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 후 둘째날, 미라도르 산 니콜라스에서 같은 호스텔 같은 방에 묶었던 친구들을 우연히 만났다. 뒤로 멀리 보이는 곳이 알함브라 궁전>
이곳에 처음 온 1월이 생각난다.
스페인 남쪽 안달루시아, 과연 우리나라 겨울 보다는 따뜻했지만, 시에라 네바다 라는 거대한 산 옆에 있는 이곳 그라나다는 안달루시아 중에서도 유독 추운 도시였다.
특히나 해가 지고 난 후에는 온열기구를 사용하고서도 덜덜 떨 만큼 많이 추웠다.
별도의 난방시스템이 필요하지 않은 날씨 덕에, 또한 이곳 문화가 좌식문화가 아닌지라 바닥도 딱딱한 돌바닥이라 추위는 더했다.
이곳은 물값 전기값이 비싸다.
그래서 온수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그다지 길지 않다.
한국에 있을 때는 아침 저녁으로 하루 두번씩 매일 간단히 샤워를 하던 나의 생활습관은 이곳에서는 사치일 수 밖에 없었다.
한 번에 온수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대략 5분~10분 정도.
온수통에 직접 불이 지펴지는 것을 보고, 불이 점화되면 따뜻한 물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그 또한 펄펄 끓는 따뜻한 물은 아니다.
추 운 날보다 더운 날이 몇 배는 더 많은 이곳에서는 굳이 온수 시스템이 필요없기 때문인가 라고도 생각해 봤지만, 그 역시 가스 등등의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또한 내가 살고있는 이곳 그라나다의 알바이신 지구는 대부분의 주택이 오래된 주택이라 도시가스 등을 설치하기 힘들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여튼, 언젠가 포춘쿠키에서 읽었던 말처럼 가난은 재앙이 아니라 불편인지라, 조금 불편하긴 해도 이제는 익숙해졌고, 또한 다른 장점이 많이 있기 때문에 나는 낡은 이 집에서의 생활이 좋다.
<알함브라 궁 뒷편으로 멀리 보이는 하얀 눈으로 덮인 산이 그라나다의 또 다른 상징, 시에라 네바다>
처 음 이곳에 왔을 때 생소했던 것 중 하나가 가스레인지에 직접 성냥으로 불을 붙이는 거였다. 그건 아직도 왜 그런건지 잘 모르겠는데, 이곳에서는 가스레인지에 손잡이를 돌려도 불이 저절로 켜지지 않는다. 이곳 뿐 아니라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그렇다는 이야기를 친구에게 들었다. 그럼 어떻게 불을 붙이느냐? 가스를 켜놓은 채 성냥 또는 점화기로 매번 직접 불을 붙인다. 왜 그런거지? 기술력이 떨어져서 그런가, 아니면 오래된 것을 잘 버리지 않기 때문에 그런가, 아니면 뭣 때문이지? 린나이 가스레인지가 스페인에 들어온다면 잘 팔리지 않을까. 하는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해본다.
여튼, 이곳에서의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점들을 블로그에 적어볼까 한다.
일단은 FACEBOOK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가족들에게 내 소식을 전하기 위하여.
또 하나는 게으른 나의 특성상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기록이 남지 않을 것 같아서, 소중한 이 날들의 기록을 남기기 위하여.
이 두 가지 이유에서 이곳에 기록을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소 횡설수설하는 면이 없지 않겠지만, 훗날 읽어보면 분명 소중한 기록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지금 이곳에서의 날들은 나에게 이미 더없이 소중한 날들이기 때문에.
끝으로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미라도르 산 니콜라스에 올라가 알함브라를 바라보면서 들었던 플라멩고 음악을 올려본다.
언제나 사람으로 가득한 미라도르 산 니콜라스, 그라나다의 많은 미라도르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이곳에는 특히 일요일이면 여지없이 거리의 플라멩고 음악가들이 등장해 기타와 함께 노래를 한다.
그리고 여기. 지금. 이곳은 2012년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그라나다. 알바이신의 낮은 지역. 어느 하얀 집 3층의 작은 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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