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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모로코 여행기 03 : 첫째날. 마라케쉬! 마라케쉬!

Granada days/Viaje!

by priim 2013. 4. 10.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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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모로코에 가는가? 

 

특별히 콕 찝어서 모로코에 가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어딘가 낯선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 중에 가장 저렴하고 가까운 곳이 모로코 였다.

 

10년 전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온 후 여행의 단꿈에 빠져있을 때, 이런 생각을 했었다.

언젠가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에 나오는, 열려라 참깨! 하면 열릴 법한 커다란 바위가 있는,

그런 지역으로 여행을 가고 싶다고.

 

아마, 그 이야기의 배경이 여기가 아닌 다른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사진 한 장에서 보았던 모로코의 이미지가 왠지 나에겐 상상속의 그곳을 연상시켰고,

그라나다에 와서 많은 모로코 상인들과도 친구가 되어,

왠지 그곳에 가면 좋은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여행도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한 가지.

이곳 그라나다에 살면서 참 자주 보게 되지만, 볼 때마다 감탄하고,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아름다운 알함브라 궁전을 지은 사람들이 무어인들, 즉 모로코 사람들이라는 사실.

그들은 그들의 본거지인 그곳에서,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살고 있을지,

그것 또한 내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모로코로 향했다.





모로코를 향해 출발! 

 

전날 유로컵 우승의 영향으로 시내는 아직도 멍한 기분이었지만,

오전 비행기를 타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없었다.

시간이 되면 호스텔에서 모로코 관련 정보라도 얻으려고 했지만,

카메라에 있던 사진들을 컴퓨터를 통해 내 계정으로 이동시키는 데만 몇시간이 걸려 늦게 자는 바람에,

그럴 시간도 없었다.

 

당장 1시간 후면 공항에서 모로코 행 비행기를 타야 했지만,

모로코에 대해서 아는 거라곤,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

마라케쉬의 유명한 야시장. 페즈에 있는 골목이 엄청나게 많다는 시장.

그라나다에서 사귄 내 친구들의 고향.

그리고 오래 전 알함브라를 만들었던 사람들이 살고있는 곳.  

이라는 게 전부 였다.

 

마침 호스텔에서 같이 출발하는 모로코 형제가 있었다.

그 친구들은 프랑스에서 유학중이고, 방학을 맞아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서두른다고 서둘렀는데, 시간이 아슬아슬 해서 허겁지겁 뛰어 공항에 도착했고,

비행기를 타기 위해 뛰어갔다.

나는 그냥 통과. 그런데 그 친구들은 검문하는 곳에 잡혀서 한참을 검문을 받고 짐까지 일일이 검사를 한다.

테러 때문에 그런가. 여튼 좀 억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돌아가는 고국인데.

 

이 친구들이 또 굉장히 젠틀하고 착하다.

돌이켜 보면 이 친구들이 너무 좋은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마라케쉬에서의 충격이 좀 더 크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뭐 그렇다고 마라케쉬가 나쁜 사람들의 도시라는 이야기는 또 아니다.

여튼, 세비야에서 마라케쉬 그 몇 안되는 비행시간 동안,  

이 친구들은 나에게 모로코에 대한 많은 정보를 알려 주었다.

 

가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

모로코 화폐단위인 디르함이 몇 유로인지,

마라케쉬에서 어디어디를 꼭 가봐야 하는지,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등등..

 

남들은 책보고 인터넷 보고 다 준비해 오는 이런 것들을

나는 비행기 안에서 속성으로 이 친절한 모로코 형제에게 줏어 들었다.

 

급하게 떠난 여행이라 준비 시간이 없었는데, 정말 행운이다.  

 

게다가 혹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무슨 일이 있으면 전화하라고 자기네 전화번호까지 알려준다.  

이런 친절한 녀석들. ㅜ.ㅜ  

 

그렇게 비행기가 서서히 활주로에 들어선다.

비행기가 떠나왔던 세비야는 그 더운 스페인의 안달루시아에서도

뜨거움의 한 복판에 있는 도시이다.  

그런데 이곳, 마라케쉬. 차원이 다르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이 뜨겁게 내리쬐는 아프리카의 태양 아래 일렁일렁 거리는 착각이 든다.

 

두 발을 내딛는 순간, 왠지모를 벅찬 감동이 느껴졌다.

여기는 마라케쉬이다. 여기는 모로코다.  

아니, 여기는 아프리카다...!

 


 


아프리카와의 첫 만남  

 

짐을 모두 챙기고, 공항에서 환전까지 마친 후,  

그 친구들은 마중나온 친구들의 차를 타고 집으로 갔고, 나는 버스를 기다렸다.

시간이 되면 꼭 함께 식사라도 하자는 기약없는 약속을 나누며 큰 고마움과 함께 작별을 했다.

 

마라케쉬의 공항은 굉장히.. 뭐랄까... 멋있었다.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아랍 특유의 기하학적인 문양들과,  

그 문양들로 채워진 거대한 삼각형, 혹은 마름모 꼴의 문양이 벽과 천장에 가득하고,

아프리카의 뜨거운 7월의 햇빛이 그 문양들 사이로 강렬하게 스며들어, 정교한 문양으로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크게 한 숨을 들이마셔 보았다.

북아프리카, 가장 더운 7월, 가장 더운 오후 2~3시 의 뜨겁게 달구어진 공기가 폐 속 가득히 느껴졌다. 

아프리카.. 여기가 아프리카다.

 

뜨거운 햇살 때문인지,

이곳이 모로코라는 생각 보다는, 아프리카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아프리카에 사는 한 여인의 이야기를 다룬 로맹가리의 소설, 하늘의 뿌리가 생각난다.

반쯤 읽다가, 접어두었는데, 한국에 두고 와서 아직까지 다 읽지는 못했지만,

그 책을 통해 아프리카라는 곳에 대한 막연한 동경.. 아니, 동경 보다는 상상.. 을 처음 해봤던 것 같다.

 

소설 속에서 그려진 아프리카는 적막하지만 고요하지 않고,  

작은 이야기 하나, 작은 감정 하나, 모두 생생하게 살아있는.. 또는 그럴 수 밖에 없는,

뭐라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에너지로 가득찬 곳이었다. 

도대체 어떤 곳일지 아프리카는 감조차 잡히지 않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 뜨거운 7월의 아프리카 태양이 싫지 않았다.

공항 입구 앞에 주저앉아 버스를 기다렸다.

처마의 정교한 문양들 사이로 뜨거운 햇살이 나를 비추었다.

그나마 문양들 사이로 비추니 이 정도지, 처마 밖으로 나가면 눈을 뜨기도 힘들 것 같았다.

 

왠지 마음이 너무너무 설레였다.

처음 모로코로 여행을 가기로 했을때, 그때는 실감도 나지 않았었는데,  

그때 보다 훨씬 더 신이 났다.

저쪽에서 담배를 피우는 아저씨, 아기를 안고 의자에 앉아있는 아낙네, 등등..

왠지 모든 사람들과 마주치면 즐겁게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건 여기가 아프리카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오랜만에 여행길에 올랐다는 느낌 때문일까.

 

그리고 버스가 도착했다.

마라케쉬에서 가장 유명한 명소인 즈메 알프나 광장으로 가는 버스다.

달랑 책가방만한 가방하나와 옆으로 매는 작은 가방 하나 챙겨서, 

드디어 진짜 마라케쉬를 만나러 간다!

 

달리는 버스의 창 밖으로 보이는 저 수많은 올리브나무를 빈틈없이 비추는 아프리카의 뜨거운 태양 만큼  

늘 행운이 나의 여행과 함께하기를!   


즈메 알프나 광장!!!

15분, 20여분을 달린 버스 주위로 슬슬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마치 오래된 사진의 일부인 듯한 거리와 사람들 사이에서 버스가 섰다.
운전사 아저씨가 이곳이 즈메 알프나 광장이라고 말씀해 주셔서, 심호흡을 하고 버스에서 내렸다.

후…….

그 거리 한 복판에 내렸을 때의 느낌은 뭐랄까..
모로코에 대한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나에게는,
멋진 현대적인 건물이었던 공항에서 바로 이곳으로 온 그 간극이..
실로 나에게는 엄청났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눈 앞에 보이는 즈메 알프나 광장의 입구를 향해, 발걸음을 뗐다.
여기 저기서 돌진하는 자전거, 오토바이와 바삐 가는 사람들 사이로 나도 내 길을 가야했다.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숙소를 찾는 것이었지만,
문제는 그 숙소가 어디 있는지 내가 쉽게 찾을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는 거였고,
그렇다고 유럽이라면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길을 잃고 헤맬 자신이 나는 없었다.

일단 여유있게 즈메 알프나 광장을 눈으로 스윽 둘러보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심호흡을 하고, 얼굴 만면에 미소를 띠었다!
웃음은 언제나 여행자에게 자신감을 준다.
궁금하면 한번 해보실 것을 추천! ㅋㅋㅋ
그 근거없는 자신감을 만면에 띈 채로, 일단은 숙소를 찾아 시장으로 들어가 보았다.
미로처럼 다 거기가 거기 같아 보이는 골목들과, 수많은 상점들, 누가 소매치기일지도 모를 상황에서
길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다시 입구쪽으로 나와 경찰로 보이는 듯한 사람에게 숙소의 주소를 보여주며, 위치를 물어 보았다.
모르면 물어보는 거다. 길을 찾는 것에 대해서는 쥐꼬리만한 자존심도 나는 없다.
나는 워낙에 길치니까. ㅎㅎ

그러나 그 경찰 아저씨도 잘 모른다고 하면서,
어느 건물을 가르키며, 저기 가서 물어보라고 했다.
거기가 경찰서인가, 아니면 관광 안내소인가 생각하면서 건물에 들어섰다.
별다른 안내서도 없는걸로 봐서 관광 안내소는 아닌 것 같았다.
그 건물의 정체는 바로 경찰서. ^^

창구로 가서 숙소의 위치를 물어보니,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라고 했다.
어쨌든, 공립기관? 에 들어왔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입구에서 경찰서 까지의 짧은 시간이지만 그야말로 즈메 알프나 광장은 다이나믹 했다.
저녁의 야시장을 미리 준비하는 사람들과,
여기 저기서 보내오는 인사들..
그때 까지만 해도 모든 인사들을 하나 하나 받아줄 조금의 여유가 나에게는 있었다.

잠시 후 목소리가 걸걸하고 터프해 뵈는 아저씨가 나에게 무슨 일로 왔냐고 물었다.
숙소를 찾고 있다고 이야기하자, 이리 오라고 같이 가 주겠다고 했다.
어, 믿어도 괜찮을까? 잠시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참 이상한게 경찰들이 경찰복을 입고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고, 무슨 경찰이 뱃지도 안 달고 다니나 해서,
혹시 사기꾼은 아닐까 해서였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사기꾼 같지는 않아서 그 아저씨를 따라 나섰다.
경찰서를 나서며 만난 다른 경찰 아저씨들이 모두 그 아저씨에게 인사를 했고,
나에게 얘기해주기를, 이 아저씨가 경찰서장 이라고 했다. ^^;;;

이렇게 어쩌다 보니 경찰서장 아저씨의 호위를 받으며, 나는 숙소를 찾아 나섰다.
이 아저씨가 또 너무 친절하셔서, 나중에 경찰서로 차 한잔 마시러 오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워낙 마라케쉬에서의 시간들이 다이나믹했던지라 차 한잔 마시러 못 간게 아직도 아쉽다.
시장을 가로질러 가는 길에 어떤 비쩍 마른 남자를 향해서 큰 소리로 아랍어로 아저씨가 뭐라뭐라 소리를 지르며 내쫓았다.
그리고 나에게 하는 말이, "저런 사람들이 너같은 여행자들의 가방을 노리니까, 조심해야 된다!" 라고 말씀해 주셨다.

아 진짜 그때의 그 든든함. ㅜ.ㅜ
고마워요 경찰서장 아저씨! ㅎㅎㅎ 

 

 


 


여튼, 그 친절한 경찰서장 아저씨의 도움 덕에 나는 무사히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숙소는 찾기 힘든 곳에 있었다.
시장에서 어느 골목으로 들어가야 했는데,
그 골목이 작고 좁아서 찾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골목의 저 깊은 귀퉁이에 위치한 숙소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완전 다른 신세계가 펼쳐졌다!!
마라케쉬의 숙소는 완전 대박이었다..
시설이 깨끗하고 넓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작지만 근사한 풀장도 갖추고 있었다!
화장실도 깨끗했고, 그야말로 기대 이상이었다! 

 

 





 

 

마라케쉬 숙소 관련 정보

 


일단은, 체크인을 하고 짐을 풀고 대충 정리를 한 다음,
서둘러 즈메 알프나 광장 구경에 나섰다!!!
오며가며 인사했던 사람들과도 더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그 다이나믹한 광장을, 이제는 짐도 풀고, 숙소도 확인을 했으니,
좀 더 편한 마음으로 둘러보고 싶은 마음도 간절했다.  



 

 


그 여자의 헤나

시장에 상점을 가지고 있는 상인들은 대체로 친절했다.
그리고 좀 더 눈빛이 안정적이었다.
스페인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도 많은 편이라 대화도 잘 통했다.
하지만 광장 쪽의 상인들은 좀 무서울 정도로 업템포되어 있었다. ^^;
어디선가는 나를 향해 곤니찌와를 외치고, 와따시와 아나따가 스끼데스! 라는 긴 문장까지 외워서 외치고;;;
이리 와보라는 말에 내가 괜찮다는 표정을 짓자 손목까지 잡아끄는 적극성을 보여주고;;;
무서울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그 와중에도 이따가 야시장에 상점이 열리니 먹으러 오라던 먹거리 상인은 참 친절했다.
내가 먹을 걸 좋아해서 그런 건 아니다. ㅋㅋㅋ

오렌지를 통째 갈아서 파는 상점들이 여기저기 있었지만,
그 오렌지쥬스를 잘못 마시면 컵이 위생적이지 못해서 탈이 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어서 선뜻 마시지는 않았다.

 

 

 

 

일단 너무 배가 고파서, 멀리 보이는 어느 식당의 테라자에 가서 자리를 잡았다.
즈메 알프나 광장이 한 눈에 보이는 곳에 위치한, 조금은 한가한 그 식당에서 쿠스쿠스를 주문했다.
처음 먹어본 쿠스쿠스는 그다지 맛있지는 않았다.
기름이 너무 많은 것 같기도 하고, 느끼한 것 같기도 하고, 내 입맛은 아니었지만, 배가 고파서 열심히 먹었다.

후에 페즈에서 들은 이야기로는 2년 전인가 몇년 전에
이 광장의 우리 숙소 들어가는 곳에 위치한 유명한 까페에서 폭탄 테러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하지만 난 그때만 해도 그런걸 몰랐으니.
모르는 게 약이었다는 말이 이 상황에 맞을 지는 모르지만, 여튼 나는 마음 편히 광장을 활보했다.

마음껏 사진을 찍고도 싶었지만,
사진을 찍으면 돈을 요구한다는 이야기를 들어, 사진도 찍지 못하고,
그냥 맘 편히 광장을 구경했다.
저녁에 열릴 야시장을 위해 미리 자리를 펴고 이야기를 시작한 이야기 꾼,
뱀과 원숭이를 데리고 나와 자리를 펴고 뱀의 기분이 좋아지기를 느긋하게 기다리는 조련사,
그 주위를, 스타워즈에 오비완 캐노비가 입고 나올 법한 모로코 전통의상 젤라바를 입고,
이야기 속에서 걸어나온 듯한 모로코 아저씨들이 둘러싸고,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구경하고 있었다. 

 

 

 


그 사이에 끼어 나도 이리 저리 구경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내 손목을 잡아 끌었다!

깜짝 놀라 돌아보니, 내 손목을 잡고 있는 건,
검은 아랍식 전통 의상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집어 쓴 채
붉게 충혈된 두 눈만 내놓은 한 여인이었다!
지금까지 거의 남자들만 보아오다가, 여자를 보니 왠지 쉽게 뿌리질 수가 없었다.
무슨 간절한 사정이라도 있는걸까 하고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머뭇거리는 사이에,
그녀가 내 손등 위로 무언가를 갖다 대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헤나였다..;; 


난 헤나를 하고 싶지 않다고,
그만 하라고 해도, 워낙에 그녀의 팔 힘은 쎘고,
나의 말에도 끄떡하지 않고, 이 타투가 가지고 있는 뜻에 대해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었다.
붉은 그녀의 눈동자는 왠지 무언가에 중독이 되어 있는 것 같기도 했고,
좀 무섭기까지 했다.

결국 헤나를 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나에게 꽤 큰 액수의 금액을 요구했지만,
나는 그런 큰 돈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숙소에서 나설 때, 혹시나 하는 경우를 대비해서 아주 적은 돈 밖에 가지고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돈을 낼 수 없다. 또, 나는 헤나를 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없다. 이렇게 따지고 들자,
그 가격이 반으로 줄어들었다. ^^:;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은 처음 부른 가격의 1/4 정도 되는 돈을 내고,
등 뒤로 엄청나게 쏟아지는 그녀의 욕지거리를 배불리 먹으며 돌아섰다.

하지만 처음부터 내가 해달라는 헤나도 아니었고,
막무가내로 그려놓고는 당당하게 저렇게 따지고 드는 그녀가
너무 어이없고, 그 상황이 너무 화가 났다.

마라케쉬의 주변 도시에서 야시장을 보려고 구경 왔다는 모로코 젊은이들이
내 헤나를 보고, 자기의 것도 보여주면서, 헤나가 이쁘다고 칭찬을 했지만,
여전히 그 여인의 어이없던 태도에 너무 화가나서,
그들에게도 그 어이없는 상황에 대해 하소연을 했지만,
여전히 화가 풀어지지 않았다.

기분이 상하기도 했고, 좀 쉬어야 겠다는 생각에 숙소로 가서 좀 쉬어야 겠다는 생각에 시장길로 들어섰다.

그 여인에게도 화가 났지만,
돈 몇 푼에 옹졸해진 것 같은 내 자신에게도 화가 났고,
이럴 때는 한숨 자는 게 제일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향수가게 청년, 압둘

숙소로 가는 시장길에,
낮에 봐서 조금은 낯이 익은 상인들과 인사를 건넸다.
그래, 좋은 사람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는거야, 라고 자신을 위로하며 걸어가는데,
차와 향수를 파는 어느 가게 앞에, 낮에 잠시 이야기를 나눴던 청년 둘이 나에게 인사를 했다.
그 둘 중 스페인어에 능숙한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그 친구의 이름이 압둘 이었다.

나는 아직도 그 친구를 그래도 친절하려고 했던 친구였는지,
아니면 그렇지 않은 친구였는지 헷갈린다.

여하튼간에 여행자로써 나의 행동이 참 바보같았고, 매우 위험했으며,
이 글을 읽고 혹시 모로코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아, 이런 경우는 조심을 해야 겠구나, 싶은 정도의 안 좋은 경험의 예로 참고를 해주면 좋겠다.
비록, 큰 일이 있거나 큰 손해를 보거나 한 건 아니지만,
충분히 그런 일이 있을만한 상황이었으니까. 

 


 

 

 

여행 중에 영어 이외에 이들과 통하는 언어가 하나 있다는 건,
현지인들과 더 쉽게 가까워질 수 있다는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현지인에 대한 경계심을 더 쉽게 풀 수 있다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스페인어가 어느 정도 입에 익은 나는, 능숙한 스페인어로 압둘과 이야기를 하면서,
마치 그라나다의 테테리아 골목에 있는 나의 모로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모로코에 와서 처음 느끼는 친근함에 가게의 안쪽으로 들어가서,
그들이 내어주는 민트티까지 함께 마시며 긴 시간 이야기를 함께 하게 되었다.   


압둘과 이야기를 하는 도중, 압둘의 이복형제라는 그의 형도 함께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베르베르족을 비롯한 모로코의 4개 부족에 관한 이야기,
사막과 마라케쉬를 오가며 상업을 하는 압둘의 형의 무용담,
압둘이 유럽으로 교환학생을 갔을 때 교수와 있었던 일들 등등…
시장 한 켠의 가게 안에서 우리는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들과의 대화는 정말 즐거웠다. 

 

 

 


그러다가 문득 손 위에 그려진 헤나에 관한 이야기도 하게 되었고,
그 여인에 관해 하소연을 하며, 광장에 나가기가 두렵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 이야기를 듣더니, 압둘이 나에게 혹시 음악을 좋아하냐고 물었다.
너무 좋아한다고 하니, 자신이 마라케쉬의 신시가지의 클럽에서 라이브를 연주하는 밴드의 드러머인데,
오늘도 공연을 한다고, 보러 오지 않겠냐고 물었다.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어? 얘가 왜 이러지? 하는 생각 보다는,
길을 몰라서 못 찾아갈 것 같다는 생각 밖에 안 들었다.
하지만 압둘은 길은 자기가 같이 안내하겠다고 같이 가자고 했다.
왜 나에게 그런 제안을 하느냐고 물어보니,
헤나와 관련된 안 좋은 기억 때문에, 마라케쉬에 대해 내가 나쁜 기억만을 가지게 하고 싶지 않다며,
마라케쉬의 신나고 재미있는 문화도 보여주고 싶다며
음악을 좋아한다면 너도 분명 좋아할 거라고 했다.

물론, 그때도 선뜻 좋아라 하고 나선 건 아니었지만,
의심이 드는 마음의 이면에는, 진심인지는 몰라도 조금은 기특한 마음이 있었고,
마라케쉬 신시가지의 라이브 클럽!!! 이라는 곳에 대한 궁금증도 컸기 때문에,
또한, 이 친구는 이 가게에 있는 친구이고, 그 가게의 위치를 내가 알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더라도 가서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좋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참 겁이 없었다.
물론 지금 다시 생각해도, 그 친구가 크게 나쁜 의도가 있어서 그런 제안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모로코라는 곳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몰랐던 것도 사실이었다.
여자 혼자서, 잘 알지도 못하는 현지인을 따라서, 잘 알지도 못하는 곳에 가는 건,
목숨을 내놓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여튼, 그때는 그 친구와 함께 라이브 클럽에 가기로 했다.
그리고 그 전에 호스텔에서 압둘이 자신이 직접 모로코 요리를 만드는 법을 알려 주겠다고 했다.
나는 그때, 그 친구가 말한 호스텔이 내가 묵고 있는 호스텔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좋아! 라고 선뜻 대답을 했다.
호스텔에서라면 안전하고 문제될 것이 없지 않은가. 

  

 

 

 

 

낯선 마을의 옥상에서...

그렇게, 코스를 정하고 우리는 먼저 가게를 나서서 호스텔로 요리를 하러 나섰다!
길을 잘 아는 압둘이 앞섰고, 내가 그 뒤를 따랐다.

그런데..
점점 걷다 보니 어,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그 친구가 가고있는 방향은 우리 호스텔로 가는 길이 아니었다.
내가 물어보니, 그 친구가 말한 호스텔은 내가 묶는 호스텔이 아니라, 자기 친구가 하는 호스텔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미 그때는 여기가 어딘지 길을 찾기 힘든 곳에 와 있었고,
별 수 없다는 생각에 일단은 주머니 속에 핸드폰을 꼭 쥐고 그 친구의 뒤를 따랐다.

여행자들은 점점 보이지 않고,
정말 그 지역 현지 사람들만이 살고있을 법한 동네로 점점 걸어들어갔다.
노을이 점점 짙어지고 있었고, 아 좀 이건 너무 아니다 싶어 돌아가겠다고 하려고 할 때,
그 친구네 호스텔이라는 작은 건물에 다다랐다. 

 

 

 

 


그 곳은 정말 호스텔인지는 모르겠지만,
객실이 몇군데 있는 걸로 보아 숙박업을 하는 것 같긴 했고,
공동 부엌도 있는 걸로 보아서 호스텔은 맞는 것 같았다.
건물의 양식 또한 이곳 전통 양식의 건물이라서
작은 파티오도 있었다.

사람은 별로 없었고,
여튼 그곳에서 앉아서 그 친구가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던 모로코 요리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 친구가 내온 건 모로코 요리가 아니라 술이었다.;;; 


이때부터 정말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지금 여기를 나갈 수 있다면 나가야 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나가면 길을 모르기 때문에, 현지인들만 많은 이 동네에서는 오히려 그게 더 위험할 것 같았다.

압둘 말로는 이 지역은 무슬림들의 구역이라 술이 금지되어 있는데,
자기가 직접 나를 위해 힘들게 구해 왔다나 뭐라나,
이름이 '아씨니'라는 모로코 술이라고 했다.

당연히 술은 먹지 않았다. -_-
한 1리터 쯤은 될 듯한 술병을 앞에 두고,
불편한 시간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나는 그만 내 호스텔로 돌아가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현지인들만 있는 이런 곳은 나 혼자서는 절대 못 왔을것이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는 새롭기는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위험한 상황인 이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자 그 친구가 이 술은 원래 판매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자기가 불법으로 자기 친구에게서 나를 위해서 산 것인데,
아직 돈을 내지 않았다며, 그 반을 내가 낼 것을 요구했다.

이 자식이.. -_-

화가 머리 끝까지 났지만, 일단은 그 상황에서 벗어나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실랑이를 조금 벌이다가, 결국은 달라는 돈에서 조금 적은 양의 돈을 내고,
그곳을 벗어났다.

 

 

 


나오기 전에, 1층에서 또다른 여행자인 듯한 여자 친구를 데려온 압둘의 친구가 요리를 하고 있었고,

그곳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이미 나는 그들과의 이야기에 마냥 즐거워만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린 후였다.

혹시 이것이 그들의 수법은 아닌지 하는 의심까지 들었다. 


일단 사람이 많은 곳으로 나오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사람도 거의 없는 곳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마라케쉬의 라이브 클럽, 그곳은...

이대로 호스텔로 가는가 싶더니,
다음은 라이브 클럽에 가쟎다.
가기 싫으니 호스텔에 가겠다고 했지만,
자신은 공연을 해야 해서 그곳으로 가야 한다고, 내가 직접 호스텔로 갈 수 있겠냐는데,
길을 모르는 내가 호스텔에 혼자 찾아갈 수 있을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라이브 클럽이라는 곳에 가게 되었다.
가는 길에는 압둘의 형도 만나고, 압둘의 형의 친구라는 미국 여행자들도 만났다.
그 친구들도 압둘에게 자신들도 클럽에 가고 싶지만, 오늘은 갈 수 없어 아쉽다고들 하고,
이런 곳에서 모로코 인 말고 여행자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조금 아주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다다음날, 사막 투어를 할 예정이라고 하니까,
이 친구가, 여행자들을 상대로 하는 가격이 아닌, 현지인들의 가격으로 투어를 하는,
좋은 여행사를 알고 있다며 소개를 시켜 주었다.
알려준대로 여행사에 들어가 보니 과연 프로그램도 괜찮고 가격은 싼지 비싼지 다른 곳이 어떤지 몰라서 모르겠지만,
일단은 내가 묵는 호스텔에서 제공하는 투어 프로그램 보다는 괜찮은 투어였다.

하지만, 하루에 투어를 하는 인원이 한정되어 있고,
만약을 위해서 어느 정도의 예약금? 그걸 내야 한다고 했다. -_-;
나는 또 혹시나 자리가 없을까 하는 생각에 약간의 돈을 내고…. (조금 더 다른 곳과 비교를 하고, 다음 날 찾아와서 냈어도 괜찮은 거였다.)
명함을 한 장 받고 나왔다.

그래, 라이브 클럽은 사람이 많은 곳이니까,
크게 위험하거나 하진 않겠지, 뭐 별 일 있겠어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결국 나는 라이브 클럽까지 가게 되었다.

라이브 클럽.
나는 라이브 클럽을 좋아한다.
춤 추는 클럽은 싫어하지만, 락 음악과 공연을 좋아하기 때문에, 소싯적에는 라이브 공연장도 꽤 다녔고,
아프리카의 라이브 클럽이라기에 그래도 꽤 기대를 하고 따라갔다. 

 

 

 


하지만…

첫번째 문제는 위치였다.
그 곳은 신시가지에 위치해 있었고,
신시가지는 생각보다 내가 있던 즈메 알프나 광장 주변보다 멀리 떨어져 있었다.
과연 내가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 싶은 걱정이 크게 들었다.

두번째 문제는.. 내가 생각했던 라이브 클럽이 아니었다는 거였다.
이 부분은 개인의 차이지만,
나는 정말 멋진 밴드의 라이브 연주와 공연을 기대했는데..
막상 들어간 그곳은, 관객의 대부분이 나이가 지긋한 외국 관광객이 대부분이고,
가끔 모로코의 아주 젊은 애들이 들어와서 춤을 추기도 하지만,
뭐랄까… 캬바레? 그런 느낌의 라이브 클럽이었다.

그래도 무대 위에서는 어쨌든 음악이 연주되고 있었고,
그것에 나름 위안을 삼으며, 한 구석에서 그 공연을 보았다.

세번째 문제는… 이 친구가 분명히 자신이 공연을 하는 곳이라서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입장료 대신으로 음료를 무조건 주문해야 한다는 거였고,
가지고 있는 돈이 없다는 이 자식의 음료까지 내가 돈을 내야 했다는 거였다.  

그것도, 여행자를 위해 특별히 적혀있는 바가지 요금으로. 


게.다.가…

그 날 그 녀석은 공연은 커녕, 무대 위에도 올라가지 않았고,
한참을 내 옆에서 앉아서 음료만 마시다가, 잠깐 나가서 친구처럼 보이는 사람들과
신나게 춤을 춘게 다였다는 거다.

그리고 "왜 너의 밴드는 공연을 하지 않느냐" 는 나의 질문에 하는 말이..
"네가 자꾸 돌아가고 싶다고 하고, 좋지 않은 표정을 하고 있어서 연주할 기분이 나지 않았다"
라는 거다…

허이구……

어떤 이들에게는 즐거운 클럽 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친구가 다른 날에는 정말 연주를 했었을지도 모른다. 

또, 그곳에서 연주된 음악 중 몇몇 전통 아프리카 음악은 꽤 들을 만 했고,

압둘이 춤을 출 때도, 베르베르인들의 춤이라며 추는 그 춤 또한 독특했고 볼 만 했다. 

 

하지만 그날 나에게는, 그 클럽에서의 몇시간은,
조바심과 속았다는 괘씸함 이런 저런 수많은 불편한 감정들이 뒤섞여서..
게다가 내가 가고 싶을 때 돌아갈 수 조차 없다는 어이없는 상황에 화가 나서
그야말로 악몽같은 시간 이었다.  

 


새벽 2시, 마라케쉬의 밤거리를 거닐다...

새벽 2시가 되어서야 압둘이 호스텔에 데려다 주겠다며 클럽을 나섰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건가? -_-

여기까지 되자, 그날 하루 종일 이 녀석에게 들었던 모든 말이 거짓말이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
누군가를 믿지 못 하게 될 때, 특히 여행중에는 그런 마음이 들 때가 가장 불편하고 싫다.
과연 오늘 내가 예약금을 걸었던 여행사가 내일도 그 자리에 있을까 싶고,
이 녀석이 가져왔던 말도 안되는 양의 아씨니 라는 술이 과연 정말 존재하는 술인가 싶고.

나는 결국 돌아가는 길에 이 녀석에게
아까 내가 호스텔이라는 곳에서 원하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았던
그 술의 비용으로 지불했던 돈을 다시 받아야 겠다며 따졌다.

그 이야기를 듣고, 알겠다며 광장에 가면 현금 출금기가 있으니 거기서 뽑아 주겠다고 했다.
그때의 시간이 새벽 2시가 넘었는데, 현금 출금기가 작동을 하냐고 물으니, 당연히 작동 한다고 해서,
일단은 광장까지 걸어갔다.

새벽 2시에 마라케쉬의 큰 길 가를 걷게 되리라고는,
낮에 공항에 도착했을 때 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했었다.
나는 즈메 알프나 광장의 야시장을 보고 싶었는데, 그것도 못 봤다.
참 어이없는 상황인데도, 웃기기도 했다.

그 거짓말쟁이 녀석과 함께였다는 것만 빼면,
밤의 마라케쉬를 걷는 게 썩 나쁘지도 않았다.

하지만 역시나, 현금 출금기는 작동하지 않았고,
그 녀석은 나에게 내일 가게로 오면 그 돈을 주겠다고 했다.
이제 니 말은 안 믿는다! 싶었지만 별 수가 없어,
내일 네 가게로 가서 깽판을 치는 한이 있더라도,
너 때문에 망친 마라케쉬에서의 첫번째 날의 사기당한 돈을 받아야 겠다고 벼르고 알겠다고 했다.

그나마 또 다행인건, 이 녀석이 정말 호스텔까지 데려다 줬다는 거다.
새벽 2시에 마라케쉬, 특히 즈메 알프나 광장 주변 시장을 여자가, 특히 여행자가!!! 걸어간다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이 지역에서 나고 자란 이 녀석도
상점들이 문을 닫아 썰렁한 시장길에 들어서고 골목에 들어서자 잔뜩 긴장을 했다.
길이 어두워 내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려고 하자,
급하게 말리면서, 뭐하는 짓이냐고, 눈에 보이지 않아도 주변에 온통 강도들이 네 주머니를 노리고 있으니,
절대 휴대폰을 꺼내지 말라고 했다.

이 녀석 뭐야.. 하루종일 나에게 거짓말 해 놓고는…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순간에는 고마웠다. -_-^

어쨌든 다행히 나는 호스텔에 살아서 도착했고,
압둘 그녀석에게 내일 너희 가게에서 보자고 인사를 하고,
호스텔에 들어갔다.

휴….

들어서자마자 리셉션에서 일하는 청년에게 제일 먼저 물었던 건,
아씨니라는 술이 정말 있는지, 이 지역에서 불법인지, 보통 얼마를 하는지 였다.
아씨니라는 술은 정말 있었고, 불법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고, 가격은 내가 알고있는 것보다 훨씬 쌌다.

그렇게 마라케쉬에서의 완전 다이나믹한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마라케쉬에서의 첫번째 날, 긴 하루를 마치며... 


돌아보면 생각한다.
돈 몇 푼 때문이었을까, 어린애 장난같은 거짓말 때문이었을까..
왜 나는 그때 그렇게 마음이 작은 사람 이었던 걸까. 

조금 더 여유를 가졌으면 좀 더 상황을 즐길 수 있었을까 하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큰 사고가 없었기에 망정이지,
그 순간 순간이 지금 생각하면, 까딱하면 정말 위험한 순간들이었고,
그 압둘이라는 녀석이 진짜 프로페셔널한 거짓말쟁이 였다면,
그날 내 목숨이 붙어있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이 모든게 모로코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여행을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라나다에서 만나는 모로코와 마라케쉬에서 만난 리얼 모로코는
너무너무 달랐다.

후에 호스텔에서 같이 묵은 한 한국인 여행자는,
모로코가 마치 인도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인도를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어쨌든, 정말 정말 정말 조심해야 할 곳이라는 건 분명한 것 같다.

그리고, 내일은 꼭 그 녀석 가게에 찾아가서 돈 받아내야지… 라고 되씹으며,
마라케쉬에서의 첫번째 밤, 정신없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사진과 글의 저작권은 저에게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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