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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이신의 까르멘_4 : 1000년의 물 길, 까르멘 데 알히베 델 레이(Carmen de Aljibe del rey)

Granada days/Encanto

by priim 2013. 6. 2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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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의 물 길, 까르멘 데 알히베 델 레이(Carmen de Aljibe del rey)

알바이신의 좁은 뒷길 그 사이에 숨어있는 무어왕조의 마지막 왕의 어머니, 아익샤 왕비가 살았던 다르 알 오라 궁전.

(다르 알 오라 궁전 관련 글 참조 2013/04/10 - [Granada days/흥미로운 이야기] - 알바이신, 그 숨겨진 이야기를 따라서..)
나는 그곳으로 가는 길을 참 좋아한다.
작고 아늑한 산 미겔 바하 광장의 어느 작은 골목길로 들어가 모서리를 돌고 돌아 어느 모서리에 겸손하게 나 있는 작은 문.
설마 그것이 궁전으로 통하는 문이리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할 수도 었을 그런 문 안에 아름다운 다르 알 오라 궁전은 숨어 있다.
그리고 골목길로 들어오기 전 산 미겔 바하 광장에서 조금 옆으로 가면, 수녀원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지만 구글 지도로 보면 볼 수 있는 거대한 수녀원이 하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이 골목길은 바로 이 수녀님들이 수백년 전, 다르 알 오라 궁전의 아익샤 왕비를 위해 물을 길어 나르던 바로 그 길이다.

길을 걸으며 역사를 역사라는 어려운 학문으로가 아니라, 마치 내 피부에 와닿는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것은 분명 아주 특별한 경험이라 아니할 수 없다.
나는 이 길을 걸을 때마다 바로 그런 특별한 경험을 한다. 그것은 아마도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이 뒷길이라는 공간이 가지고 있는 특징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라나다 성벽에 오르는 우리들만의 비밀 통로


다르 알 오라 궁전의 입구를 지나 맞은 편 담장을 보면, 별로 예쁘지 않은 그래피티 아트가 그려져 있는 지저분한 담벼락 아래 고개를 푹 숙이고 간신히 들어갈 수 있을 만한 작은 개구멍이 있다. 그곳으로 들어가 풀숲 사이로 난 흙길을 따라 조금 걸어가 보면, 풀숲 저 너머, 길 아래에서만 올려다 보았던 1000년 역사의 그라나다 성벽 위의 어느 망루 위에 올라서게 된다. 지난 밤 이 아랫길을 지나다가, 저 높이 망루에서 기타를 치는 두 사람을 보았는데, 그 사람들도 그 밤에 이 개구멍을 통해 들어왔을 걸 생각하니 왠지 웃기기도 하다. 혹시 우리가 온 길과 다른 길이 있는 걸까 하고 옆에서 이야기 중인 오빠에게 물어보니, 개구멍으로 들어오는 시늉을 하며, 우리도 그쪽으로 들어왔다고 그 길 밖에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사실 이곳에 들어오는 것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

뭐. 하지만 문화재에 크게 위해를 가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올라갔다고 1000년 동안 무너지지 않았던 그라나다 성벽이 무너질 리도 없고. 설마. 없을 것이고. ㅋㅋㅋ
잠깐 개구멍으로 들어가 풍경만 감상하는 것이니 이 정도는 괜찮겠지. ;)

아… 그리고 역시 개구멍으로 들어와 그라나다 성벽에 올라 바라보는 알바이신의 모습과 주욱 들어선 거대한 성벽들의 모습은 색다른 묘미가 느껴진다.
이 성벽은 약 1000여년 전 지리 왕조에 의해 세워졌으며, 예전에는 이 성벽 까지만이 그라나다 였다고 한다.
산 크리스토발 전망대가 바라다 보이는 이곳에서의 알바이신은 내가 사는 알바이신의 아랫 동네로, 알람브라와 마주한 알바이신의 앞동네 만큼 관광객이 많지 않아서 더 조용하고 현지 사람들의 주택이 많이 있으며, 그런 만큼 나름의 아름다움을 더 많이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해가 지고 불이 켜질 때 쯤 이곳을 바라보면 넋을 잃을 만큼 아름다워, 언제나 이곳이 뒷동네 인 것이 참 안타깝기도 하고, 사람들은 잘 모르는데 나만 알고 있는 것 하나가 더 늘었다는 즐거움을 몰래 혼자 느끼기도 한다.
잠시 그 망루를 즐기다 다시 풀숲을 지나 개구멍을 빠져나와 골목길을 걷는다.





아치의 비밀


조금 더 걷다 보면 나즈막한 아치가 나온다.
그 아치는 수녀들이 물을 길으러 다니는 아치라 하여 '수녀들의 아치' 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한때는 '울부짖음의 아치' 라고도 불리었다.
때는 스페인이 무적함대를 내세워 전 세계에 식민지를 거느리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창 잘 나가던 스페인이 영국과의 아르 해전에서 패배하고, 그 전쟁을 계기로 영국은 동인도회사를 설립하는 등 승승장구 하고, 스페인은 식민지로 두고 있던 네델란드와의 독립전쟁에서 패배, 연일 그 승세가 꺾여 명성이 예전만 하지 못하던 17세기 말, 18세기 초 였다.
당시 스페인의 왕이었던 까를로스 2세는 아들은 없었고, 독일과 프랑스로 시집을 간 공주만 둘 있었다. 그리고 프랑스로 시집간 딸의 자손에게 왕위를 계승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숨을 거두었지만, 이 계기로 프랑스 vs 독일.오스트리아 간의 '스페인 왕위계승 전쟁'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때다 싶은 영국과 네델란드도 오스트리아 군과 동맹을 맺었고, 8년 동안 전쟁이 계속되었으며, 결국 전쟁은 프랑스가 지게 되었지만, 왕위는 프랑스 계통의 펠리페 5세가 계승하게 되었고, 대신 유트리히트 조약을 체결하여 프랑스는 커다란 경제적 피해를 입게 되었다고 한다.
여하튼. 이 긴 전쟁기간 동안 그라나다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 그라나다에서 죽은 아홉명의 영웅들의 참수된 목을 이 골목의 아치에 매달아 놓아서, 밤이 되면 그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울려퍼져, 이 아치를 울부짖음의 아치라고 불렀다는 이야기.

그 수많은 희생을 치르고 왕위를 얻은 자가 얻은 것은 무엇이며, 왕위를 얻지 못한 자가 얻은 것은 또 무엇인가.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전쟁이 많은 스페인 사람들에게 남긴 것은 그 어떤 부귀영화도 아닌, 한 맺힌 울부짖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
권력이 가져다 주는 부귀영화, 그 때문에 벌어진 전쟁은 결국 죽은 이들의 억울한 울부짖음만 남긴 채 역사 속에 사라져 간다.





시에라 네바다에서 알바이신까지, 1000년의 물 길


슬프고 섬뜩한 역사를 간직한 나즈막한 아치를 지나 계속 가다 보면 오른편에는 공원이 있고, 길 끝의 왼편 모서리를 돌아 바로 그곳에 까르멘 데 알히베 델 레이가 있다.
Carmen del Aljibe del Rey. 여기서 알히베 라는 것은 알바이신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작은 아치 모양의 아랍식 우물을 일컫는다. 그리고 레이는 왕.
즉, 알히베 델 레이는 왕의 우물이라는 뜻이다. 까르멘 델 알히베 델 레이는 왕의 우물이 있는 까르멘 이라는 의미.
이곳은 수녀님들이 여왕의 궁전에 가져갈 물을 길어 나르던 곳이다.
 
무어인들이 알바이신을 만들 때, 그들은 무엇보다 수로를 만드는 것에 큰 힘을 쏟았다.
그라나다에는 알다시피 스페인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가 있는 거대한 시에라 네바다 산맥이 있다.
무어인들은 그곳의 깨끗한 물을 그라나다로 끌어와 사용하길 원했다. 그것도 알바이신의 구석구석까지 그 물이 흐르길 원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물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들은 기도하러 들어가기 전에 꼭 손을 씻고 들어가야 하고, 또한 이곳을 만들었던 북아프리카의 무어인들에게는 특히, 사막지역에서 살았던 그들의 생활특성 상 도시를 계획하는 데 있어서 물은 그 어느 것보다 더 중요한 요소 였을 것이다.

그들은 시에라 네바다의 물을 알바이신 뒤쪽으로부터 끌어와 이곳 알히베 델 레이 아래의 물 저장고에 채워 보관했고, 그 물들은 이곳에서 알바이신에 위치한 세개의 목욕탕, 즉 바뇨(Baño)로 나뉘어 흘러갔다고 한다. 그 세 개의 목욕탕의 위치는, 하나는 알히베 델 레이 근처에 있는 플라자 라르가에 위치해 있었고, 또 하나는 지금은 타파스 바로 가득한 엘비라 거리에 위치해 있었으며, 마지막 남은 하나가 바로 다로강변에 위치해 있는, 오늘날도 무료 입장이 가능한 바뇨 데 아라베, 아랍식 목욕탕으로 알려진 그곳이다.
그 중 플라자 라르가에 있는 바뇨는 남아있긴 하지만 개인 소유가 되어 들어가보지는 못하고, 엘비라 거리에 있는 바뇨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고 한다.

그리고 그 세 개의 바뇨로 흐르는 수로의 중간 중간에 우물, 즉 알히베가 설치되어, 알바이신의 주민들이 그곳에서 물을 길어다 먹거나, 기도하러 들어갈 때 손을 씻고 들어가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었고, 그 뿐 아니라 곳곳에 작은 분수를 설치해 놓아, 그라나다 특유의 졸졸졸 흐르는 조용한 분수가 언제나 흐르게 함으로써, 알바이신의 사람들로 하여금 우리는 언제나 물이 마르지 않는 곳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자부심은 또한 전혀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어서, 오늘날에도 그라나다에서는 그들의 수로를 정비만 해서 그대로 쓰고 있는데, 덕분에 시에라 네바다의 깨끗한 물을 수돗물로 먹을 수 있고, 스페인의 대부분의 도시에서는 수돗물을 먹을 수 없어 물을 사먹어야 하지만, 그라나다에서 만큼은 물이 깨끗하기 때문에 수돗물을 그대로 식수로 사용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식당이나 바에 가서도 수돗물 한잔 주세요. 즉 그냥 Agua 가 아니라 Un baso de agua 를 달라고 하면, 그냥 공짜로 물을 한 잔 가져다 준다. ^^

까르멘 데 알히베 델 레이에 가면 알바이신 전역에 퍼져 있는 이러한 수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고, 한창 뜨거운 지금도 들어가면 서늘한 옛 물 저장고에 들어가 볼 수 있다. 내가 갔을 때는 그라나다가 고향인 어느 아주머니도 함께 갔었는데, 그 아주머니 말씀으로는, 예전에 어느 관광객이 이곳에 들어왔다가 미처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가지 못하고 동떨어진 채 문이 잠겨, 아무리 소리쳐도 지하 여서 밖으로 들리지도 않고 꼬박 하루를 그렇게 그곳에 있었는데, 다음날 그곳에서 동사된 채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헉…
그러니 까르멘 데 알히베의 물 저장고에 들어갈 때는 꼭 가이드와 다른 사람들과 너무 동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을 듯. ^^;





오래된 정원 너머 왕비의 궁전을 바라보며...


무엇보다 까르멘 데 알히베 델 레이의 가장 특별한 부분은 그 정원이다.
그라나다의 알바이신 말고도 오래된 시장인 산 아구스틴의 바닥 돌 등, 마땅히 둘 곳이 없는 유물들을 가져다가 까르멘 데 알히베 델 레이의 정원을 꾸몄다고 한다.
평일 낮 12시에 가면 언제나 무료로 입장하여 가이드의 설명을 들을 수 있는데, 그라나다의 많은 유물들을 가져다가 정원을 꾸민 덕에, 언제나 가이드는 이 돌 저 돌이 가지고 있는 역사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그곳에 가면 그라나다의 역사 전체의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다. ^^ 물론 언어는 스페인어 이지만. ;)

아름다운 그곳 정원을 둘러보는데 잠시 여우가 시집갈 때 내린다는 여우비가 내린다.
비를 피해 처마로 들어와 알베르게 연못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다 고개를 드니 저 멀리 다르 알 오라 궁전의 모습이 보인다.
비는 금방 그치고 해가 반짝 떠있는 정원으로 나가 오른편을 보니, 옛 그라나다 성벽이 풀숲 너머로 길게 늘어서 있는 모습도 보인다.
그 사이사이로 정원에 화사하게 피어있는 아름다운 꽃들이 이곳이 언제나 샘이 마르지 않는 축복받은 땅이라는 걸 이야기해준다.

까르멘 데 알히베 델 레이의 거대한 알바이신 모형위에 불빛으로 표시되어 있던 알바이신 구석구석까지 퍼져있던 물길을 떠올리며 까르멘을 나와 길을 걸어본다.

내가 걷는 이 길의 저 아래 어딘가 지금도 물이 흐르고 있을 1000년을 흘러 온 물길을 생각하며…
 



Los Momentos del Carmen de Aljibe del rey





















































































































































모든 내용물의 저작권은 저에게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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