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리 많은 춤을 알지는 못하지만,
내가 본 몇 안되는 춤 중에서 탱고, 그리고 플라멩코는 그 중에서도 특별하다.
춤에 춤추는 이의 영혼이 스며들어 있다고 해야하나.
보고 있노라면 굳이 동작 하나하나를 해석하며 보지 않더라도 전해오는 무언가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플라멩코 클럽인 그라나다의 페냐 라 플라테리아는
여름 바캉스 기간 동안에는 목요일의 무료공연을 하지 않는다.
휴가기간이 끝난 9월부터 다시 공연을 하고,
얼마 전에는 2013년 전반기의 마지막 목요일 플라멩코 공연이 페냐 라 플라테리아에서 있었기 때문에
만사를 제쳐두고 페냐의 공연을 보러 달려갔다.
요 며칠은 아팠다.
고민도 많이 했고, 이제는 지나갔지만 고민을 하는 동안에는 정신이 하나도 없을 만큼 힘들었고.
많이 아팠던 어느 날은 꿈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타나셨었다.
그때에는 잘 몰랐는데, 아마 나를 걱정해서 나타나셨던 것 같다.
타지에서 가장 서러울 때가 몸이 아플 때라는 건 빈 말이 아니다.
몸이 아프더라도 삼시 세끼 꼬박 꼬박 챙겨먹어야 하고, 그래야 건강해지니까.
그렇다고 내가 딱히 알리지 않으면 누구 하나 걱정해주는 사람 없고.
하지만 타지에 와서 살기로 한 순간부터 그런 것들은 당연한 것들이기 때문에 어설픈 투정이나 어리광을 부리고 싶지는 않았다.
다만, 꿈에서 나타나셔서 나를 걱정해주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새삼 왜이리 눈 앞에 아른거리던지...
페냐에서의 마지막 공연은 혼자 보러 갔다.
거의 제일 앞자리에 앉아서 보았던 그날의 공연은 평소보다도 훨씬 감동적이고 훨씬 인상적인 공연이었다.
플라멩코 공연은 보통 기타연주로 시작해서 노래와 박수가 합쳐지고 마지막에 춤이 더해져서 한 편의 공연이 완성되곤 한다.
그날의 깐테, 노래하는 이는 여자였다. 목소리가 참 곱고 강렬한 깐테였다.
그리고 이어서 춤이 시작되었을 때.
그날의 춤은 평소보다도 훨씬 아름다웠고, 아니, 플라멩코를 보고 아름다웠다고 말하기 보다는 강렬했다고 말하는 편이 옿을 것 같다.
춤을 추는 그녀의 동작 하나하나 까지도 온 몸으로 무언가를.. 언어로 표현할 수 없어도 전해지는 그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무언가가 나에게 와닿았을 때, 나도 모르게 눈에서 주륵 주륵 눈물이 쏟아졌다.
그냥 한두줄기 눈물이 쏟아지는 것도 아니었고, 거의 엉엉 우는 수준으로 눈물을 정말 펑펑 쏟았다.
그 순간에 꿈 속에 보았던 나를 걱정해 주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생각났다.
2부 공연의 내용은 그라나다에 찬사를 던진 여러 시인들의 시들과 이야기들을 노래로 엮어서 표현한 공연이었다.
여인이여, 그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시오, 그라나다의 장님만큼 불행한 이는 세상에 없답니다! 라는 유명한 어구로 시작되던 그 노래들은
플라멩코 노래 치고 비교적 장조에 희망적인 멜로디 였지만, 여전히 왜 그렇게 눈물이 쏟아졌는지 모르겠다.
나는 어쩌면 많이 힘들었나보다.
논리적으로 위로나 휴식이 되지 않았던 그 힘들었던 부분이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를 전해주는 플라멩코 공연을 통해서 위로와 휴식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어쩄든 한바탕 눈물을 쏟아내고 나니 마음이 후련했다.
무언가를 아는 것 만큼이나 무언가를 정확하게 느끼는 것도 중요하다.
내가 힘들었기 때문에 울었던 것도 있지만 나는 그날 밤 페냐의 공연을 내가 뼛속까지 정확히 느꼈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눈물을 쏟아냈던 것이라고 확신한다.
알람브라를 보던 어떤 유명한 세계유산을 보던 마찬가지다.
그리고 우리의 삶 또한 마찬가지다.
내 앞에 던져진 오늘을 최대한 정확하게 느끼면서 살아가는 것.
그것만이 지구의 평화를 위해. 나의 행복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이제는 지나간 그 모든 고민들에 심심한 안녕을 전하며.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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