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나의 일은 나의 학업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나의 일은 나의 학업의 범주 안에 있으며, 나의 학업이 나의 일의 일부분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일을 하면서 내가 하고자하는 학업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은 내가 궁극적으로 바라던 바이고, 그렇기 때문에 당장의 보이는 성과가 크게 없더라도 나는 매우 만족한다. 일을 계속 해나갈 수 있는 청사진이자 디딤돌을 잘 다져 놓았다고 스스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이 많아도 사실 큰 불만은 없다. 하기 싫어서 하는 일은 적어도 없다.
나는 내가 공부하고 있는 분야가 정말 재미있고, 나의 일은 이 분야를 알아가는 과정에 큰 도움을 주기 때문에.
그렇다하더라도. 일이 많으면 힘이 드는 건 마찬가지이다.
연말부터 일 복이 터져서, 아싸 좋아라 하고 다 열심히 해서 다 잘 해내자 라고 의욕을 불태웠던 게 엊그제 같은데,
불태우던 의욕은 내 체력과 정신력 마저 불태우고, 이제는 불타는 의욕만이 남아있는 것도 같고.
애초부터 여러가지 일을 한꺼번에 다 잘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 것 부터가 경험의 부족으로 인한 시행착오 였던 것 같다.
일을 어떻게 하면 잘 해낼 수 있을지 그 과정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 그 일을 실행하는 과정이 수월한 것은 아니다.
과정의 개요를 잘 파악하고 있다는 것은 말 그대로 개요의 파악일 뿐이고, 일의 실행에서는 각 단계별로 내용의 깊이와 더욱 철저한 개연성을 부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을 처리하는 시간을 계산하여 계획할 때 종종 나는 그 깊이의 부여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망각한다.
그래서 늘 개요는 철저하고 내용의 초중반은 깊이 있게 다루지만, 중후반 부분의 깊이가 부족하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성급한 마무리, 이 과정에서 보통 경험과 지식의 차이가 나타난다.
100 만큼 하고 싶었는데 80 만큼 하는 것과 100 만큼 하고 싶었는데 60 만큼 하는 것의 차이는 이 경험과 지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물론 이 말은 애초의 목표였던 100을 달성하는 것은 그만큼 힘들다는 이야기도 된다.
비록 성급한 마무리라도 끝까지 집중하고 매달려야 완성도 있는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집중하고 매달리는 끝부분에는 늘 머리가 터질 것 같다.
지금도 그렇다. 2개의 원고와 1개의 연구논문을 완성해야 하는 현재가 바로 그러한 뇌의 과부화 상태이다.
지금 상태의 특이점이 있다면 이 상태가 2월 말 부터 지속되어 왔다는 것이고,
운이 좋게도 마감의 연장에 또 연장이 되면서, 아이러니하게 뇌가 과부화에 또 과부하가 되어버리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게다가 지금 하고있는 일은 모두 '잘 해야한다' 혹은 '잘 하고싶다' 라는 포부가 강한 일들이기 때문에,
하나도 소흘히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정말 잘 하고 싶기 때문이다.
아무튼, 일이 많다. 결론은 그거다.
마침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이동 금지 때문에, 집에서 일을 하는 것 이외의 선택지가 급격히 좁아졌기 때문에
솔직히 나로써는 보다 마음 편하게 일에 집중을 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밖에 나가 친구들과 수다를 떨거나 등산을 가거나 산책을 가거나 할 수 있는 상황이 애초에 차단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지가 급격히 좁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유혹이 적어졌다는 의미 뿐만 아니라 그만큼 머리를 식힐 수 있는 방법이 적어졌다는 의미도 된다.
머리를 한참 써야할 때는 3시간 정도 집중하고 30분 정도 산책을 하거나 하면 다시 재충전하여 능률적으로 일을 할 수 있었는데,
집에만 있으니... 이론적으로는 일 할 시간이 더 많아져서 일이 훨씬 더 잘 되어야 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만은 않다.
아마도 일을 할 때 개요를 통해 가늠해보는 일의 완성 시간과 실제 일의 완성 시간이 다른, 위에서 언급한 그 둘의 차이가 이번에도 적용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머리가 아프다.
그래서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쓴다.
일을 잘 해야하고 잘 하고싶고 그래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꾸준히 되내이고 있는 강박에서 조금은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일을 잘 해야하고 잘 하고싶고 열심히 하고 있지만 솔직히 너무 힘들고 조금 쉬고 싶다는 불평 불만을 자유롭게 하고 싶어서.
이렇게라도 그 불만을 소심하게나마 해소하지 않으면, 기껏 쌓아놓은 정신력의 탑이 한꺼번에 무너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그래서 글을 썼고, 쓰고 나니 그래도 마음이 가벼워진다.
나도 내가 지금 무슨 말을 썼는지 모르겠지만.
한동안은 다시 읽어볼 생각도 없다.
일을 무사히 마치고, 성공적으로 연구 궤도에 진입하고,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어 원하는 것을 성취하여,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기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이동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에는
보다 편한 마음으로, 한 단계 성장한 연구인으로써의 나를 인정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나의 중심을 잡고. 나의 불안정함을 해결하고. 그토록 바래왔던 당당하고 독립적인 나는. 비로소 환히 웃을 수 있도록. 지금과 다름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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