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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은 끝나지 않을까

Barcelona days/una ventana

by priim 2020. 9. 6.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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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은 해도 해도 끝나지 않을까

일을 해도해도 끝나지 않을 때마다 나의 선택을 되돌아본다

그때 그 선택은 옳았을까, 그 전의 그 선택은 옳았을까. 그 전 전의 그 선택은 옳았을까. 

하지만 그 어떤 선택을 했어도 결과는 같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선택이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은 내가 져야 하는 것이고

어느 선택이든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결과가 힘들어지는 건 마찬가지니까.

그러니까 묵묵히 일을 한다

이건 내가 한 선택에 따른 책임이겠거니 하면서

내가 그 선택을 했을 때의 마음가짐을 떠올리며 일을 한다 

 

지극히 일상적인 이야기를 해보자면 스페인에서 나의 삶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공부만 하던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 일을 할 수 있는 신분이 되었다. 

일을 할 수 있는 신분이 되고나서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본격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에

내가 하고 싶었던 연구직을 업으로 삼기 위해 내가 해야 겠다고 판단한 일들을 하는 중이다. 

돈도 별로 안 되고 미래가 확실하지도 않고 그래도 꾸준히 최선을 다해서 해야 무엇이든 결과가 나올 거라는 생각에

일단은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또 하고 또 하는 중이다. 

그 앞의 한 단계를 더 나가기 위해 발돋움 중이다. 

발돋움 할 때마다 느껴지는 무력감과 자괴감은 공부를 시작한 지 한참이 지난 지금 까지도 사라지지 않는다. 

어쩌면 연구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이런 무력감은 늘 등에 지고 가야하는 책임인지도 모르겠다. 

그 위대한 뉴턴도 '나는 진리의 큰 바다를 앞에 둔 바닷가에서 한 개의 조개를 주운 것에 불과하다' 라고 하지 않았던가.

아직 나는 한 개의 조개 조차 줍지 않았지만, 그 언젠가도 내가 바다 모두를 가졌다는 느낌은 절대 가질 수 없는 것이며, 가져서도 안 된다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적어도 하나의 조개를 찾아내려고 노력한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또, 내 주변의 친구들 중 누구는 귀여운 아기가 생겼고, 누구는 집을 샀고, 누구는 고향에 내려갔다. 

그래도 아직 내 주변에는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이 많이 남아있고, 내가 다른 곳으로 가지 않는 한 이 친구들과는 아주 오래 함께할 것 같다. 그들은 내 삶의 가장 가치있는 것 중 하나이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은 아버지의 은퇴와 함께 찾아온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단, 얼마 전에는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는데 찾아뵙지를 못했다. 연세가 워낙 많으셨고, 외삼촌 품에서 편안히 돌아가셔서 쓸쓸한 죽음은 아니었지만, 직접 찾아뵙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스페인에 처음 와서 얼마 후 삼촌이 돌아가셨을 때도 직접 찾아뵙지 못했었는데, 이런 일들이 있을 때마다 가족과 나의 사이가 훨씬 더 멀게 느껴진다. 이것이 내가 가족들에게 남들보다 훨씬 더 잘해야 하는 이유이다.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외할머니를 보내드렸다. 감사하고 죄송하고 행복했고 늘 기억하겠다는 마음도 함께. 산등성이를 내려오는 찻길의 가에서 도시가 한 눈에 들어오는 모퉁이에서. 

 

아마도 내 삶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큰 변화의 가운데 있는 것 같다.

일도, 집도, 인간관계도, 모든 게 조금은 어중간 한 지금이 지나면 모든 게 조금은 분명해질 것 같다.

그 중 어떤 것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것이고, 어떤 것은 전혀 다르게 변화할 것이다.

어쨌거나 나는 변화하고 있으며 어쩌면 이미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요즘 가장 힘든 일은 

내가 하는 일과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따른 나의 불안정한 상태이다.

적어도 무언가 하나 확실해지면 안정적인 상태가 될까 싶다가도

그렇게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분명 이 길은 먼저 걸어간 사람들이 있는 길이고

그들 중 누구라도 이런 순간을 겪지 않은 사람들은 없었을 것이다.

나보다 먼저 겪었든 더 나중에 겪었든 그들이 이 길을 계속 가기 위해서는 이런 순간을 겪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열심히 일하려고 한다.

물론 마음 먹은대로 다 되지는 않는다. 집중이 잘 안 될 때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과정이다.

 

그리고 꿈을 꿔본다.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꿈은 아주 강한 동기부여가 된다.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하면서 나의 분야에서 인정받게 되는 나의 모습을 그려본다.

큰 돈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생활과 예산의 걱정 없이 마음껏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하고, 그 연구가 바람직한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날을 상상해본다.

내가 살고 싶은 작은 집도 꿈꿔본다.

어느 곳이라도 상관없지만 내가 사랑하는 나의 사람들이 가까이 사는 곳에 나의 집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의 집은 나무를 기를 수 있는 아주 작은 마당이 있었으면 좋겠고, 그곳에 또 작은 테이블을 놓고 등나무 덩쿨 아래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낮에는 그늘을 만들어주고 밤에는 분위기를 만들어 줄 그런 공간이 좋다.

그리고 테라스가 있었으면 좋겠다. 아주 크지는 않아도 아주 작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테라스에서는 뷰가 아주 좋았으면 좋겠다. 이건 중요하다. 나는 많은 시간을 테라스에서 보내고 싶다. 혹은 나를 치유해 줄 공간으로 테라스를 사용하고 싶다. 삶이 힘들고 고단할 때 테라스에 나와 아름다운, 정말 객관적으로도 주관적으로도 아름다운 뷰를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고단한 나의 삶에 보답을 줄 수 있는, 그런 테라스와 그런 뷰가 꼭 있었으면 좋겠다.

침실에 대한 기대는 뭐 별로 없다. 작업실은 밖이 보이는 창문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 창으로 보이는 뷰도 좋았으면 좋겠다. 테라스의 뷰처럼 화려하거나 엄청 아름답지는 않더라도, 나의 마음에 적당한 안정과 기분좋은 긴장감을 줄 수 있는 뷰였으면 좋겠다. 꼭 사람이 있는 풍경이면 좋겠다. 사람이 없는 곳의 아름다움은 싫다. 작업실에서는 원고를 쓸 거고, 모델을 만들 수도 있고, 악기 연주를 할 수도 있고, 그림을 그릴 수도 있으니, 창고형 공간에 아기자기한 레이어로 자유로운 분위기와 안정된 분위기를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사진을 현상할 수 있는 작은 암실도 있었으면 좋겠다. 나와 함께 사는 사람과 작업실을 함께 쓰지는 않는다. 하지만 간접적으로 이어져있으면 좋겠다. 

거실은 중요하다. 클 필요는 없다. 아늑한 거실에 따뜻한 창이 있고 테라스와 이어져 있지만 너무 완전히 열려있지는 않은 공간이면 좋겠다. 작고 아기자기한 거실로, 한 구석에 책으로 가득한 귀퉁이가 있어서, 그곳에 편안한 흔들 의자를 놓아, 그 의자에 앉으면 같은 공간이면서도 다른 공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좋겠다. 책을 읽는 곳에서 창 밖의 뷰가 잘 보였으면 좋겠다. 다시 강조하지만 거실은 클 필요는 없다. 크지 않아도 좁다는 느낌은 없는 아늑한 공간이면 좋겠다. 손님 방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가족들이 찾아올 때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게는 중요하니까. 우리 가족들은 멀리서 찾아오니까. 

욕실은 두 개가 좋겠다. 주방은, 너무 좁지만 않으면 된다. 크지는 않아도 되지만, 움직임은 자유로운 공간이면 좋겠다. 크면 청소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살 수도 있으니.. 그 경우에는 그 사람의 취향을 따라주면 좋을 것 같다. 주방과 식당에는 간접 햇빛이 들어오면 좋겠다. 비가 오면 빗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식당은 주방과는 조금 구분되는 아늑한 느낌으로, 밥도 먹고 술도 먹고 ㅎㅎ 분위기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조금은 독립된 공간이면 좋겠다. 

그리고 창고 하나. 수영장 같은 건 필요없다. 관리하기 어렵다. 하지만 있으면.. 나쁘진 않다. 

집에 피아노를 하나 놓아도 좋을 것 같다. 피아노는 작업실에 놓을까. 거실에 놓을까. 거실에 놓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파트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외곽이나 작은 도시 밖에 없는데...

아파트라면, 마당과 테라스가 문제인데.

테라스는 어떻게 해결을 하더라도, 마당은 없을텐데.

마당이 없으면 뭐 어쩔 수 없지.

테라스를 마당과 같은 분위기로 만들면 된다.

마당의 식물과 테라스의 햇빛을 하나의 공간으로 만들면 된다.

그러려면 아파트여도 넓은 테라스가 필요하다.

 

이런 집에 살고 싶다. 

그라나다에서의 바바라네 집과 니구엘라의 프랑크네 집을 참고하며 상상했다. 

그래서 어쩌면 이런 집은 스페인 남부에서 가능한 집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은 내가 늘 그리워하는 스페인 남부의 분위기를 담은 그런 집에서 살고 싶은 내 소망의 표현이다. 

 

그러려면.. 방은 4개, 욕실 2개 넓은 테라스.. 이게 필요하다.

아니면 방은 3개여도 되기는 하다.

 

그러려면 열심히 일해야겠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렇게 또 헛된 꿈을 꿔보고, 헛된 꿈을 헛되지 않게 만들기 위해 또 일을 하러 간다. 

그래도 기분은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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