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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celona days/una ventana

by priim 2020. 11. 4.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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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쌀쌀한 11월 찬 공기 속에 시를 쓴다.

늘 맑다가 오늘따라 흐린 회색 하늘 아래 시를 쓴다.

그렇게 보고 싶던 별은 보이지도 않고 볼 수도 없었던 밤이 지나고 

텅빈 마음에 가벼운 한숨으로 시를 쓴다.

나는 보이지 않는 거울을 보며 시를 쓴다.

하지만 나는 보이지 않는 거울로 내가 아닌 너를 보며 시를 쓴다.

툭 떨어지는 감처럼 어쩌다가 흐르기 시작한 그 거울 속의 시간을 바라보며

시를 쓴다.

 

나는 누군가의 시간 속에 의미로 남아있고 싶었다

시간을 따라 흘러 사라지지 않고 늘 새로 쓰여지는 의미로 남아있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이제 11월의 의미로 거울 속에 새겨진 채 거울 밖으로 나가야만 한다.

 

그 모든 아름다운 시간이 환상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너는 나에게 의미였고 앞으로도 이따금 새로 씌여질 의미일 것이고 언젠가는 잊혀질 수도 있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너와의 시간들 속에 내가 느낀 따스함은 

그 해 겨울 차가웠던 서로를 따뜻하게 감싸주고 눈을 맞춰주고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고 발걸음을 맞춰주었던

그 모든 시간 속의 우리의 따스함은

나의 삶의 모든 순간들에 소리 없이 내리는 11월의 이슬비 처럼 스며들어 있을 것이다.

너에게도 그 모든 순간들 속에 내가 너를 향해 진심을 다해 온 힘을 모아 지었던 그 미소들로, 너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던 그 모든 시간들로, 너에게 감사하기 위해 늘 이야기했던 고맙다는 진심어린 말들로 남아있으리라 믿으며 시를 쓴다.

 

우리는 알고 있다.

뜨겁게 불타오르지는 못했지만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진심이었고

또 우리는 서로에게 영원히 진실할 것이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나는 오늘 거울 속에 상처받아 피흘리며 웃고 있는 한 남자와 한 여자를 바라보며 시를 쓴다. 

끝나지 못한 시에도 마지막은 있다. 

그리고 끝나지 못한 모든 것들의 마지막도 아름다울 권리가 있다.

끝나지 못한 시의 마지막도 어쨌든 마지막이다.

모든 마지막에는 한 줌의 한숨과 한 방울의 눈물과 희미한 웃음이 서려있다.

 

그 모든 소중한 시간들을 더 소중하게 간직하기 위해

그 모든 작은 순간들을 더 소중하게 간직하기 위해

나는 시를 쓰고 이제 마지막을 쓰려고 한다.

 

나는 사랑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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