변의 산세가 점점 가팔라지고, 그 중간 중간에 걸쳐져 있는 구름들이 손에 닿일 듯 가까이 보였다. 신비로웠다…
저 멀리 우리가 달려온 길도 어느 새 구름에 서서히 휩싸이고 있었고, 이제 막 들어선 팜파네이라는 완연히 구름에 온통 휩싸여 있었다.
높은 고지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볼 수 있는 그 신비로운 광경이 너무 아름다워 한동안 넋을 잃었다.
나는 등산을 한 적은 많이 있었지만, 이렇게 구름 속에 마을이 휩싸여 있는 걸 본 적은 처음인 것 같다.
날씨라는 게 꼭 맑다고 해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걸 느꼈다고 할까.
산 중턱에서 비를 만나 벼락을 맞으면 어떡하나 하던 내 걱정은 말끔히 사라졌고, 우리를 따라오던 무시무시한 먹구름 덕분에 이런 신비로운 광경을 볼 수 있게 된 것이 너무 감사했다.
아름다운 세 마을, 카필레이라, 부비온, 팜파네이라를 지나면서 서서히 구름에서 벗어났다.
저 멀리 구름이 걷힌 파란 하늘과 구름 사이로 반짝 비치는 햇살이 못내 아쉬울 정도로 구름 속의 산책은 너무 아름답고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맑 고 쾌창한 날 이 마을들을 보기는 쉽겠지만, 비가 오는 것도 아니고 날이 맑은 것도 아닌 오늘 같은 구름에 휩싸인 날씨에 이 마을들을 보는 것은 쉽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에 왠지 뿌듯함 마저 느껴졌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에 저 아래 쪽에 산을 타고 종종 걸음으로 지나가는 색색깔의 양떼가 나타났다!
알푸하라에서 꼭 한번은 보고 싶었던 풍경이었는데, 차를 타면서 보았지만, 그 모습이 너무 평화로워 보여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아름다운 세 마을을 벗어나 몇십분을 달리고 또다른 마을이 나타났다.  

앞선 세 마을만큼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 세 마을만큼 가까이 붙어있어, 꼭 트래킹 코스러 가봐야 겠다고 생각했던 Pitres, Portugos, Busquistar 였다.
그 마을들을 지나는 길 중에는 GR-7 이라는 길이 있었는데, 그 길은 포르투갈에서 그리스까지 도보로 갈 수 있는 길이라고 한다. 포르투갈에서 그리스까지 가려면 몇달은 걸려야 겠지만, 중간 중간에 코스가 좋아서 이렇게 시에라 네바다를 경유해서 지중해를 끼고 구간 구간만 걸어도 꽤 괜찮을 것 같은 길이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걸어서 그리스까지?! ㅎㅎㅎ

앞서 지난 마을들보다 깊은 산 속에 있어 고요한 세 마을을 지나, 구름 속을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한참을 달린 후, 저 멀리 구름 사이로 신비롭게 모습을 드러낸 하얀 마을이 보였다.
몇년 전 까지만해도 스페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마을이라고 알려져 있던 마을.
지금은 비록 스페인에서 두번째 높은 곳에 위치한 마을이지만, 스페인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뮬라센에 올라가기 위해서 꼭 들러야 하는 마을.
하몽과 맛있는 음식으로 유명해 멀리서도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오기도 하는 그곳.
우리가 가고있는 바로 그곳, Trevelez 였다.


 



해발1486m, Trevelez 에서의 맛있는 점심식사

Trevelez 는 알푸하라 중에서도 큰 마을에 속하고, 마을은 높이에 따라 세 구역으로 구분된다. 버스는 각각의 구역에 한번씩 정차하고, 우리는 마을의 가장 높은 구역에서 버스에서 내렸다.
높 은 곳이기 때문에 엄청 추울 거라고 염려했던 것과는 달리, 바람은 선선하게 불었지만 햇빛이 좋아서 따뜻하기까지 한 그 곳의 기온이 우리를 반가이 맞아주었다. 앞서 지나온 많이 알려진 마을들 보다는 덜 알려진 마을이라 관광객도 잘 눈에 띄지 않았고, 이따금 일을 하는 지역 주민들이 보여 얼른 인사를 하면 살짝 수줍어하긴 하지만 반가운 얼굴로 맞아주는 그 모습이 더더욱 매력적인 그곳의 모습은 참 기분좋은 첫인상 이었다.

먼저 그 마을의 지도와 안내자료를 구하기 위한 Ayuntamiento 를 찾았다.
마을에는 따로 관광을 위한 안내소는 없는 것 같았고, 마을의 작은 Ayuntamiento 에서 관광 안내의 업무를 대신하고 있었다.
그곳을 주로 찾는 사람들은 주 목적이 하이킹 혹은 등반이기 때문에, Ayuntamiento 에도 주요 하이킹 코스와 시에라 네바다 국립공원의 등반 코스를 안내하는 자료가 대부분 이었다.
몇가지 자료를 챙겨들고 그곳을 나와 Ayuntamiento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라나다에서도 세시간을 넘게 산길을 달려온 지라 모두 배가 고파서, 점심을 먹는 것이 최우선 이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진리가 괜히 있는게 아니다.
내 친구 로빈은 채식주의자다. 버스 안에서 트레벨레즈의 유명한 하몽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 사실을 깜빡한 내가 로빈에게,
"식당에 가면 하몽을 큰 접시로 한 접시를 시켜서 함께 나눠먹자!" 라고 했더니, 로빈이 하는 말.
"나는 또띠야를 먹을 테니까, 너희는 하몽을 먹어. ^^"
"왜? 거기 하몽이 엄청 유명하다는데, 한번 먹어봐야지~!"
"나도 그러고 싶지만, 써니, 나는 채식주의자 잖아. 난 또띠야로 만족해."
란다. 하하;;; 미안해라.

여튼, 채식주의자이기 때문에 트레벨레즈에 와서 하몽을 먹지 않은 로빈은 참 아쉽지만, 나와 내 친구는 하몽과 트레벨레즈의 수프를 주문했고, 로빈은 트레벨레즈 셀러드와 흰 스프를 주문했다.
하 몽은 역시 기가 막혔다. 적절하게 짭쪼름하고 촉촉한 질감이 과연 왜 이곳의 하몽이 유명한지 알 수 있을 것 같았고, 다음에 나온 트레벨레즈의 수프 역시, 고산지대라는 특징 때문인지, 육개장을 방불케 하는 꽤나 얼큰한 맛의 수프가 나와 우리는 음식에 완전 만족해하며 맛있게 먹었다. 특히나 트레벨레즈의 수프에는 하몽을 비롯, 살치챠 쵸리소 등의 소세지가 잘게 썰어 들어있어서, 쫄깃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었다!
그리고 특히 대박은 로빈이 주문했던 트레벨레즈의 샐러드 였는데!!! 우와.. 양도 양이거니와 그 신선한 야채들이 입 안에서 씹히면서 뿜어내는 시에라 네바다의 신선함!!!!!! 그리고 그 샐러드에는 올리브유에 뭔가 노란색의 양념을 더 한 것 같았는데, 여튼 일반적인 샐러드보다는 좀 더 진한 맛의 토핑이 인상적인 맛있는 샐러드 였다!!!
아마 다른 어떤 걸 주문했어도 맛있을 것 같았고, 왜 이곳이 맛있는 음식으로 유명한 곳인지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트레벨레즈의 수프와, 샐러드와 맛있는 하몽, 그리고 그 어느 빵 보다도 촉촉하고 바삭바삭 했던 맛있는 빵이 눈 앞에 아른거린다.

나 와 내 친구가 먼저 식사를 마쳤고, 로빈은 어마어마한 양의 샐러드를 먹고 있었는데, 로빈이 내 친구에게 샐러드를 좀 먹지 않겠냐고 물었다. 참고로 내 친구는 아직 스페인어에 익숙하지가 않다. 그래도 어쨌든 뚝딱뚝딱, 나는 배가 부르다, 나는 야채보다는 고기를 좋아한다, 라고 이야기를 전했고, 로빈이 그 말을 알아듣는 것 같았다. 그런데, 아마 배가 부르다는 말은 못 알아듣고 고기를 좋아한다는 말만 알아들었나보다. 그래서 내가,
"00야, 아마 로빈이 너가 고기를 좋아하고 더 먹고싶다는 걸로 이해했나봐. 배가 부르다는 건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
하고 내 친구에게 전했다. 그랬더니 내 친구가,
"아 진짜?!"
하고 당황해하며 한국말을 했다. ㅋㅋㅋ 그랬더니 로빈이, 그 이야기를 듣고,
"살치챠? 소세지가 더 먹고 싶니?" (살치챠는 스페인 소세지의 한 종류다. ㅋㅋㅋ)
하고 되묻는데, ㅋㅋㅋㅋ, 그 모습이 너무 재미있었다. ㅋㅋㅋㅋ
아마, 아진짜? 하는 발음이 살치챠? 하고 비슷해서 생긴 오해 같은데, 그래도 '소세지를 더 먹고 싶니?' 라는 말이 너무 웃겼다. ㅋㅋㅋㅋ
아 진짜. 친절한 로빈씨. :D




목장길 따라 산길 거닐어~♪

여튼, 유쾌하고 즐겁게 식사를 마치고 나와 우리는 근처의 하이킹 코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트 레벨레즈와 그라나다는 거리가 꽤 되기 때문에, 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첫차를 타고 가도 도착시간이 1시 쯤 되며, 트레벨레즈에서 돌아오는 막차의 시간이 5시 반이기 때문에, 당일 여행을 계획했을 때는, 4시간 반 정도의 시간 밖에 그곳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없다. 마을을 보는 것만이라면 별 문제가 없지만, 하이킹이나 등반을 함께 하기에는 살짝 시간이 모자른 감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긴 코스의 하이킹은 하지 못하고, 가까이 있는 코스의 어렵지 않은 곳을 택해 걸었다.

길 의 입구에는 올레길이나, 순례자의 길 처럼 길이 이어진다는 표시가 있다. 이곳에서의 표시는 하얀색과 초록색의 줄이 나란히 그어져 있는 것이다. 갈림길에서 길이 아닌 곳에는 그 표시가 X로 되어 있고, 길인 곳으로의 표시는 = 표시로 되어 있다.
하얀 마을에서 벗어나 길에 들어서고 나서 주변은 점점 산과 나무들만이 보이게 되었다.
낯익은 자연의 냄새를 폐 속 깊은 곳까지 가득 채우고, 선선한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들이 마음 속 작은 걱정거리들을 훌훌 날려버렸다. 한 순간 한 순간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었다.
군데 군데 농장이 눈에 띄었고, 멋진 말과 소들이 자연 속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 비가 와서인지, 길이 군데 군데 질퍽한 곳이 있긴 했지만, 대체로 걷기 좋은 길이 계속 되었다.

여기서도 혹시 내가 아는 나물이 있나 찾고 있는데, 앞서가던 내 친구는 달래가 지천이라며 달래를 뽑아 보여주었다! 음~ 향긋한 풀 냄새!
한참을 걷다 보니 맑은 강이 하나 나온다. 이 강이 아마 Rio Trevelez 트레벨레즈 강 인가보다.
상냥한 강물소리가 기분좋게 들려온다. 몇몇 등산객들이 우리와 반대 방향에서 걸어오고, Hola! 하며 반가운 인사를 전한다.

길 을 걷다가 셀프 타이머로 우리끼리 사진도 찍고, 여기 저기 아름다운 산들과 그 사이를 손에 닿일 듯 가까이 지나는 뭉게구름, 그 뒤로 푸른 하늘까지, 그림같은 그 모습에 넋을 잃고 사진을 찍느라 앞선 두 친구보다 뒤떨어져 걸었지만, 기분은 너무 좋다!
물이 흘러 살짝 질퍽해진 길을 건너는데, 어디선가 날아온 노란 나비가 날개를 팔랑거리며 우리가 지금 봄의 한 가운데에 들어와 있다고 속삭인다.

봄에는 역시 산에 가야 한다.

근사한 파노라마 같은 풍경을 스치며 한 시간쯤 걸었나, 돌아가는 시간을 포함해서, 마을까지 둘러보기 위해서는 시간이 간당간당 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한 봄의 가득한 자연의 향기와 좋은 사람과의 즐거운 시간들을 통해 얻은 기분 좋은 느낌을 가슴 가득히 담은 채.




샹디 한 잔, 따뜻한 봄볕 그리고 Trevelez

하이킹을 끝내고 마을로 가는 길에 축구를 하는 어린 아이들이 보였다. 올라! 하는 인사에 반갑게 웃어주는 모습이 참 순박하다.
마을 군데 군데 식수를 마실 수 있게 해놓은 수도꼭지 같은 곳이 있어, 목을 축이고 잠시 숨을 돌린 후 마을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러한 식수를 마실 수 있게 해놓은 장소도 모로코의 마을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군데 군데에서 옛 무어인들의 마지막 흔적들이 보인다.

트 레벨레즈를 비롯한 알푸하라 마을들의 특징은 알바이신과 마찬가지로 하얀 집. 거기에 알푸하라만의 특징적인 양식이 있다면 버섯을 닮은 신기한 굴뚝과 집 앞 길의 천장을 막아 길 위의 공간을 활용하고, 집 앞 길 또한 앞마당 처럼 사용하는 티나오가 있다.
또한 이러한 마을들의 집들은 안쪽으로 깊숙히 들어가 있는 구조로, 추위와 더위를 잘 견딜 수 있게 되어 있다.
여느 마을과 트레벨레즈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좀 더 높은 곳에 있기 때문에, 저 멀리 아직 하얀 눈이 그대로 남아있는 설산이 보인다는 점이랄까.
또한, 모로코에서 보았던, 산위에 마을이 있기 때문에 모기를 쫓기 위한 것이라던, 나무에 사람 키 높이 까지 페인트를 칠해놓는 것을 이 마을에서도 보았는데, 여기는 하얀 페인트를 칠해놓고 있었다.

하 얀 마을 트레벨레즈는 알푸하라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마을 답게 주변에 온통 높은 산들로 둘러쌓여 있어, 봄을 맞아 푸릇푸릇한 산들에 둘러쌓여 대자연의 품에 안겨있는 그 모습이 더더욱 인상적이다. 하늘에서는 쨍하고 따듯한 봄볕이 내리쬐는데, 그 뒤로는 아이스크림 처럼 하얗게 눈이 쌓인 설산이 보이는 것 또한 인상적이다. 




 


마을의 제일 윗부분을 둘러보며 내려오다보니 어느 새 마을의 중간 부분의 광장에 다다랐다.
하 이킹을 마치고 숨을 돌릴 곳을 찾고 있던 우리는 광장의 한 바의 노천 테이블에 앉아 음료를 주문했다. 나는 레몬음료와 맥주를 섞은 샹디를 주문했고, 내 친구들은 각각 맥주, 까페 콘 레체를 주문했다. 이곳도 그라나다주에 속해있는 지라 공짜 타파로 한 접시 가득 맛있는 올리브가 나왔다.
노란 레몬색에 레몬 맛이 나는 맥주 샹디를 햇빛에 비춰본다. 투명한 봄볕을 받은 레몬 맥주가 잔 가득히 햇빛을 머금고 아름답게 빛난다. 레몬맛 샹디 한 잔에 트레벨레즈의 봄 햇살을 가득 담아 시에라 네바다의 멋진 풍경을 곁들여 입 안에 머금고 알푸하라의 봄을 음미해본다. 향긋한 레몬 향에 섞인 따뜻한 봄 내음이 가득 전해진다.





Trevelez 의 하몽, 하몽!

트 레벨레즈는 앞에서도 말했듯 세 개의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제일 윗 부분, 중간 부분, 제일 아랫부분이다. 그리고 각각의 부분마다 광장이 하나씩 있고, 그 광장들을 중심으로 음식점과 바가 있는데, 제일 윗 부분의 광장 주변에는 그래도 몇 개의 음식점과 바가 있지만, 중간 부분의 광장에는 그렇게 많은 음식점이 없었고, 바가 하나 있을 뿐이었다.
그 하나 있는 바에서 샹디를 마신 후, 우리는 마을의 나머지 부분을 구경하며 제일 아랫부분으로 내려갔는데, 마을의 제일 아랫부분 커다란 광장 너머에는 그 유명하다는 트레벨레즈의 하몽에 관련된 시설들이 엄청 많이 있었다!!!!

트 레벨레즈를 찾은 목적이 하몽이라면, 이 점에 유의해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우리의 경우는 하몽 보다는 하이킹과 마을 구경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지만, 트레벨레즈의 당일 여행일 경우,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하몽을 목적으로 그 마을을 찾는다면, 윗 부분과 중간부분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아랫부분으로 내려와 하몽에 관련된 시설들을 많이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마을의 아랫부분에는 트레벨레즈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중심으로 하몽을 만드는 시설과, 하몽 관련된 제품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나는 보지 못했지만, 하몽을 만드는 시설에 가면, 하몽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도 볼 수 있다고 들었는데, 시에스타 시간에도 열어놓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하몽을 파는 가게들도 많이 있는데, 그 가게들마다 들어가면 하몽이 주렁주렁 걸려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하몽의 저장 창고도 따로 있는데, 그 안을 들여다보면 정말 창고 가득히 천장부터 바닥까지 가득히 하몽이 가득 매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도 하몽, 저기도 하몽, 정말 하몽의 천국이다!!! 심지어는 하몽의 모양을 본딴 재미있는 입간판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길에는 여러개의 하몽을 트랙터 같은 기계로 실어 나르는 아저씨가 하몽을 싣고 운전을 하고 계셨고, 가게들마다 하몽을 사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나 는 여기 저기를 기웃거리며 보다가, 하몽의 가격이 얼마냐고 물었는데, 처음에는 작은거에 50유로 라는 거다! 깜짝 놀라서 작은거 한 팩에 50유로냐고 물었더니, 잘라져 있는 하몽을 물은 거냐며, 진공 포장이 된 하몽 한 팩을 가져오며, 2.8유로 라고 했다. 아마도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저 하몽 한 덩어리가 작은 게 50유로 라는 거였나보다. 한참 고민 끝에, 그래도 트레벨레즈에 왔는데 하몽을 하나 사가야지 하는 생각에 2.8유로를 내고 하몽 한 팩을 사서 가방에 챙겨 넣었다. 로빈은 형에게 선물할 하몽 모양의 작은 열쇠고리 하나를 샀다며 보여주는데, 손가락 길이보다 작은 앙증맞은 작은 하몽이 빨간 줄에 매달려 있는게 참 귀엽다. ㅎㅎㅎ

 



다시 그라나다로…

이 렇게 마을의 제일 아랫부분에 있는 광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이, 어느 새 그라나다로 가는 버스가 광장에 도착했다. 돌아가는 버스는 트레벨레즈의 제일 아랫부분에서 한번 정차하고, 그 다음 중간 부분에서, 윗 부분에서 한 번씩 정차한다.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했던 것 처럼, 그라나다에서 올 때는 윗 마을에서 내리고, 위에서 아랫부분으로 마을을 돌아본 다음, 마을의 아랫 부분에서 그라나다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는 것을 추천한다. 산골 마을이라 워낙 경사가 심해서, 아랫부분에서 거꾸로 걸어올라가려면, 꽤나 힘들 테니까. ^^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는 나도, 로빈도, 아마 내 친구도 우리 모두 정도의 차이는 조금씩 있었지만 멀미에 시달렸다. 특히나 로빈은 굽이 굽이 치는 산길을 돌 때마다 멀미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알푸하라, 특히 트레벨레즈 처럼 거리가 꽤 되는 마을에 갈 때에는 멀미약을 준비해야할 것 같다. 돌아가는 길에도 올 때 처럼 알푸하라의 작은 다른 마을들을 하나씩 들르며 갔다. 해가 지는 노을에 비친 그 마을들의 모습이 아침에 구름 속에 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또다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어느 마을을 지나는데 언덕 위에 갈색 말 한 마리가 멀리 시에라 네바다 산맥과 깊은 협곡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생각에 잠긴 것 같기도 하고, 불어오는 바람에 날리는 갈귀에서 자유로움이 느껴지기도 하는 멋진 풍경 이었다.

돌 아오는 길에는 Orgiva라는 마을에서 15분간 정차를 하며 버스가 쉬어 갔다. 그 마을은 그라나다에서 한시간 정도 밖에 걸리지 않고, 알푸하라에서도 큰 마을에 속하기 때문에 다른 마을들과는 다르게 각종 현대적인 체인 마켓들도 들어와 있었다.
로빈의 이야기로는 이 마을에는 히피들이 많이 와서 살고 있다고 한다. 왠지 그들의 마음이 이해될 것 같기도 하다. 알푸하라에 살고는 싶지만, 첩첩 산중에 내내 살고 싶지는 않을 때, 알푸하라의 어느 마을로든 가까운 거리에 있는 Orgiva 는 자연과 문명의 그 중간점에서 자연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분명히 매력적인 장소이다.
한 때는 나도 카필레이라, 부비온, 팜파네이라.. 이 마을에서 한동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변변한 슈퍼나 마켓도 제대로 있지 않은 곳에서 살면 문명에 익숙해져 있는 나는 생각보다 많이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Orgiva 정도의 마을이라면, 어느 정도의 문명의 혜택도 누리면서 자연의 아름다움도 만끽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다른 마을들에서 보았던 그림같은 하얀 마을은 찾아보기 힘들겠지만.


 


 


Trevelez, 하루 동안의 여행을 마치며…

휴 식시간이 끝나고 차가 그라나다를 향해 달리기 시작하자 어느 새 날이 어두워져 있었다. 문득 모로코에서 야간 버스를 타고 페즈로 향하던 길이 생각났다. 밤하늘에 별이 가득했던 기억 때문에, 야간버스는 너무너무 힘들기도 했지만, 동시에 너무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평평하고 곧은 길을 달리면서 멀미가 어느 정도 잦아들자, 몸은 여전히 힘이 들었지만 마음이 평온해 지는 걸 느꼈다.
그리고 오늘 하루 동안 시에라 네바다의 품에서 보았던 여러가지 자연의 모습들을 돌이켜 보았다.
구 름 속의 하얀 마을을 달리던 기억,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시큼한 말똥 냄새와 흙냄새 가득한 아름다운 길을 걸었던 하이킹, 지대가 높은 트레벨레즈에서 태양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 그 빛을 가득 담아 마셨던 시원한 샹디 한 잔, 입 안에서 촉촉하게 씹히던 그 질감이 예술이었던 맛있는 하몽까지…
그리고 이 모든 것들에 함께했던 좋은 친구들.

이 모든 것이 퍼즐처럼 완벽하게 맞추어져 근사한 하나의 그림 처럼 느껴졌다.

자 연으로 돌아가면, 자연은 우리에게 언제나 무언가를 내어준다. 나와 내 친구들에게 그림같은 하루의 추억을 선물해 준 아름다운 시에라 네바다의 대자연과 그 속의 하얀 마을 트레벨레즈가 언제나 푸르고 자유로운 그 모습 그대로이길 바라며, 그 날의 행복했던 기운을 다시 한번 가슴속으로 깊이 되새겨 본다.

언젠가 그곳을 찾은 누군가의 가슴 속에도 그날 우리가 느꼈던 행복함이 그대로 전해지길 바라며… 

 



Los Momentos de Trevelez 











































































































































































































































































 

 

사진과 글의 저작권은 저에게 있습니다. ^^



2013/04/10 - [Granada days/흥미로운 이야기] - 그라나다의 남쪽, 알푸하라_1 : 구름속의 산책, Trevel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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