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는 뭐가 있을까.
그 삶이 속해있는 문화. 경제적인 여유. 혹은 개개인의 삶을 살아가는 방법의 차이.
글쎄. 어쩌면 그 모든 것이 다 삶의 질을 결정한다고도 말할 수 있고, 혹은 그 모든 것이 다 삶의 질과는 상관 없다고도 말할 수 있겠지.
그건 삶의 질의 높고 낮음을 어느 기준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뜨거운 6월의 어느 오후 알바이신의 낮은 지역,
어느 화가가 살던 오래된 주택의 2층에 위치한 바바라의 집,
테라자에서 열린 그 바베큐 파티에서 우리는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파티에 모인 바바라의 친구들은 대부분 바바라의 남자친구 제프의 직장 동료인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일하는 친구들.
그림을 그리는 친구, 3D 효과를 담당하는 친구, 머리카락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친구, 옷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친구 등
애니메이션의 다양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친구들이 모여서인지, 대화도 꽤 재미있었다.
더군다나 프랑스인인 바바라와 제프의 친구들은 프랑스인과 스페인인이 대부분이었고,
아마 세상에서 수다스럽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두 나라의 사람들이 함께 모였으니,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장장 일고 여덟시간 동안 끝없이 이어졌다.
참 새삼 느끼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목소리가 크고 말이 많다고 하지만,
여기 친구들에 비하면 점잖은 편이라고 해야할 듯.
여기 친구들은 참 말이 많고 말하는 걸 좋아한다.
그러다가 한 프랑스인 친구가 스페인의 오늘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스페인 사람들은 내일이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스페인은 충분히 부유하다고 생각한다며.
그 자리에 있던 대부분의 외국인들이 동의한 반면,
대부분의 스페인 친구들은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 친구가 하려는 말의 의미를 조금 알 것 같았다.
지금의 스페인은 물론 경제가 파탄의 지경에 이르렀고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이곳에 살고 있는 이들의 삶의 질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높은 편이다.
그렇다고 생필품의 가격이 비싸다거나 그런 것도 아니다.
생필품의 가격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싸지만,
질적으로 우수하고, 또 무엇보다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의 표정이 그리 어둡지 않다.
경제가 어두워지면 범죄율부터 증가하고, 생필품의 가격이 기다렸다는 듯이 오르며,
여기저기 자살 소식이 들려오는 우리 사회와는 대조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 이유가 무얼까. 나는 그것을 삶의 질을 결정하는 기준에 두고 싶다.
삶의 질을 결정하는 기준이라는 것은 본디 개개인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는 것이고,
또한 사회에 따라 다르며, 문화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이곳 스페인, 아니 내가 살고있는 그라나다에서는 적어도, 재산이 많은 이와 적은 이의 삶의 수준의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이곳에서 살아가는 외국인의 시선으로 보기에는 그렇다는 말이다.
끌고다니는 차의 종류에 따라 그 사람의 수준을 결정하는 일도 없고,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주변 사람들과의 조화로운 인간관계 또한 돈의 많고 적음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돈이 적으면 적은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나의 집에 다른 이를 초대해서 함께 식사 한끼 하며 대화하는 걸 부끄러워 하거나 특별히 자랑스러워 하지 않고,
그저 친구들과 함께 하는 그 순간, 즐거움을 나누는 그 순간을 즐긴다.
그러니 매일 삼시 세끼 맛있는 밥을 먹을 식재료와 튼튼한 몸뚱아리.
그리고 매일 할 수 있는 일과 몸을 뉘일 수 있는 집이 있다면 행복한 삶이란 그리 멀리 있는 게 아니게 된다.
내가 이들의 삶의 질이 낮지 않다고 말하는 이 모든 기준은 물론
우리나라의 사회에서 삶의 질을 이야기할 때 회자되던 요소들을 기준으로 한 것이기에
이들이 생각하는 삶의 질과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속해있는 대한민국의 사회와 비교를 해보자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우리의 사회는 어떤가.
누군가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면 그 사람의 인간 됨됨이보다 궁금한 게 그 사람의 차종이고,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는 것도 집이 남들에게 보여줄 만할 때,
또한 상다리 부러질 것 까지는 아니더라도 뻑적지근한 음식이 준비되어 있을 때 가능한 이야기이며,
이러한 외적인 기준을 조금이라도 무시하고 살라치면 어김없이 줄 밖으로 삐져나간 무언가를 쳐다보듯 느껴지는
적대적인 시선들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대다수의 사람들의 현실 아닌가.
이들에게 삶의 질을 결정하는 기준이란
번듯한 집과, 최신형의 자동차, 이런 것들이 아니라,
집이 크든 작든 사랑하는 내 집에서 친구들과 가족들과 보내는 행복한 시간,
자동차가 오래되었든 최신형이든 그 차를 타고 새로운 곳으로 떠나서
그곳에서 새로운 풍경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그 프랑스인 친구가 이야기했던, 스페인 사람들은 충분히 부유하다는 말은,
이들이 하루 하루를 행복하게 보내기에 부족함이 없는 생활을 하고 있으며,
엄청난 부자가 될 수는 없더라도, 그들의 삶에서 느껴지는 풍요로움이 그들의 삶의 질을 보장해주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나도 이들의 이런 삶의 철학을 배우고 싶다.
이미 오랜 시간 내가 몸담은 사회의 삶의 철학에 익숙해진 나로써는 쉽게 몸에 익힐 수 없는 게 사실이지만,
조금씩 조금씩 나와 다른 이들의 좋은 점을 배우고, 또 그들과 비교해 보며 느껴지는 나의 단점을 고쳐나간다면,
언젠가는 이들의 삶을 철학 또한 내가 몸담고 있는 사회에 알맞게 변형되어 나의 삶의 철학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림을 그린다는 호세 마리아는 엉뚱한 친구였다.
툭하면 삼천포로 빠지는 이야기의 중간 중간에, "자, 그래서, 너희들은 화성에 가서 살고 싶어?" 라며 이야기를 화성으로 되돌린다.
만약, 화성에 가서 살 수 있고, 다만 되돌아 올 수 없다면, 화성에 가서 살고 싶은가. 라는 것이 이야기의 주제이다.
화성에 가는 이유라면 콜럼부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향해 갔던 것 처럼 화성의 식민지화가 목적이 아닐까.
나는 글쎄. 특별히 개척자로 위장한 침략자가 되고 싶진 않다.
물론 그렇다고 화성에 삶을 일구는 첫번째 인류가 되고 싶어서 가고싶은 이가 있다면 그들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나의 삶의 대부분은 이미 이곳에 있고, 가장 중요한 나의 사람들 또한 이곳에 있으며,
지구와 화성은 결코 먼 거리가 아니기에 이곳을 떠나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그 모든 것을 버리면서까지 그곳에 갈 만한 가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한 친구는 인류가 화성에 가서 정착을 하게 되면 훗날 분명히 지구와 화성의 전쟁이 벌어질 것이며
그렇게 되면 우주 전쟁으로 번지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와우. 매우 부정적인 의견이지만 아주 현실적인 의견이기도 하다. 지금의 아메리카 대륙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지 않은가.
이런 예측이 가능하게 만들어진 인류의 역사가 참 유감스러울 뿐이다.
어쨌든 유월의 뜨거운 햇살이 서쪽으로 뉘엿뉘엿 지고 저녁 노을이 질 때 까지
우리는 이런 시잘떼기 없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하며 바베큐 파티를 즐겼다.
바바라네 고양이 알라나가 가끔 우리 중 누군가와 한가하게 시간을 보냈고,
테라자에서 정면으로 바라다 보이는 알람브라의 풍경을 바라보며, 인조풀의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며...
화성에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 스페인의 삶의 수준이 높은지 낮은지에 대해,
그리고 유럽의 삶의 수준은 왜 할머니 세대보다 낮아지는지에 대해.
머리가 아플 만큼 수다를 떨고 저녁 9시 반쯤 지는 해를 바라보며 집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만난 프랑크와 옐레도 반가웠고, 엉뚱하지만 재미있고 즐거운 제프의 친구들과의 만남도 즐거웠다.
정말 오랜만에 장시간동안 스페인어로 대화를 나누니
굳어있던 뇌의 언어영역이 삐그덕 거리는 소리를 내며 돌아가 조금 더 피곤한 것도 같다.
하지만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
언젠가 그들과. 혹은 한국에 있는 나의 사람들과도 소세지, 피망 등을 구워 먹으며,
화성에 가고 싶은가 같은 엉뚱한 주제에 진지하게 몇시간씩 별이 뜰 때 까지 이야기 나눌 그 날을 꿈꾸며.
즐거웠던 바바라네 바베큐 파티 스케치를 마친다.
그냥. 행복했던 그 오후를 기억에 남기고 싶었다.
Los momentos de la teraza de Barbara
+ 그리고 그때 만난 친구들이 함께 마친 프로젝트, 애니메이션 Justin and the knights of valour 를 소개합니다. ^^
http://www.justinandtheknightsofvalour.com/ : 공식 홈페이지
http://www.imdb.com/title/tt1639826/ : imdb 소개 페이지
| 별이 떨어지는 아름다운 사크로몬테의 밤... (0) | 2013.07.17 |
|---|---|
| 그라나다는 요즘 영화의 도시! (0) | 2013.07.17 |
| 그라나다의 여름을 알리는 산 후안의 밤! (0) | 2013.06.24 |
| 알바이신의 까르멘_4 : 1000년의 물 길, 까르멘 데 알히베 델 레이(Carmen de Aljibe del rey) (0) | 2013.06.23 |
| 알바이신의 까르멘_3 : 어느 화가의 아름다운 마지막 한 장, 까사 무세오 데 막스 모로(Casa museo de Max Moreau) (0) | 2013.06.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