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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을 걷다, Albyzin

Granada days/Encanto

by priim 2013. 4. 10.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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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이신의 어느 길 위에서>


그라나다에 대해 소개하려면 알함브라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알바이신이다.

알바이신은 알함브라 궁전의 건너편 언덕에 위치한 아주아주 오래된 집합 주거 지역이라고 보면 되겠다.

원래 그곳의 기원은 그라나다에 이슬람 세력이 지배하던 때에,

알함브라를 건설하기도 더 전에 무슬림들이 모여 살던 동네라고 한다.


알함브라를 건설할 때에, 그라나다에는 무슬림과 유대인 두 부류의 세력이 공존했었는데, 무슬림들이 모여살던 동네가 알바이신이고, 유대인들이 모여살던 동네가 알함브라를 기준으로 알바이신과 반대편에 위치한 언덕의 또 다른 마을이다.

두 세력의 충돌을 막기 위해 그 사이에 알함브라가 지어졌다고 하는데, 여행자들로 바글바글한 늘 시끌벅적한 알바이신과는 반대로, 유대인들이 모여살던 동네는 늘 조용하다. 무슬림들이 모여살던 알바이신 거리와 주택들이 특유의 분위기가 더 살아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알함브라 궁전이 바라보고 있는 곳이 알바이신 이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이 들이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다가 카톨릭 세력이 그라나다를 차지하게 되었을 때, 그들에게 종교를 바꾸면 이곳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해주고, 그렇지 않으면 이곳을 떠나라고 했는데, 종교도 바꾸지 않고 떠나지도 않은 사람들을 재판한 곳이 지금도 유대인 지구에 가면 볼 수 있는 어떤 성당(이름이 기억 안난다;;) 이고, 그곳에서 재판을 받고 끌려가서 처형을 당한 곳이 지금은 아름답기 그지없는 비브람블라 광장이다.

햇볕이 따스한 날 새소리, 분수소리를 들으며 햇볕을 쬐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던 그 아름다운 광장에 이런 잔인한 역사가 숨어있었다는 건 참 아이러니 하다. 역사 속의 아름다운 건축물들에는 늘 잔인하고 슬픈 역사가 함께한다. 그들이 만들어지기 위해 어마어마한 힘이 필요하고, 그 힘이 유지되기 위해서 피를 보는 건 불가피한 것이기 때문일까.


어 쨌든, 당시 무슬림들이 모여살던 알바이신은 지금은 글쎄, 단기간 묶고가는 여행자부터 시작해서, 그라나다에 유독 많은 학생들과 그라나다 주민들이 함께 시끌벅적하게 살아가고 있다. 아, 그리고 이곳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이다. ^^


<알함브라에서 바라본 알바이신>


하지만 뭐, 유네스코가 지정을 했든 안 했든, 나는 이 동네가 너무 좋다!

알함브라에 올라 알바이신을 바라보거나, 알바이신의 미라도르에서 알함브라를 바라보면 그야말로 이와같은 특별한 공간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깊은 감동이 느껴진다.

알함브라는 그야말로 건축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아름다운 궁전이지만, 알함브라를 바라보는 알바이신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특별한 궁전이 될 수 있었을까.

또한 알바이신도 매력적인 동네이지만, 오래되고 아름다운 동네는 이 세상에 알바이신 말고도 많이 있다.

하지만 알함브라와 같은 아름다운 궁전과 이렇게 대놓고 마주보면서 서 있는 서민들의 주거지역이 또 어디에 있을까.

알함브라와 알바이신은 그야말로 서로 없어서는 안 될 '지기' 같은 존재들이라고 생각한다.

그 오랜 세월을 서로 바라보면서 나누었던 수많은 이야기들은 이제 그 사이를 흐르는 다로강을 타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여전히 알함브라와 알바이신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그 유구한 세월 서로를 지켜주던 그 모습 그대로

그라나다의 중심에 우뚝 서 있다.

나는 이런 곳이 너무너무 좋다.


잠시 덧붙이자면, 알함브라와 알바이신에는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도 어마어마한데, 그 중에 하나가 그 사이의 길에 대한 이야기이다.

알바이신에 올라가기 전, 다로강변을 따라 나 있는 알바이신과 알함브라 사이의 길의 이름은 Paseo de triste.

즉, 슬픔의 길 정도가 되겠다.

이 같은 이름이 붙은 데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연인들이 이곳을 함께 지나가면 헤어지게 된다는 이야기이고, 또 하나는 알함브라의 마지막 왕자 보압딜이 왕궁을 카톨릭 세력에게 빼앗기고 그곳을 떠날 때 지나던 길이 이곳 paseo de triste 라서, 이곳을 지나면서 보압딜이 슬퍼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알바이신에는 ㅋㅋ 개똥이 엄청 많다.

그라나다는 스페인에서도 거리가 깨끗한 도시로 손에 꼽힐 만큼 깨끗한데, 다른 쓰레기는 없어도 유독 개똥이 많이 있다.

그래서 이곳에서 우리들 사이에 알바이신의 상징은 mierda, 즉 똥이다.

또한 이곳은 언덕에 위치한 동네이다. 여기서 tacone, 즉 하이힐은 왠만하면 비추다.

또한 바닥이 미끄러운 플랫슈즈도 왠만하면 피하는 게 좋다.

물론 등산에 자신있다거나 미끄러운 돌바닥 오르막길도 스파이더맨처럼 착착 붙어서 걸을 자신이 있다면 또 모를 이야기지만. ㅎㅎ


하지만 이 두 가지, 개똥과 미끄러운 오르막길만 조금 조심하면 알바이신은 그야말로.. 이보다 더 매력적일 수 없는 동네다.

알바이신에 여행자 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집시들이다.

알바이신의 바로 뒷동네가 사크로몬테라는 곳인데, 그곳은 아직도 집시들이 동굴을 파고 살아가고 있는 곳이다.

사람들이 알바이신을 위험하다고 하는데, 물론 좁은 골목길이기 때문에 조심은 해야하지만,

사실상 알바이신은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

왜냐하면 새벽 늦게까지 학생들과 여행객들이 지나다니기 때문에..

하지만 사크로몬테는 위험하다. 밤에는 특히 안 가는게 좋다고 들었다.



<사크로몬테와 알바이신 사이에 위치해 있는 미라도르 산 미겔 알타>

그라나다의 집시에는 두 부류가 있는데, 저 멀리 루마니아에서 들어온 집시들과 히피들이다.

내가 보기엔 히피들 중에는 유러피안도 있고 아프리칸들도 많이 있는 것 같다.

그래도 히피들 중에는 친절한 사람도 있다.

언젠가 미라도르 산 미겔 알타에 올라가는 길에, 동굴 앞에서 커피를 마시던 히피들이 우리보고 이리와서 같이 커피를 마시자고 한 적도 있었다. ㅋㅋㅋㅋ

그 전 까지만 해도 동굴에, 동굴을 지키는 사나운 개에 완전 무서웠었는데, 커피 마시자던 그 이야기 때문에 긴장을 풀었던 기억도 난다. 하지만 그래도 왠만하면 친절만 받고 커피는 안 받는게 좋다. 그 이유는 뭐 알아서들. ㅎㅎㅎ

어쨌든 그래서 그들이 다 나쁜 사람들은 아니란 이야기다. 그냥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생활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알아서 조심하면 피해를 입지는 않을 거란 거다.

간혹 알바이신에서 피에스타를 할 때면, 집시밴드를 불러서 라이브 음악을 듣는 경우도 있는데, 완전 신난다. ^^

하지만 그들의 주타겟은 여행객들이니 만큼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그라나다의 집시는 역사가 깊어서, 집시에 대한 예술작품도 많이 있고, 그 유명한 플라멩고 역시 그 춤이 가장 번성한 곳은 세빌리아 이지만, 그 근원은 그라나다의 동굴에 모여살던 집시들의 춤사위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집시들과 여행자들이 한데 섞여 거리를 누비는 곳이 바로 알바이신이다.

간 혹 공원에 가면 대마초 냄새가 코를 찌르지만 (나는 이곳에서 처음 대마초 냄새를 맡았는데, 일부러 맡은 게 아니라 공원 옆을 지나가면 워낙 화장실 옆을 지나갈 때 똥냄새가 나는 것 처럼 대마초 냄새가 사방에서 풍겨와서 안 맡을래야 안 맡을 수가 없다.), 그래도 큰 부딪침 없이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건 개인적으로 이 동네, 알바이신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알바이신에는 좁은 골목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그다지 지구가 크지는 않아서 한 일주일 돌아다니면 금방 외울 수 있다. 나는 한 달 정도 걸렸지만. ㅋㅋㅋㅋ

어쨌든 이런 미로 같은 북아프리카 스타일의 좁은 아랍식 골목들을 돌아다니면 군데 군데 아름다운 광장과 분수들을 만날 수 있다.

알함브라를 지었던 사람들은 북아프리카에서 온 사람들로, 사막에 살았기 때문에 물이 아주 소중한 사람들이었다.

그 래서 알함브라 역시 물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오고 언제나 물이 흐르는 공간으로 만들어 물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그 뿐 아니라 서민들의 식수 또한 중요시 여겨, 저 멀리 시에라 네바다의 깨끗한 물을 이곳까지 끌어다가 알바이신의 군데 군데에 알히베(al jibe?)라는 물저장고를 만들어 알바이신 구석구석까지 시에라 네바다의 깨끗한 물이 흐르게 만들고 또한 구석구석에 분수를 만들어 이곳의 주민들에게 물을 누릴 수 있게 하였다.

덕분에 지금도 그라나다의 수돗물은 시에라 네바다에서 내려오는 깨끗한 물이라 그냥 식수로 사용할 수 있다.

내 가 만약 이슬람 지배 당시 알바이신에 살았던 무슬림 이었다면 왕조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지 않을 래야 가지지 않기가 힘들었을 것 같다. 골목길을 가다 불쑥 불쑥 그림처럼 튀어나오는 알함브라 궁전은 마치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처럼 극한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며 당당하게 서 있고, 동네 구석구석 이 높은 언덕까지 어느 집 하나 깨끗한 물이 들어오지 않는 곳이 없으니, 어찌 그 왕조에 따르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뭐 어디까지나 내가 알고있는 것에 한해서 생각했을 때 말이지만. ㅎㅎㅎ


또한 알바이신에서 볼 수 있는 것들 중에는 Carmen 이라는 이름표가 있다.

카르멘 하면 사람 이름으로만 알고 있던 나는,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 이 동네에는 카르멘이라는 사람이 엄청 많이 살고 있구나 하고 생각을 했다.

그 런데 알고보니 카르멘은 사람 이름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한옥' 처럼 이곳의 특정한 양식을 가진 고풍스러운 집을 말한다고 한다. 카르멘의 조건 중에 하나는 파티오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멋진 풍경을 조망할 수 있어야 한다. 또 하얀 집이어야 한다. 다른 조건은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그런 조건을 만족해야 카르멘이 된다고 한다.

오 래된 동네라서 집값이 다른 현대건물보다 쌀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도 이런 언덕에 있는 불편을 감수하고도 매일 알함브라를 내 집 앞마당에서 누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알바이신의 집값은 다른 최신 시설의 아파트 보다 비싼 편이다. 특히나 고풍스러운 카르멘은 더더욱 비싸다. 하지만 역시나 알함브라가 내 집 안에 들어와 있는 것과 같은 풍경을 가질 수 있고, 이런 매력적인 동네에서 살아갈 수 있다면 충분히 더 비싼 가격을 치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내 가 사는 집은 카르멘은 아니지만, 알바이신에 많고 많은 아랍식 하얀 건물이다. 파티오가 하나 있고, 창이 나 있긴 하지만 외벽의 두깨가 두꺼워서 햇빛이 직접적으로 집 안으로 들어오지는 않는다. 이곳의 집들은 전부 창문에 발을 치고 있는데, 햇빛이 직접 들어오지만 않으면 40도가 훌쩍 넘는 타들어갈 듯한 여름에도 집 안에서는 시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바이신에서 내려다 본 해 질 무렵 그라나다와 알바이신, 그리고 멀리 보이는 그라나다의 옛 성벽>


알바이신에는 옛 그라나다의 성벽이 지난다.

예전에는 거기까지가 그라나다 였고, 그 밖에는 집시들이 살았다고 한다.

지금은 물론 그 너머까지 집시가 아닌 사람들이 살고 있다.

성벽은 군데 군데 끊겨져 있는데 그 중에 그라나다 밖으로 나가는 문이 하나 있다.

Puerta de peso  혹은 Puerta Nueva 라고 불리는 문이다.

이곳에는 예전에 장이 섰던 곳이라고 한다.

장에서는 무게를 재는 추를 사용했는데, 공인된 추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Puerta de peso 라는 말의 peso 는 'pesa : 무게' 라는 말에서 비롯되었으며,

지금도 그 문 위에는 기준이 되었던 추를 매달아 놓은 흔적이 있다.


그 문을 지나면 나오는 작은 광장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Plaza larga 이다.

어느 날인가 수업시간에 Palacio dar al-horra 라는 알바이신의 작은 궁전같은 곳에 간 적이 있다.

그곳은 보압딜의 어머니가 살았던 곳으로, 규모는 작지만 마치 알함브라의 나사리궁을 축소시켜 놓은 듯한 미니 알함브라 같은 느낌을 주어서 너무 아름다운, 마치 비밀의 정원 같은 곳이었다. 언젠가 이곳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싶다.

어쨌든 수업시간이 끝난 후 미치요와 함께 그곳에 다시 가자고 하고는, 그림도구와 카메라 이것저것을 챙겨서 그곳을 찾아 나선 적이 있다.

그 러나 끝내 찾지 못하고(그때만 해도 알바이신의 길눈이 어두웠기 때문이기도 하다;) 길을 헤매다가 들어선 광장이 plaza larga 였는데, 그곳에 있는 aixa(아익샤는 보압딜의 어머니의 이름이다) 라는 작은 바에서 시원한 맥주와 함께 공짜 타파로 빠에야를 곁들여 먹었었다. 그 빠에야와 맥주 맛이 얼마나 맛있던지. ^^

나 중에 알고 보니 그곳 Palacio dar al-horra 는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2시 까지만 개방되고 그 외의 시간에는 닫혀있기 때문에 찾을 수 없었던 거였다. 물론 나는 우리 학원 선생님에게 이야기해서 한 번 더 갔다. :)


여 튼간에 그런 추억이 있는 곳이라서 내게는 더더욱 소중한 Plaza larga 와 Palacio dar al-horra 는 알바이신에 살면서 하나 하나 발견할 수 있는 수많은 숨겨진 보물 중에 하나다. 그라나다와 알바이신이 좋은 이유는, 첫째가 아름답기 때문이고, 둘째가 한번에 그 매력을 다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며 셋째가 알면 알 수록 더더욱 좋아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Plaza larga 의 bar aixa 옆에 있는 독특하고 귀여운 어느 건물. 알바이신 에서는 독특한 건물에 속한다>


알바이신에 대해 쓰려니, 아무래도 끝이 날 것 같지가 않다.

언 젠가 다시 한번 알바이신에 대해 쓰고, 또 쓰더라도 그 매력을 내가 다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어쨌든 오늘은 여기까지 써야겠다. 나는 알바이신이 너무너무 좋다. 그리고 알바이신이 있기 때문에 그라나다가 너무너무 좋다.


깊은 밤 좁은 미로같은 골목길을 걷다가 우연히 고개를 들었을 때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처럼, 지금도 창문을 열면 여기저기 반짝이는 알바이신의 불빛이 보인다. 이런 곳에서 잠시나마 살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며. 오늘은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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