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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Granada days/Viaje!

by priim 2014. 4. 2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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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rakech -Tichka - la Kasbah de Ait Ben Haddou, Ouarzazate (almuerzo) - el oasis de Skoura,kallaat M'gouna, el valle de las rosas (gargantas del Dades)- el hotel 

 

la vallée des mille Kasbahs, Tinghir, Rissani Gorges de Todra, Erfoud, un oasis de Tifillate,  l'Erg Chabi notre vivac a Merzouga.

 

그날의 아침이 기억난다. 

이른 아침 이었다. 드디어 마라케쉬를 떠난다는 생각에 시원섭섭 하기도 했고, 사막 투어를 시작한다는 생각에 두근두근 거리기도 했지만, 이른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하는 번거로움에 잠이 살짝 덜 깬 채로 허겁지겁 약속장소로 나가는 길이 졸립기도 했다. 

이른 아침 마라케쉬의 찬 공기가 얼굴을 스쳐갔고, 언제 그랬냐는 듯 고요한 거리를 미니버스를 타고 빠져나가며 조용히 안녕을 고했다. 

 

사막 투어는 열두어명 정도가 함께 작은 미니버스를 타고 움직이는 투어였다. 

아직은 누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어쨌든 우리는 사막으로 간다는 저마다의 설레임을 안고 우리는 출발했다. 

마라케쉬를 빠져나가면서 점점 외곽으로 갈 수록 '아프리카 다워지는' 풍경들을 만나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 이게 바로 내가 보고 싶었던 모로코의 모습 이었다. 

모로코는 사막지대라서 그런지 민둥산이 많았지만, 그래도 예상했던 것 보다는 나무가 꽤 울창하게 우거진 곳도 있었다. 

사막은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고 텁텁한 곳일거라 생각했는데, 비도 꽤 자주 내렸다. 

단, 비가 지속적으로 내리지는 않았을 뿐. 비가 오기 시작해서 '어, 비다!' 하고 생각할 때 쯤, 이미 비는 그쳐 있었다. 

 

우리를 실은 미니 버스는 인적이 드문 넓은 평원의 길을 따라 계속 달리고 또 달렸다. 

작은 버스 안에서 결코 편하다고는 할 수 없는 여행길이었지만, 눈 앞에 스쳐가는 이색적인 풍경들과 가끔 나타나는 모로코 전통 가옥의 모습들, 그리고 대도시 마라케쉬의 사람들 보다는 훨씬 이곳의 색깔이 묻어나는 사람들의 모습에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버스는 계속 달리다가, 어딘가 경치가 좋은 곳이 나타날라 치면 차를 멈추고 잠시 설명을 하며 쉬어가곤 했다. 

아마도 그 마을에 대한 설명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모로코 전통 가옥은 길다란 직육면체 모양의 성처럼 생긴 건물에 아주 작은 창문이 빼꼼히 뚤린 모양이고,

그 건물들은 흙으로 지어졌으며, 그 옥상에는 각 귀퉁이마다 네 개의 탑이 장식되어져 있는데,

그것은 모로코를 구성하고 있는 대표적인 네 개의 민족을 나타낸다고 한다. 

그리고 그 네 개의 민족 중 모로코를 통일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웠다고 하는, 

아마도 현재 가장 큰 세력을 가지고 있는 민족이 베르베르족 인 듯 했다. 

길을 가다 멈춘 어느 곳에서는 어린 소년과 아버지가 흙바닥에 뭔가를 깔고 기념품을 팔고 있었다. 

뭔가 하고 다가가 보니, '돌'이었다.

돌은 돌인데... 무슨 결정체 같은, 암석 안에 광물이 박혀있는 듯한 아름다운 돌이었다. 

아름다운 돌을 찾아 담아와서 이곳을 지나가는 사막투어 여행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그들의 삶을 잠시 생각해 보았다. 

변변한 건물 하나 없고, 잠시 쉴 천막 하나가 있었던가. 없었던가.

그들이 걸치고 있는 옷 또한 천으로 시원시원하게 만든 그들의 전통 복장. 

욕심없는 그들의 삶은, 그리 오래지 않은 얼마전 우리네 할머니의 할머니,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살았던 

자연에서 얻고, 욕심내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취하던 옛 우리네 삶의 방식과 닮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그들이 팔고 있던 암석 속 파아란 광물 만큼이나 맑았던 소년의 눈동자가 왠지 기분좋다. 

관광객이 우르르 내렸는데도 '영업' 할 생각 없이 수줍어서 쭈뼛쭈뼛 대던 그곳 사람들을 보며 크게 심호흡을 하고 생각한다.

'아! 드디어 마라케쉬에서 나왔구나!'

 

그렇게 가다 서다를 반복하던 버스가 어느 식당 앞에서 차를 세웠다. 

듣기로는 그곳에서 점심을 먹는다는 것 같았는데, 점심을 먹기 전에 그 주변에 어딘가를 둘러본다는 것 같다. 

밥을 먼저 먹고 카스바를 둘러볼 것인지, 먼저 둘러보고 카스바르라 볼 것인지 결정했는데, 

우리는 카스바를 둘러보고 밥을 먹기로 했다. 

차를 세워두고 식당이 있는 마을 뒤편으로 걸어 내려갔다. 

 

그곳의 이름은 la Kasbah de Ait Ben Haddou. 

어디선가 나타난 베르베르족 전통의 푸른색 옷을 입은 현지 가이드가 살짝 누런 이빨을 한껏 드러내며 

재치있는 말솜씨로 마을에 대해 이것저것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곳은 오아시스에 건설된 아주 오래된 모로코 전통의 요새도시로, 

그 보존 상태가 좋아서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어 있기도 한 곳이라고.

게다가 그곳이 더 유명한 이유는 바로 그곳에서 촬영된 수많은 유명한 영화들 때문이다.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를 시작으로 <나자렛 예수>(1977), <나일의 대모험>(1985), <007 리빙 데이라이트>(1987),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1988), <쿤둔>(1997),<미이라>(1999), <글래디에이터>(2000), <알렉산더>(2004)....

특히 가장 최근의 영화 중 세계적으로 흥행을 한 '글래디에이터' 가 이곳에서 촬영되었기 때문에,

요즘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글래디에이터 속의 무대로 이곳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식당이 있는 마을의 뒤편에는 강이 흐르고 있었다. 

아잇 벤 하두 까지 가기 전, 그 식당이 있는 마을만해도 굉장히 이국적인 풍경들이 연이어 나타났다. 

모로코에 오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알람브라를 건설한 이들이 바로 이곳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세련된 심미안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들의 집은 어떤 곳일까, 그게 궁금했었는데, 

이 투어를 통해서, 좀 더 토속적인 모로코인들의 거주지를 접하게 되면서 그런 갈증이 조금은 해소된 것 같기도 하다. 

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세겨넣고 장식해놓은 기하학적인 문양들의 아름다움에 할 말을 잃어버린다. 

낯설기 때문이 아니라, 아름답기 때문에, 정신 없이 셔터를 누르기 바쁘다. 

그들은 확실히 남다른 미적 감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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