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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그들, 바바라

Granada days/People

by priim 2013. 4. 1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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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이름은 바바라 

 

그라나다에 처음 오고, 어학원에 첫날 갔을 때,

나와 함께 같은 날 등록을 하게 된 사람이 여섯명 있었다.

빨갛게 염색한 긴 생 머리를 한 바바라는 그 중 한 명 이었다.

그녀는 프랑스인이었고, 뮤지션이었다.  

에니메이터인 그녀의 남자친구가 이곳의 프로덕션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그라나다에 1년 혹은 그 이상 머물 예정으로 이곳에 온 친구였다.

 

강한 프랑스어 발음이 묻어나는 그녀 특유의 스페인어 발음과

누가봐도 인정할 만한 그녀의 미모 때문 만이 아니더라도,

그녀는 정말 매력적인 성격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멋진 친구였다.

 

그라나다에 장기간 머무를 사람들에게 첫번째 할 일은,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이듯, 숙소를 정하는 일이다.

시내 중심가에 숙소를 정하는 사람도 있고, 시내 중심가에서 좀 떨어진 곳에 정하는 사람도 있고,

알바이신에 숙소를 정하는 사람도 있다.

특히나 알바이신은 가파른 언덕을, 그것도 울퉁불퉁한 돌길을 올라가야하기 때문에,

기피하는 이들도 많이 있었다.

 

바바라 커플이 사는 집은 알바이신에서도 높은 곳에 위치한,  

그 유명한 산 니콜라스 전망대 바로 근처에 있었다.

그녀의 집 테라자에서 바라보면 알함브라, 시에라 네바다가  

그대로 집 안으로 들어오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보통은 너무 높기 때문에 다들 꺼리지만, 선뜻 그런 곳에 숙소를 정한

바바라의 그런 낭만적인면도 나는 너무 좋았다. 

 

바바라의 파티 

 

3월이던가, 2월이던가..

바바라의 집에서 처음으로 파티를 한 날이 기억난다.

어학원의 친구들과 함께 모여 별이 반짝이는 알바이신의 돌길을 올라  

여전히 그 아름다움을 뿜어내는 알함브라와 그라나다의 야경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한밤 중의 산 니콜라스 전망대를 지나,

바바라의 집에 갔다.

 

그곳에는 우리 뿐 아니라,

바바라의 남자친구가 초대한 에니메이션 회사의 친구들도 와있었다.

대부분이 프랑스 친구들이었고, 다들 처음 보는데도

낯설지가 않았다.

 

좋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일까.

그 친구들이 모두 마음이 열려있는 친구들이었기 때문일까.

음식솜씨가 좋은 바바라가 먹음직스럽게 준비한 홈메이드 타파와  

모두 한두병씩 사온 마실것들로 파티가 시작되었고,

흘러나오는 음악이 그 흥을 더했다.

 

게다가 바바라의 집 내부는 너무너무 멋졌다.

몇백년이 된 집이라고 들었는데,  

그 역사 그대로의 손때가 묻어나는 목재로 꾸며진 실내는,

오밀조밀 구성진 공간들이 매력적으로 배치되어 있었고,

특히나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밑의 사잇공간을 이용한 제프(바바라의 남자친구)의 작업공간이 공개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 자리의 모두들 특히 대부분의 남자들이

어릴때 저런 공간을 꼭 갖고 싶었었다며, 부러움의 탄성을 내질렀다. ㅋㅋㅋ..

 

거실의 한쪽에는 바바라가 프랑스에서부터 가져오기 위해 차로 스페인까지 운반했다는

거대한 수조와 그 속의 금붕어들이 낭만적인 분위기를 더해주고 있었고,

또다른 벽의 한쪽에는 제프의 모자 컬렉션과 바바라의 음악 cd 및 dvd 들이 한가득 정리되어 있었다.

 

어학원 친구들과 에니메이션 회사 친구들, 이 두 집단의 친구들이 친해지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서로서로 어우러져 처음 만난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즐겁게 대화를 하고..

형식적인 그런 일련의 과정들이 그때만큼 즐거웠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모두들 너무 즐거운 사람들이었고, 너무 마음에 드는 친구들이었다.

 

음악, 그리고 친구... 그거면 충분하다. 


 


 

흥이 한껏 오르자, 바바라가 2층 작업실에서 기타를 가지고 내려와 연주와 노래를 시작했다.

바바라의 매력적인 목소리에 감미로운 기타 선율이 어우러지고..

주위의 모든 소리가 고요해지며,  

그 순간 알바이신 밤하늘의 모든 별들이 바바라의 집 거실 그 곳에 모여든 것 같은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들, 그날 처음 만난 친구들까지 모두들 아마 나와 같은 감동을 느꼈을 것이다.

 

바바라의 연주와 노래가 끝나고 어학원 친구 중 플라멩고 기타를 배우고 있는 펠릭스가  

모두의 요구에 부응하여, 바바라에게 기타를 건네받아 연주를 했고,

그 아름다운 플라멩고 기타 선율에 바바라가 매력적인 목소리로 즉흥적인 화음을 더했다.

 

그것은 마치 마법과 같은 순간이었다.

이후로 제프의 에니메이션 회사 친구 중 콜린이란 친구가 자신의 기타를 가지고 나와

바바라와 함께 기타와 보컬로 화음을 맞추었고,

그런 마법과 같은 순간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그때 우리를 마법에 홀린 듯 이끌었던 그것은 음악 때문이었을까.

그 시간 그 공간 알바이신에, 낯선 곳 낯선 친구들과 함께있다는 설레임 때문이었을까.

 

환상적인 라이브의 시간이 끝나고,

우리는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신나게 춤을 추었다.

프랭크 처럼 멋진 춤을 추어도 좋고, 콜린과 그녀의 남자친구 사무엘처럼 코믹한 개다리춤을 추어도 좋았다.

 

이미 그날 밤의 우린 음악이라는 마법에 걸려 있었고,

그 어떤 말도 안되는 상황이 눈앞에 벌어져도, 큰 소리로 웃으며 행복하게 그 밤을 즐겼을 것이다.

 

행복한 추억의 한 장을 더하며.. 

 

시간이 1년이 흘러,

그때 그 파티에 함께했던 이들 중 많은 이들이 그라나다를 떠났고,

각자의 자리에서 또다른 친구들과 행복하게 살고 있는 지금도

나는 가끔씩 그날 밤 바바라의 파티를 생각한다.

 

그때 우린 정말 즐거웠지.  

그리고 정말 행복했었지.

 

많은 것을 가지고있지 않았어도,

많은 시간을 가지고 있지 않았어도..

우린 정말 행복했었지.

 

 

그리고 그들, 떠올리면 늘 행복한 내음이 묻어나던 그들도  

나처럼 가끔씩 그때의 우리를 떠올리며,  

그라나다에서의 행복했던 시간들을 즐거운 추억으로 기억하길 바란다. ^_^  

 

우리들의 또 하나의 행복한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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