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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의 믿음

Granada days/People

by priim 2013. 4. 10.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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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니콜라스 미라도르에서 미치요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밤>


Some where only we know 라는 Keane 의 노래가 있다.

지 금 나에게 그라나다가 어떤 곳이냐고 묻는다면 난 주저없이 some where only we know 라고 말하고 싶다. 그라나다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면 그건 바로 사람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친구. 어쩌면 한 번도 만나지 않고 살았을 지도 모를, 그 시간과 공간의 우연의 일치 때문에 더더욱 소중했던 그 친구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아무래도 이곳이 낯설게 느껴져.

이 곳에 도착하고 2주가 채 안되었을 때 였다. 여행을 할 때는 쉽게 그곳에 익숙해지고 편안했던 것 같은데, 한 달 여행과 몇년 생활은 역시 다른지, 내 삶 전체를 이곳으로 가져온 터라 익숙해져야 한다는 강박감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지 유난히 이곳이 낯설게 느껴졌었다. 그렇게 알바이신에 있던 까사 티냐의 3층 피소, 내 친구의 방에서 내 친구에게 내 속내를 털어놓았었다.
나이로 치자면 나보다 한참 어린, 하지만 누구보다 마음이 잘 통했던 내 친구 미치요는 그때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 해주었다.


이곳 사람들을 100% 믿어봐. 나는 이곳 사람들을 100% 믿어. 너도 100% 믿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너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고있어. 그러면 나도 행복하거든.


그 한 순간, 잊고 있던 많은 것들이 되살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고 등학교 때 였나, 어렴풋이 알았던 것도 같았던 그 사소한 진실을 그동안 나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저 집을 떠나 있다는 생각에, 내 몸 하나 챙기기에만 급급했고, 사람들은 무조건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제 나와 함께 살아가야 할 나의 사람들인데도 나는 여전히 그들을 낯선 사람들로 대하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어떻게 그들이, 또 이곳이 익숙해질 수 있었을까.

그 날, 알바이신의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작은 창문이 있는, 아직은 많이 추웠던 미치요의 방에서 맛있는 치즈를 함께 야금야금 썰어먹으면서, 그라나다로 들어가는 문턱을 하나 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만 해도 길을 잃는것이 너무나 두려웠던 알바이신에서 그나마 그곳에 숙소가 있는 미치요 덕분에 신나게 돌아다니다가 같은 곳을 몇 번이나 헤매었어도, 그 어디를 가도 아름다운 알바이신에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너무나 행복했다.
시 에라 네바다가 있기 때문에 안달루시아의 다른 지역보다 추운 그라나다의 1월에,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슈퍼에서 음료수를 한 캔씩 사들고 미라도르 산 니콜라스에서 알함브라를 바라보면서 서로 사진을 찍어주던 그 때, 아직은 그라나다의 매력에 푹 빠져들지는 못했지만 모든 게 시작되고 있던 바로 그 때의 설레임이 나는 지금도 참 그립다. 그리고 그 시간을 함께했던 내 친구 미치요, 그녀의 독특한 웃음소리와 흥얼거리던 노랫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누군가를 100% 믿을 줄 알았던 소중한 내 친구, 고마워 미치요.




<산 니콜라스 미라도르에서 미치요와 함께 바라보았던 그라나다 시내의 야경>






Somewhere only we know , Ke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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