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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길치, 유럽가다!] #7. 빼르 라셰즈..

02'길치 유럽가다

by priim 2013. 4. 1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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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르 라셰즈로..

날씨는 감도 100 짜리 필름을 써도 그늘 부분이 시커멓게 나오고,
그저 나무 그늘 일 뿐인데도 로모 사진을 찍는데 찰~칵 하는데 몇초씩이나 시간이 걸릴 만큼
햇살이 뜨거운 날이었다.-_-;
메트로 역에 내릴 때부터 사실 화장실이 좀 급했는데
근처에 화장실이 없다.
맥도날드도 없다.
오마이갓..
공중 화장실이 하나 있긴 한데 왠걸.. 고장이 났는지 문이 열리지 않고 내 동전만 먹어버렸다. ㅠㅠ;
어쨌든 할 수 없지 하고 생각하며 참고 그냥 뻬르 라셰즈로 가기로 했다.
뼤르 라셰즈는 내가 도착한 시간으로부터 한 시간 정도 후에 문을 닫는 시간이었다.
그래도 문 닫기 전에 와서 다행이다..-0-


짐 모리슨을 찾아라!

이곳 뻬르 라셰즈에는 쇼팽의 무덤과 짐 모리슨의 무덤이 있다고 한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오스카 와일드의 무덤도 있다는데..
알았으면 가봤을껄 하고 아쉬움이 남지만 암튼.
만화가 천계영씨의 홈페이지에서
그녀가 이곳에 비오는 날 왔던 이야기를 쓴 걸 본 적이 있는데
그걸 보고는 꼭 이곳에 한번 와보고싶었다.

각계 유명인사(?) 들이 여럿 잠들어 있는 이 공동묘지는
아마도 나는 모르지만 사람들에게는 유명한
더 많은 사람들이 잠들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하도 크기가 방대해서
보고싶은 만큼 다 찾아다니진 못할 것 같았다.

어쨌든 난 짐 모리슨의 무덤을 찾았다.
안내 판에 보니까 짐 모리슨의 무덤이 어디 있고
누구누구의 무덤이 어디 있고
일케 써 있었는데,
난 그냥 귀찮아서 짐 모리슨의 무덤 위치만 파악을 했다.
그러고 그곳을 찾아가는데, 역시나 길치인 나는 찾기가 너무 힘들었따. ㅠ0ㅠ
게다가 사람들이 간간이 있긴 했지만 워낙 넓은 곳이고..

수많은 묘지 사이를 혼자서 헤매고 있자니
혹시 저 뒤에서 강시가 나타나지나 않을까.. 하고 조금 으스스해지기도 했다.^^;
조금 찾다 보니까 사람들이 그래도 좀 모여 있는 곳이 보였다.

아, 여기서 잠깐..
언제나 말하는 거지만 내가 알아온 위치 정보는 나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다.
자고로 길치란 길을 찾는 감에 모든 걸 내맡겨야 하는 거다.
제대로된 지도와 주소는 길치에게는 일을 복잡하게만 만들 뿐이다.-_-;;;;
암튼 나도 아까 알아온 위치 정보와는 전혀 관계없이
그냥 사람들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감을 따라 가봤더니
그곳이 바로 짐 모리슨의 무덤이었다. +_+


짐 모리슨의 무덤 앞에서..
        

사실..
짐 모리슨에 대해서도 도어즈에 대해서도..
그다지 많이 알진 못한다.
단지 내가 짐 모리슨에 대해서 아는 사실은
나랑 똑같이 그도 랭보에 매혹되어 있었다는 것..
그리고 젊은 나이에 죽었다는 것.
그리고 언젠가 표지를 본 적이 있는 비디오 테잎..Doors..
그리고 랭보 까페에 간간이 올라오는 그의 노래 몇곡의 가사.. 정도?

짐 모리슨의 무덤은 빼르 라셰즈의 다른 무덤들에 비해서는
상당히 간소한 편이었다.
그 점이 난 맘에 들었따.
심플하게 해놓고 윗 부분에는 장미밭을 만들어놓았고
무덤 앞에는 사람들이 놓고간 꽃들과..
짐 모리슨을 그린 그림들..
그리고 각 국의 동전들..-_-;
피우다 만 담배 꽁초..(아마도 일부러 놓고 간 듯한..)
이런 것들이 모여 있었다.
..

그리고 그런 것들이 그의 간소한 무덤을..
결코 간소하지 않게
아주 특별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를 그리워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짐 모리슨을 잘 알지도 못하는데..
그냥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냥 울 뻔 했다.

나도 뭔가 남겨놓고 오고 싶어서
항상 수첩에 적어놓고 다니던 랭보의 시
'감각' 을 썼던 페이지를 찢어서
거기 편지를 써서 접어서 그 앞에다가 놓고 왔다.

당신도.. 나도..
우린 한 사람을 그리워하니까.. 하는 생각으로..

짐 모리슨의 무덤을 보고 돌아오면서 어서 샤를르빌에 있는 랭보의 무덤에 가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무덤.. 이라는건 그저 죽은 자의 이름 몇 자를 세겨 놓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빼르 라셰즈에 있는 무덤들을 돌아보면서..
무덤이란 건 어쩌면, 죽은자에 대한 산 자의 그리움이 아닌가.. 하는생각이 들었다.

자주 써먹는 얘기지만..
예전에 계절학기로 교양과목을 들을때,
교수가 이런 말을 했었다.
사람은 태어나서 세 번의 죽음을 맞이하는데..
그중 한번은 신체가 사라졌을때..
그 두번째는 영혼이 사라졌을때..(이건 맞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그리고 그 세번째는..
그 사람을 기억하는 모든 사람들이 세상에서 사라졌을때...

.. 그렇다면
짐 모리슨은..
또 그 앞에 싱그러운 꽃다발이 놓여있는 이 오래된 무덤의 주인들은..
아직 죽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되겠지.

짐 모리슨의 무덤을 보고 쇼팽의 무덤을 찾으러 가려고 했는데
그때 마침 시간이 다 되어서 문을 닫을 시간이라는 방송이 나와서 가보지 못했다.
아쉬웠지만,
짐 모리슨의 무덤을 본 것으로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몇백년은 족히 된 듯한
이끼가 잔뜩 끼어있는 어느 무덤 위를 뒤덮고 있던
빨간 장미넝쿨..
빼르라셰즈는, 독특한 곳이었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고..
양지와 음지가 공존하는..
아무튼 빼르 라셰즈는 빠리에 오면 꼭 한번 들러보라고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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