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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모로코 여행기 01 : 여행이 필요한 시간이 왔다

Granada days/Viaje!

by priim 2013. 4. 10.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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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 가까이 두문불출하며 해오던 포트폴리오 작업을 마치고 서류를 보내고 나서
홀가분한 마음 막막한 마음 반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일단 무엇보다도 그동안 부족했던 잠을 보충해야겠다는 생각에 한숨 자기로 했다.

쥐도 새도 모르게 자고 났더니 밖은 어느 어두캄캄한 .

 

이제부터 무얼 하지.. 아직 어학원에 신청한 방학이 1주일이나 남았는데, 하고 생각하던 차에

진즉에 가고 싶었던 곳으로 여행을 가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 천근만근 피로가 겹겹이 크로아상처럼 둘레둘레 쌓였지만, 어떤가.

이대로 늘어지는 보다는 어디론가 떠나는 재충전을 하기에는 영양가 있는 선택이 아닌가.

 

그렇게 해서 바로 그날  

늦게까지 라이언에어로 모로코 비행기를 예약하고,  

알사버스로 세비야 버스를 예약하고,

호스텔월드에서 세비야의 호스텔과 마라케시의 호스텔만을 예약한 ,

모로코에 대한 정보는 네이버 블로그로 대충 대충 찾아보고 일단은 떠나보기로 했다.

 

모로코에 대해서는 이곳, 그라나다에서 각종 공예품을 파는 착한 모로코 상인들에 대해 아는 전부이고,

마라케시라는 도시의 야시장과 페즈의 미로같은 골목골목의 사진을  

예전에 본적이 있어서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일 뿐이었지,

외에 구체적인 정보도 모른 떠나게 되었다.  


떠나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마라케시 다음에는 어디로 갈까에 대한 계획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채로.

모든 속전속결, 즉흥적인 여행이었다.

 

그리하여 다음 오후 안달루시아의 후라이팬이라는 무더운 세비야로 출발.

 


<세비야 밤거리의 아름다운 배경, 찬란한 밤의 히랄다>


세비야 :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도시

 

10 , 유럽배낭여행을 떠났을 ,  

세비야는 나에게 여행에 대한 생각 자체를 바꾸어 아주 인상적인 도시였다.

 

여행을 떠나면서 처음으로  

무엇을 보기 위한 여행이 아닌, 사람들과의 만남을 즐기는 여행의 즐거움을 알게 도시였고,

이곳에서 만난 사람 사람이 나에겐 소중한 인연이었다.

 

또한 그때 보았던 세비야 사람들의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너무 좋았고,  

그때 받았던 인상은 내가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에도 영향을 끼쳤다.

이래저래 나에게 인상적이었던 세비야에

그라나다에 살면서 진즉에 가보고 싶었지만,

하루 이틀 정도로 대충 보고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계속 미루어오다가 드디어 다시 찾게 것이다.

 

버스에서 내려 숙소로 가는 버스를 탔다.  

세비야는 무더운 안달루시아에서도 후라이팬이라고 불리는 가장 뜨거운 도시다.

그렇기 때문에 첫날 도착 시간을 저녁으로 잡았지만  

여전히 안달루시아의 후라이팬은 열기를 삭히지 못하고 뜨거운 태양 아래 달궈져 열기를 뽐내고 있었다.

 

정류장에 잘못 내려 뜨거운 태양 아래 정거장 정도를 걸어야 했지만  

그래도 마냥 즐거웠다.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난 느낌이랄까.  

길을 물어보기 위해 만나는 세비야 사람들 모두가 마냥 반가웠다.

내가 돌아왔다 세비야! 라고 외치고 싶은 느낌이랄까.

 

10 전에도 이렇게 도시였었나 싶을 정도로 세비야는 많이 바뀌어 있었고,  

아주 도시가 되어 있었다.

미리 예약해 놓은 숙소에 짐을 풀고 잠시 다음  

익숙한 세비야의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예약한 숙소는 마침 10 묵었던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모든 것이 낯익고 반가웠다.

그라나다 알바이신에는 개똥이 많이 있는데,  

세비야에는 말똥이 있다는 그때와는 다르게 느껴질 ,

활기차고 친절한 세비야의 사람들은 10년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였다.

 

세비야에서 디에고 찾기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10 전에 만났던 세비야의 친구를 찾아보기로 했다.

 

위치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그때 만났던 친구 유코를 따라 이곳저곳 다녔었기 때문에.

하지만 그때 찍었던 사진의 기억을 더듬어,  

일단 사진 속의 모습과 비슷한 곳을 찾아 카테드랄 주변을 돌기 시작했다.

 

한시간 돌았을 ,  

비슷한 같기는 한데, 아무리 찾아도 이곳이다 하는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주변의 바에 들러 디에고의 바를 아냐고 물어보아도,  

고개를 갸우뚱할 알지 못했다.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프고,  

역시 세비야에서 디에고 찾기는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였나 싶은 생각에

반쯤 포기한 채로 저렴한 피자집에 앉아 피자를 조각 먹었다.

 

피자를 꾸역꾸역 먹으며 멍하니 앞에 있는 카테드랄을 바라보는데,

10 유코와 함께 디에고의 바에 들렀다가  

어느 골목으로 나와 카테드랄 주변의 슈퍼에서 물을 샀던 기억이 났다.

그렇다면 역시 디에고의 바는 카테드랄 주변에 있다는 거라는 생각에  

다시 힘을 내서 찾기 시작했다.

 

수많은 레스토랑에도  

10 전의 세비야를 기억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역시 10년이면 많은 것이 변하는 시간인가.

 

하지만 당시에 디에고의 바는 주변 레스토랑을 하는 사람들이나  

현지인 들의 단골바였으니, 분명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1월에 처음 그라나다에 왔을 때부터,  

세비야에 가서 당시 친구들을 다시 만날 있다는 설레임에 들떠 있었다.

이제 세비야에 드디어 왔는데,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러다 어느 골목을 지나자, !

바로 10 내가 사진을 찍었던 골목이 모습을 드러냈다.

멋드러진 돌길이 밤의 세비야를 운치있게 해주고,  

노천에 즐비한 테이블들에는 수많은 여행자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고,

중의 레스토랑에서 나는 혼자서 빠에야를 주문해서 먹었었다.

디에고의 바도 분명 근처에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이곳 저곳 돌아다녔다.

하지만 워낙 작은 였기 때문에 찾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러던 , 어느 이탈리안 식당에서 디에고를 기억하는 할아버지를 만났다!

10 근처에서 바를 하던 디에고를 정확히 기억하고 계셨다!

하지만 5 다른 도시로 떠나고 지금은 다른 사람이 바를 운영하고 있다는 .

디에고를 직접 만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정말 뛸듯이 기뻤다.

 



<6월의 마지막 날 디에고의 바에서 만난 7월, 바의 새로운 주인 인상좋은 Julio(스페인어로 7월) 아저씨>


할아버지가 알려 바로 찾아가니,  

정말 10 전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낯익은 디에고의 바가 그곳에 있었다.

당시에는 벽에 오래된 사진들이 많이 걸려 있었는데,  

지금은 그림들이 걸려 있다는 점이 다르다면 다를까.

 

대를 이어서 해오던 였는데 디에고는 떠났을까 등등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가게는 한산했다.  

레스토랑이 문을 닫는 시간 되면  

아마 10 처럼 붐빌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디에고에 이어 바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은 훌리오였다.

10년전 이곳에서 만났던 디에고에 대해 이야기하자, 활짝 웃으며 이곳이 맞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또한 그는 다른 도시로 떠났다는 이야기도 주었다.

 

디에고를 만날 있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겠지만,  

10 그자리에 바가 그대로 있어준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와인을 파는 보데가 였지만, 목이 말라 맥주 한잔을 주문하고,

10 전에는 사람들로 붐볐던 입구의 테이블에 홀로 앉아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세비야의 밤거리를 바라보았다.

<그 옛날 디에고의 바 였던,  훌리오 아저씨의 바 앞 테이블에서 맥주 한 잔>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었다.

만났다기 보다는 스쳐 지났다고 해야 만큼 짧은 시간 이었지만,

그들의 따뜻한 마음과 친절함, 그리고 마음의 여유는 10 전의 나에게 감동을 주었었다.

가족들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다같이 디에고의 바에서 맥주를 한잔씩 마시던 모습은

내가 다시 안달루시아를 찾게 만든 몇가지 이유 하나였다.

 

디에고도, 가족도 만날 없었지만 왠지 다시 그들과 만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 느낀 여유는 비단 어느 특정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

세비야라는 도시가 가지고 있는,  

세비야노들이 가지고 있는 그것 이었기 때문일까.

 

다른 얼굴, 다른 목소리를 세비야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들에게서 디에고를 보았고, 그때의 가족들을 보았다.

참으로 고마운 경험 이었다.  

내가 동경해 마지않던 풍경과 분위기는 자리에 그렇게 그대로 있었다.

 

6월의 마지막 7(Julio, 훌리오) 만나고,  

기분좋게 함께 사진을 찍고,

언제가 모르는 다음을 기약하며 인사를 했다.


다시찾은 세비야의 아름다운 밤




<어느 순간 음악이 모든 것을 특별하게 만들어버리는 마법같은 시간이 세비야의 밤을 지나고 있었다> 

 

호스텔로 돌아오는 세비야의 밤거리는,

언젠가 유코와 함께 이곳저곳 뛰어다니던 추억 속의 그곳처럼 여전히 아름다웠다.

말들이 이곳저곳에 쉬고 있었고,  

사람들이 별로 없는 조용한 광장에 다다르자,  

유난히 밝은 달빛 아래, 하얗게 빛나는 조각상을 뒤로 하고,

남자가 기타를 연주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히랄다를 배경으로,  

달빛을 타고 흐르는 기타 선율이 더없이 로맨틱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10 전에도, 10년이 지난 후에도  

변함없이 나를 따뜻하게 품어주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도시 세비야에서의 첫날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나는 정말이지 이곳 세비야에,  

멋들어진 카테드랄이 있어서도 아니고, 히랄다석탑이 있어서도 아니고, 플라멩고나 투우 때문도 아니고,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좋아서, 단지 그것 만으로, 도시 세비야가 너무 좋다.

 


모든 내용물의 저작권은 저에게 있습니다.

 

 

10년 전 세비야 여행기 다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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