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세비야-모로코 여행기 04 : 거짓말과 비누, 그 이해하기 힘든 관계

Granada days/Viaje!

by priim 2013. 5. 10. 08:50

본문

마라케쉬, 그 둘째 날이 밝았다!  

 

아침에 일어나 아직은 뜨거워지지 않은 따뜻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 아침을 먹고 있자니,

어제 새벽 2시까지 일어났던 모든 일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마라케쉬가 이렇게 나를 열렬하게 환영해 줄 줄이야!  

그래도 절대 오늘은 어제처럼 바보같이 당하지는 않을테다, 라는 각오를 다지고 힘을 내기 위해 아침을 열심히 먹었다!

 

호스텔의 아침은, 호스텔의 옥상에 위치한 테라자에서 먹는데,

아침 식사 메뉴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무난한 모로코 빵과 소스, 뭐 그랬던 걸로 기억한다.

단, 테라자에 뷔페처럼 차려져 있고, 즉석에서 빵을 구워주거나 음식을 만들어 내 주는 조리사분들이 몇 분 계셔서,

따끈따끈한 아침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좋은 점이랄까.  

그리고 아침을 먹고 난 후에 마신 따뜻한 차도 여러 종류가 있어서 마음껏 골라 마실 수가 있었다.

 

 

압둘을 찾아서... 

 

안달루시아의 뜨거운 6월의 태양에 달궈질 대로 달궈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모로코의 마라케쉬의 태양은 그 마지노선을 훌쩍 넘어버린다.

다행히 밤새 열기가 식혀진 선선한 마라케쉬 시가지 구석 구석에 오늘 하루도 각오 하라는 듯한 쨍한 아침 햇살이 슬금 슬금 스며든다.

오늘 하루는 느긋하게 호스텔의 풀장에서 수영도 하고, 밤에는 즈메 알프나 광장의 야시장이나 보면서 천천히 놀아야지, 하고 생각은 했지만,

어제 압둘 그 녀석에게 받아야 했던 돈을 받아야 했고, 사막투어를 예약했던 여행사가 정말 존재하는 여행사인지도 확인해 보아야 했다.  

사막투어에 걸어놓은 예약금도 있었던 터라, 이래저래 걱정되는 마음을 안고 어제 압둘을 만났던 향수가게로 갔다.

 

아직 문을 열지도 않은 가게 앞에서 기다리고 있자니, 압둘의 형이 가게 문을 열기 위해 나타났다.

압둘은 오지 않냐고 물어보니, 잘 모르겠단다.  

그래서, 어제 압둘이 자기가 없으면 자기 형에게 돈을 받으라던 말을 떠올리고, 자초지정을 이야기하면서 그래서 나는 내 돈을 돌려받기 위해 왔다고 이야기를 하니, 그 형이 하는 말이  

"그것 참 안됬다. 그런데 나와 압둘은 배가 다른 형제라서 친형제는 아니고, 같이 살고 있지도 않아, 그래서 그 돈을 줄 수 없어."

아놔.  

그래, 잘못은 압둘이 했고, 형에게 돈을 받으라던 무책임한 말도 압둘이 했으니, 아무것도 모를 압둘의 형이 무슨 잘못이겠어 하는 생각으로 그럼 압둘이 언제 오냐고 물어보니, 한두시간 후에 올 것 같다고 한다.  

그럼 그때 다시 올게. 하고 가게를 나와서, 이번에는 서둘러 어제 갔던 길을 따라서 사막투어를 예약했던 여행사를 찾아갔다.

길을 찾는 게 쉽지는 않았다, 어제는 뒷골목으로 요리조리 갔던 터라, 정확히 거기가 어디였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고, 더더군다나 어제는 밤에 갔던 것이라서, 낮에 보는 거리와는 많이 달랐다.  

믿을 만한 건 다행히 어제 여행사에서 챙겨 온 명함 한 장.  

그 명함에 적힌 주소를 찾아가 보는데, 뭔가 어제 왔던 길 같긴 한데, 여기가 거기 같고, 거기가 거기 같은것이 길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도 웃기는 건, 어제 그렇게 낯선 길거리 뒷골목을 헤매고 다녔더니, 오늘은 왠만한 낯선 거리도 익숙해져 있더라는 것이다.  

호되게 첫째날을 보낸 보람이 아주 없지만은 않은 듯 하다. 하하하..

 

 

계약금을 지켜라!  

 

사막투어를 예약한 여행사를 찾기 위해 명함을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보여주며 물어 물어 찾아간 곳은!!  

같은 여행사의 다른 점포인듯한, 작은 구멍가게.
그 구멍가게 앞에 세워져 있는 사막투어 푯말이 아니었으면 여행사라고는 생각치도 못했을 그 가게를 보자, 왠지 불길한 예감이 앞섰다.

그래, 여기 여행사들 다 저렇더라, 다 조그마한 구멍가게에 푯말 걸어놓고 장사하던데 뭐.  

하며 스스로를 다독이고 그 사람들에게  

"나는 어제 사막투어를 예약한 사람이야, 취소를 할 경우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알고 싶어 왔어."  

라고 이야기를 하니, 그 사람들이 어딘가로 전화를 하고는, 그 예약을 한 사무소는 다른 곳에 있는 사무소이기 때문에, 그곳에 가야 한단다.  

휴... 그래도 없는 곳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또 열심히 마라케쉬 시장을 구석구석 가로질러 그들이 가르쳐 준 곳에 가보니, 과연 어제 왔었던 사무실이 그대로 있었다!!!!

사실, 아까 아침을 먹으면서 어제의 일들을 같은 숙소에 머무는 다른 한국인 여행자들에게 이야기하니,  

어쩌면 그 여행투어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며, 계약금만 사기 당한 것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걱정을 걱정을 있는대로 했었는데, 그래도 없는 사무소가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다! ㅜ.ㅜ

취소를 하게 될지 어떨지는 몰라도,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면 그냥 이 투어로 가면 되니까. 

 

사무소 문을 열고 들어가서,

"어제 예약을 했던 사람인데, 다른 투어사에 더 저렴한 가격이 있어서 친구들과 그 투어로 가고 싶어서 왔어.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라고 물어보니, 계약금을 돌려주긴 힘들다며, 곤란해 한다.

사실 계약금이라는게 원래 돌려받기는 힘들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러면, 조금 더 싸게 해줄 수는 없어? 내가 내 친구 두명을 더 투어에 데리고 올게!"

라고 이야기하니,  

"그래, 좋아, 그렇다면 그 다른 투어사에서 부른 가격으로 해줄게, 하지만 우리 투어가 훨씬 좋은 거야. 사막에서 낙타를 타는 시간이 아침 저녁으로 1시간 반씩이나 되거든!"

이라고 이야기하며 가격을 흥정해준다! 아싸! ^^

사실, 너무 저렴하게 투어 가격을 깍는 것이, 한국인 여행자의 이미지와도 연결되기 때문에 그다지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래도 어쨌든 이들 입장에서는 손님 두명을 더 데려오고, 우리는 더 싸게 갈 수 있고 좋은 게 좋은 거 아닌가?!  

그렇게 해서 다행히 계약금을 사기 당하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덩달아 가격도 깎았다는 만족스러움에 다소 즐거워진 기분으로 여행사 사무실을 나왔다.

 

마라케쉬에는 사막투어를 하는 여행사가 많이 있다.

사막투어는 1박2일과 2박3일 투어가 있는데, 난 1박2일을 가보지는 않았지만, 1박2일 투어와 2박3일 투어는 가는 사막이 다르다고 들었다.

2박3일 사막은 메르주가 사막으로 주로 가는데, 1박2일 투어는 다른 사막이고, 정말 우리가 생각하는 사막에 가고 싶다면 2박3일 투어를 가는 것이 낫다는 정보를 인터넷으로 들었다.

호스텔에 도착하면 먼저 호스텔에서 제공하는 사막 투어가 있다.

투어를 알아볼 시간이 없다면 호스텔에서 제공하는 투어를 가도 된다. 아침이 되면 가이드가 호스텔로 와서 투어를 신청한 손님들을 픽업해서 간다. 

또, 호스텔에 들어가는 골목길에 여행사가 하나 있는데, 얼핏 보기에는 여행사 같아 보이지 않아도, 오며 가며 마주치는 할아버지가 사막투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손님들을 끌어모은다. 보통은 호스텔 바로 근처에 있는 여행사의 투어가 호스텔 투어 가격 보다 싼 편이다.  

그리고 그외에 현지에서 알아볼 수 있는 많은 사막투어 여행사들이 있다. 길을 가다가 사막투어라고 영어로 써 있는 표지판이 있다면 그곳이 바로 여행사이다.  

하지만 모로코에서는 언제나 모든 일에 의심에 의심은 필수이기 때문에, 믿을만한 여행사가 아니라면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기도 하다.  

내가 갔던 여행사의 명함을 어디다 두었는지 모르겠지만, 찾게 된다면 정보를 올릴테니, 유용하게 이용하시길. ^^ (맨 아래 참조)

사 막 투어의 코스는 대부분 비슷하다고 보면 되고, 차이가 있다면, 첫날 묵는 숙소의 퀄리티와 사막투어 시 낙타를 타는 시간으로 구별할 수 있다. 그 외에는 거의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단, 차의 크기도 투어마다 다를 수 있으니, 몇 명이 함께 가게되며 몇인용 차를 타고 가는지 꼭 물어보는 게 좋다.  

 

 

비누와 거짓말, 그 사이 어디쯤엔가 숨어있는 그들의 본 모습 

 

어쨌든간에 사막투어는 해결이 되었고, 어제 공항에서 만난 착한 모로코 형제가 마라케쉬에서 꼭 가보라고 이야기해줬던 곳 중 한 군데는 가봐야 할 것 같아서, 즈메 알프나 광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종탑과 같은 곳을 갔다.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고, 밖에서 둘러보기만 했다.  

이것저것 하는 사이 벌써 머리 꼭대기까지 와버린 뜨거운 태양 아래 마라케쉬 시가지는 이미 반정도 달구어져 있었고,  

저기 보이는 종탑이 가만히 서 있는지 흐물흐물 움직이는지 구분하기 힘든 뜨거운 열기 속에,

지나치게 타이트한 어제를 보낸 탓인지 몸과 마음의 긴장이 풀어질 대로 풀어진 나는, 만사가 귀찮아서 그냥 시설 좋은 호스텔에 다시 들어가서 풀장에서 수영이나 해야겠다 싶어 호스텔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돌아가는 길에 길에서 파는 과일을 좀 사고, 빵집에 들어가 그 맛있다는 모로코 요거트도 사가지고 호스텔로 돌아가는 길에,

압둘네 가게에 지나가는데, 압둘이 가게 앞에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아직 압둘과의 사이에 계산이 남아있지! 단단히 마음먹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어제 네가 나에게 도려준다고 했던 돈 기억나지? 그거 받으러 왔어."

라고 이야기를 하자, 압둘 왈.

"어, 그거 은행이 오늘 일을 안한데. 그래서 못 줄 것 같아."

아니 이 녀석이.  

"거짓말 하지마. 넌 어제 분명히 나에게 돈을 돌려준다고 했고, 난 그 돈을 받기 전까지는 여기서 한 발자국도 안 나갈꺼야."

라고 강하게 나가자, 이 녀석 하는 말.

"너도 어제 재미있었잖아, 그 술은 내가 너 때문에 특별히 산 거란 말이야. 왜 돌려달라는 거야?"

" 나는 어제 그 술을 마시지도 않았고, 내가 마시고 싶다는 말도 하지 않았어. 너는 요리를 가르쳐 준다고 했잖아. 그런데 요리는 가르쳐 주지도 않았고. 나는 마시지도 않은 술 값을 낼 수는 없어. 그리고 어제 너는 나에게 분명히 돈을 돌려주겠다고 했잖아."

"마음대로 해! 나는 돈 없어."

이렇게 실랑이가 한참 이어졌다.

나참,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모로코 사람이랑 스페인어로 한국에서도 잘 못 하던 말싸움을 하고 있자니 내 상황이 참 우습기도 하고 겁도 좀 나기도 했지만 그래도 뭐  

'사람들 뻔히 다니는 시장골목에서 별 일이야 있겠어?'  

싶은 마음에 말도 안하고 꿋꿋이 가게 안에서 버티고 있었다!

말없이 버티고 있다가 중간 중간 실랑이로 큰소리도 나고 하자, 이 녀석과 같이 장사를 하는 친구들도 그렇고 이 녀석도 그렇고 장사를 하는데 방해가 되니, 슬슬 안되겠다 싶었나 보다.  

 

그때 마침, 이란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손님 하나가 들어왔다.  

그런데 이 손님이 자기 부인에게 준다며, 비누며 향수며 오일이며 이것저것 꽤 많이 사는 거다. +_+

한참을 쇼핑을 마친 그 손님이 돌아가고 현금이 생기자, 압둘이 나에게 돈을 건내 주었다!

"자, 이거 받아. 이제 됐지?"

"그래, 이제 됐어."

휴.... 이렇게 실랑이 상태가 함흥차사로 길어지면 어떡하나 내심 걱정 했었는데, 다행이다 싶었다! ^^

돈을 가지고 가게를 나가려고 하는데, 뒤에서 그 녀석이 나를 불렀다.

"잠깐, 이거 가지고 가."

하면서 건내주는 건 그 가게에서 팔고 있던 비누 하나.  

무슨 오일로 만든 비누라며 좋은 거라고, 건내주면서 하는 말이,

"너에게 소리 지르고, 기분 나쁘게 만들어서 미안해. 그래도 니가 마라케쉬에 대해서 좋은 기억만 가지고 갔으면 좋겠어."

아니, 이건 무슨 식스센스도 아니고. 어떤 게 이 녀석의 진짜 모습이지?  

방금 전까지도 말도 안되는 거짓말에 변명을 늘어놓으며 나와 싸우던 녀석이 갑자기 미안하다며 비누를 건네주니,  

잠시 벙쪄서 그 비누를 바라보다가, 비누를 받고,

"그래, 고마워. 나도 장사하는 가게에서 큰소리를 내서 미안해. 그만 갈께. 잘 지내. 안녕."

라고 이야기를 하고 호스텔로 돌아왔다.

 

아직도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그 녀석은 분명 어설픈 거짓말쟁이였던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또 완전히 나쁜 넘은 아니어서 다행히 나에게 아무일도 없었던 거고, 미안한 마음에 비누까지 줬던 거겠지.  

그 래도 순식간에 수십가지 모습으로 바뀌는 압둘의 모습은, 내 손목을 잡으며 곤니찌와를 열심히 외치던 능글맞은 웃음의 마라케쉬 상인들, 다짜고짜 헤나를 그리던 여인의 모습과 함께 도저히 속을 알 수 없는 마라케쉬의 사람들에 대한 나의 첫인상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하루 이틀 여행지로는 재미있지만, 이런 도시에서 오랜 시간을 살지는 못할 것 같다.  

그래도, 그 어설픈 거짓말쟁이 녀석을 만나서, 큰 일도 당하지 않고, 좀처럼 볼 수 없는 마라케쉬의 뒷골목과 마라케쉬 사람들의 본모습을 조금은 엿볼 수 있었던 것 같아서 나름 마라케쉬에서의 시간들은 만족스럽다.

어느 곳으로 여행을 가든 모두가 나를 웃으며 반겨줄 거라고는 이제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모습으로 나를 맞이하든, 그 모습이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그 여행지와 그곳 사람들의 모습이고,  

그 사람들의 그런 모습까지도 이해하게 된다면, 여행을 떠나기 전 사진으로만 보던 그 여행지의 속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게 아닐까.

 

그 비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직도 쓰지 못하고 책상 위에 놓여져 있는 그 비누를 보면,

이제는 마라케쉬의 압둘 그 녀석의 어설픈 수작들과 거기에 또 속아 넘어갔던 내 모습이 생각나서, 피식 하고 웃음이 난다.

가게에서 큰 소리로 싸우던 일 하며, 그러고 나서 돌아서는데 쥐어주던 저 작은 비누를 생각하면,  

그래도 그 모든 일의 마지막이 저 오일비누로 인해 재미있는 해프닝으로 마무리되어져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아마 오랫동안 잊지 못할 깊은 첫인상을 나에게 남긴 도시, 애증의 마라케쉬가 생각난다.  



민트가 펄떡펄떡 날아다닐 것 같은 싱싱한 모로코 민트티! 

 

뜨 거운 낮 시간 동안에는 지친 몸과 마음을 내일 있을 사막투어를 대비하여 재충전하기 위해 호스텔의 풀장에서 수영도 하고 낮잠도 자며 느긋하게 보냈다. 저녁에 해가 질 때 쯤, 호스텔에 머무는 한국 여행자들과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 시내로 나갔다. 

야시장 준비가 한창인 저녁의 즈메알프나 광장을 가로질러, 시내로 조금 더 나가 작은 식당의 이층으로 올라갔다.

이 곳의 식당은 참 스타일이 캐쥬얼하다. 누군가가 이층에서 싸움을 했는지, 아니면 단체로 축구관람을 했는지, 바닥에 음식들이 마구 흩어져 있었지만 어쨌든, 그 옆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옆자리를 좀 치워달라고 부탁을 하니 슥슥 치워준다.  

재미있는 곳이다. 아마 깔끔하지 못한 것을 도저히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이러너 곳을 여행하는 게 좀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뭐, 그 식당에서 먹은 타진은 정말 맛있었다!!!!! 게다가 식후에 먹은 모로코 민트티는 정말 예술!!!!!!!

알 리바바에 나오는 램프 같은 차주전자가 한사람당 하나씩 나오는데, 뚜껑을 살짝 열어보니, 그냥 통째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싱싱한 민트가 꾸역꾸역 많이도 들어가 있다! 강렬한 민트향이 일품인 민트향에 설탕을 듬뿍 듬뿍 타서 먹으면 바로 그 맛이, 한 번 맛을 보면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모로코 민트티의 개미굴이다! ㅋㅋㅋ  

그라나다에도 테테리아가 많이 있지만, 모로코에서 맛보았던 진한 민트향과 달짝지근하고 혀에 착 감기던 그 맛은 아직 찾지 못했다.

그 싱싱하다 못해 그냥 주전자를 뛰쳐나올 것만 같은 민트에서 우러난 민트 향에서 깊고 진한 북아프리카 토양의 맛이 느껴지는 것도 같다.

 


위 : 우리가 먹었던 타진! 즈메 알프나 광장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의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다! ^^

위 : 양이 푸짐한 넓적한 모로코식 빵과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맛있는 타진!

위 : 오손도손 복닥복닥한 분위기가 참 좋았던 우리가 식사를 했던 어느 식당 

 

목숨걸고 카드결제하기! 

 

해가 지는 마라케쉬를 바라보며 민트티를 마시다가 문득, 사막 투어의 계약금 외의 금액을 오늘 내로 내야 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사무실이 문을 언제 닫을지도 모르고, 투어는 내일 새벽에 출발인데 오늘 내로 돈을 못 내서 자리가 없어진다면 큰일이다!

그래서 다른 여행자들과 헤어져서 서둘러 여행사 사무실로 찾아갔다.

다행히 아직은 문을 닫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사막 투어의 비용이 만만치가 않아서, 아무래도 앞으로의 여행 기간동안 현금이 얼마나 필요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카드로 결제를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드로 결제해도 되요?"

라고 물어보고 오분도 채 안 되어 나는  

'아, 그냥 현금으로 낼껄~' 하고 그 질문을 한 걸 후회하고 있었다.  

교통사고 사망률 전세계 1위인 모로코 마라케쉬의 도로 한 가운데에서  

잘 알지도 못하는 모로코 사람이 운전하는 오토바이 뒷자석에 앉아서...  

카드로 결제는 가능하지만 카드를 결제하려면 조금 더 가야 한다고 자기를 따라오라고 하는 사무실 직원을 따라 내려가니,

그곳에는 오토바이가 한 대 서 있었다. 멀리 가야 하냐고 물어보니, 그리 멀지 않고 오토바이 타고 금방이라면서 뒷자석에 타란다.  

이제 와서 아니라고 하기도 뭐하고, 얼마 안 되는 거리라니 괜찮겠지 하는 생각에 냉큼 오토바이 뒷자석에 올라탄 것이다.  

와... 마라케쉬의 골목 골목을 곡예하듯 오토바이를 타고 빠져나가, 몇차선인지 알 수도 없는 마라케쉬의 대로에서,

한 국에서도 위험하기 때문에 한 번도 타지 않았던 오토바이를 뒷자석에 타고, 아 그때 내가 헬멧은 썼었던가, 앞자리에 앉은 여행사 직원의 허리를 나도 살아야 겠기에 꼭 잡고, 알리바바 바지 바람에 휘날리며 달리는데, 진심으로 생명의 위협이 느껴지더라.  

앞 뒤로 무질서하게 달리는 자동차들과 앞에서 차선 무시하고 무조건 달려드는 오토바이들, 더군다나, '교통사고 사망률 전세계 1위' 라는 아성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두 다리가 덜덜 떨렸지만, 그래도 살.아.야.겠.기.에. 앞사람 허리를 꼭 잡고, 만약 내가 여기서 죽으면 나의 죽음이 무사히 한국에 알려지기는 할까 하는 살벌한 걱정을 하며 달리기를 십여분.  

열시간 같은 십분을 달려 어느 시장 구석의 고물상 같은 곳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카드 결제기를 가지고 있다는 어떤 여자분을 찾아서 여행사 직원이 카드를 결제하겠다고 하자, 그 기계가 마침 고장이 났단다.  

아놔.. ㅋㅋㅋ 마라케쉬는 나를 정말 너무 사랑하나보다. 그냥 가만 놔주지를 않네.  

그래서 그렇게 목숨걸고 십여분간 달린 오토바이 여행의 끝은, 결국 주머니에 있던 현금으로 투어비를 결제하는 것으로 아름답고 허무하게 마무리지어졌다. 하하하... 나는 왜 목숨걸고 오토바이를 탔던 걸까. ㅋㅋㅋ

 


 

드디어 만난, 마라케쉬 야시장!!! 

 

그곳에서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3분 정도 시장 길을 들어가자 눈에 익은 골목이 나왔다.  

얼른 내려서 내일 투어때 보자는 인사를 하고, 터벅터벅 걸어서 즈메 알프나 광장을 향해 들어갔다.

밤의 즈메 알프나 광장에는 처음 이곳에 올 때부터 제일 보고싶었던 그 유명한 마라케쉬 야시장이 한창이었다.

골목에서 광장으로 걸어들어가는데, 멀리 개미떼 같은 것이 모여있는 게 보였다!

자세히 보니 전부 다 사람들이었다!!!!

 

사막에 신기루가 펼쳐지는 것 처럼, 밤이 내려앉은 마라케쉬의 즈메 알프나 광장에는 수많은 빛을 밝힌 야시장 점포들과 그 주변에 개미떼처럼 모여든 수많은 사람들이 그야말로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긴 낙시대를 드리우고 가운데에 있는 음료수를 낚고 있는 사람들, 알아들을 수 없는 아랍어로 신나게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는 이야기꾼들, 사진을 찍어주는 영업을 하다가 지쳐서 쉬고 있는 원숭이와 뱀들, 뱀을 가지고 쇼를 펼치고 있는 여인, 가판대 위에 삶은 달팽이를 산처럼 수북히 쌓아놓고 우리네 떡볶이 먹듯이 혹은 번데기 먹듯이 둘러 서서 이쑤시개로 삶은 달팽이를 먹고있는 사람들, 옛 이야기 속의 알리바바의 램프가 저 중에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열려라 참깨! 바위 안에 들어있던 보물 중 하나가 있을 것 같기도 한 만물상!

그야말로 생생한 야시장의 열기가 그대로 전해지고 있었다!

여기서는 사진을 찍으면 달려와서 돈을 달라고 한다길래, 사진은 찍지도 못하고, 혹시나 빼앗길 지도 몰라 가방 속에서 전화기를 꺼내지도 않고, 그냥 튼튼한 두 다리로 걸어다니면서 즈메 알프나 광장의 멋진 야시장을 즐겼다!

그 가판대 중의 어느 하나에 들어가 앉아 음식이라도 먹었으면 더 재미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을 만큼 굉장한 장관이었기 때문에, 만족스러웠다. ^^

 

이 낯선 동양 여행자에게 이 장관을 싼 값이 보여줄 수는 없다는 건지.

기어이 마지막의 마지막에야 이 야시장을 보여준 마라케쉬.

그래도 원래 영화에서도 주인공은 마지막에 죽고, 맛있는 음식도 제일 마지막에 나오지 않는가!  

이 대단원의 막을 내리기 위해 그 수많은 기.승.전. 을 나를 위해 준비해준 마라케쉬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전하고 싶다! 하하하... 


위 : 압둘에게 선물받은 작은 비누. 몇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대로 남아있는 향이 참 좋다.


마라케쉬에서의 마지막 꿈을 꾸며... 

 

이 사람들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야시장에서 쇼를 펼치거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거나 어느 하나 아마츄어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 사람들은 마라케쉬 외곽에서 하루 종일 쇼를 위한 연습을 하다가 저녁이 되면 야시장으로 오는 거겠지.

젤라바를 입고 야시장을 구경하러 오는 이 많은 마라케쉬 사람들은 낮에는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 걸까.  

아직 그들의 삶을 나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야시장에 모여 즐거워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기분 좋은 웃음을 만나니  

그곳에서 그렇게 웃고있는 그들의 삶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힘들지 아니면 얼마나 절망적일지는 몰라도,

그런 웃음을 짓는 그들이 불행한 삶을 살 거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디선가 열심히 모두들 살아가는 마라케쉬의 낮이 지나고, 모두가 광장에 모여 왁자지껄하게 웃고 즐기며 떠드는 마라케쉬의 밤이 오면,

이 많은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야시장의 생동감과 화려함이 마치 사막의 신기루 처럼 그들의 삶을 도닥여 주는 게 아닐까.

 

내일은 드디어 사막 투어를 떠나는 날이다.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마라케쉬에서의 이틀을 멋진 야시장으로 마무리 지은 건 썩 괜찮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여전히 나에게는 즈메 알프나 광장의 야시장 보다는 비누를 건내주던 어설픈 거짓말쟁이 압둘의 모습이,

내가 만난 진짜 마라케쉬의 모습으로 남아있다.  

좀 우스운 마무리 였지만, 그래도 비닐봉지 안에 담긴 작은 비누를 생각하며  

어떤 의미인지 나 스스로도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마라케쉬에서의 둘째 날을 마친다. 





위 : 마라케쉬에서 묵었던 호스텔. 정말 예상치 못하게 근사한 호스텔 이었다! 호스텔 정보는 세비야-모로코 여행기 03 편을 참고

아래 : 마지막 밤 근사한 야시장의 풍경을 선물해 준 마라케쉬의 야시장







 

정보 : 마라케쉬 사막투어 여행사 Mami Tour(내가 갔던 여행사), Thrillo of Morocco Tours

* 참고로 Mami Tour 2박3일 메르주가 사막 코스가 내가 갔던 투어이고, 가격은 흥정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모로코의 다른 모든 상품들 처럼. ^^;

 



모든 내용물의 저작권은 저에게 있습니다. ^^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