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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이신의 까르멘_3 : 어느 화가의 아름다운 마지막 한 장, 까사 무세오 데 막스 모로(Casa museo de Max Moreau)

Granada days/Encanto

by priim 2013. 6. 23.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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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화가의 아름다운 마지막 한 장, 까사 무세오 데 막스 모로(Casa museo de Max Moreau)

이 아름다운 화가의 집을 알게 된 건 불과 얼마 전.
늘 숱하게 지나다니던 산 니콜라스 전망대 아랫 길의 아이스크림 가게를 지나 악세사리 가게도 지나서 가다 보면 왼쪽에 하늘색 대문이 하나 있다.
지나가다 문득 그곳에 붙어 있는 시간표를 보았다. 몇시부터 몇시까지 입장 가능.
그렇게 해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그곳은 벨기에 출신의 막스 모로라는 화가가 말년을 보냈던 집으로, 현재는 그 화가의 그림 및 생전에 사용했던 물건들을 전시해 놓은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을 알게 된 때는 마침 그라나다의 축제 기간. 그 기간 동안에는 문을 열지 않아 들르지 못하고, 여차저차 하다가 얼마 전 이곳을 방문하게 되었다.

파 란 하늘 만큼이나 상큼한 하늘색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래로 내려가는 몇개의 계단 아래 작은 아랍식 분수가 놓여져 있다. 그곳에 잠시 멈추어 앞으로 펼쳐진 그라나다의 전경과 집의 내부를 둘러본다. 왼편의 갤러리 앞에 하늘색의 예쁜 꽃나무에 꽃들이 일부러 해놓은 장식처럼 예쁘게 피어있고, 그 맞은 편에 그라나다를 상징하는 석류(Granada)나무에 고운 다홍색 석류꽃이 피어있고, 몇몇 꽃이 떨어진 꽃받침이 석류 열매가 되어 익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씌여져 있는 어느 시인의 유명한 말.

"No hay nada como la pena de ser ciego en Granada. / 그라나다의 장님 만큼 불행한 사람은 없다."

아마도 화가는 그라나다를 정말 사랑했던 사람인가보다.




왼쪽에 있는 갤러리부터 천천히 둘러본다.
막스 모로는 인물화를 주로 그리는 화가였던 것 같다. 갤러리 가득한 그의 사진보다 생동감 넘치는 인물화들을 보고 있자니, 한 사람 한 사람의 눈에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렴풋이 느껴지는 것도 같다. 사람을 꿰뚫어보는 화가의 눈은 날카롭다. 입가에 살짝 띈 비소, 그 한 줄도 놓치지 않는다. 화가 자신이 그린 자신의 자화상은 많이 지쳐 보이는 모습이다.



갤러리를 둘러보고 나와 왼편에 있는 계단으로 올라가면 작은 옥상 같은 공간이 있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알람브라와 그라나다가 또 예술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눈이 가는 건 앞집의 다른 까르멘에 사는 아저씨가 마당 청소를 하는 모습이다. 더운 여름을 맞이해 깨끗하게 마당 청소를 하시는 듯, 소매를 걷어 올리고 시원한 물줄기를 마당 가득히 뿌리신다. 눈이 마주치면 인사를 하려고 계속 바라보았지만, 일을 하는 데 여념이 없어셔서 체념한다.


알바이신을 바라보는 방법중에 가장 많은 사람에게 해당되는 것은 역시 알람브라에서 바라보는 것. 그리고 그 다음으로 많은 사람에게 해당되는 것은 알바이신의 길을 걸으며 길 위에서 알바이신을 바라보는 것. 하지만 알바이신 까르멘의 높디 높은 담벼락과 외부에 닫혀있는 알바이신 주택들의 특징 상 아름다운 내부를 들여다 보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알바이신을 바라보는 방법은 바로 알바이신의 저택 안에서 알바이신을 바라보는 것.
몇백년 된 어느 까르멘의 파티오 안에서 바라보는 알바이신, 어느 화가의 저택 안에서 바라보는 주변의 알바이신 주택의 모습들, 어느 오래된 저택의 테라자에서 바라보는 알바이신의 모습들. 그렇게 바라보는 알바이신에는 외부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안마당의 모습과, 테라자를 즐기는 알바이신 사람들의 모습을 좀 더 가까이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알바이신의 저택 안, 이런 테라자에서 다른 알바이신의 주택을 바라보는 게 참 좋다.


테라자를 내려와 계단을 내려가면 화가가 살았던 집이 장식품들까지 그대로 전시되어 있다. 동양의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화가의 거실에는 일본, 태국 등지의 동양적 매력이 물씬 풍기는 예술품들이 가득 전시되어 있다. 안내해 주는 아저씨가 이곳에 너희들 나라의 물건도 있다고 하셔서 찾아봤지만, 아무래도 일본으로 착각을 하신 것 같다. 아쉽게도 우리나라 물건은 없었다. 하지만 그라나다의 알바이신 한 가운데 이렇게 많은 동양 예술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니. 반갑기도 하다. 



화가의 집 아래층은 화가이자 음악가였던 화가의 아버지의 미술작품과 악보들이 전시되어 있고, 근사한 피아노도 한 대 놓여 있다.
나는 화가 막스 모로의 그림 보다는 그의 아버지였던 헨리 모로의 그림이 더 마음에 든다.
어느 여인의 누드를 스케치 한 작품을 보고 있자니, 마치 영화 타이타닉에서 잭이 로즈를 그리던 그 모습이 생각난다.
그 장면에서 느껴졌던 붉고 따스한 부드러운 느낌. 그런 부드러운 선이 담겨진 헨리 모로의 스케치가 참 마음에 든다.

친구들과도 모여 음악을 연주하던 공간인 듯, 벽 한 켠에 아까의 자화상과는 전혀 다른 즐거운 표정의 화가 막스 모로의 사진이 걸려 있다.
참 기분이 좋아지는 사진이었다. 사진 속의 그 사람이 얼마나 즐거운지 그대로 이야기해주고 있다. 



화가는 이곳에서 그의 부인과 살았다고 한다.
몇십년을 살았지만 한 시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고 한다.
부인이 먼저 죽고 화가가 1년 정도 뒤에 죽었던가. 아니면 그 반대였던가.
둘이 함께 찍은 사진 속, 마당에 익어가는 석류열매 처럼 나란히 늙어가는 화가 부부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

화가의 이 집은, 화가가 그리도 사랑했던 그의 부인과 함께한 아름다운 시간들이 담겨진 오르골 상자 같다.



음악실을 나와 돌아 아래로 내려가니, 숨겨져 있던 비밀 정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식물들을 엄청 많이 가꾸어 놓은 것도 아니고 아주아주 큰 것도 아니었지만, 그곳은 시원한 나무 그들로 덮여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고,
하얀 벤치에 앉아 아마도 화가가 쓰다듬어 주었던 어느 고양이의 후손일 것 같은 여러 마리의 검은 고양이들을 바라보며 귀를 기울이면,
언젠가 화가와 그의 아내가 함께 부르던 아름다운 그들의 노래가 들려오는 것 같다. 



친절한 가이드 아저씨와 인사를 하며 석류나무 아래에 시들어 떨어진 몇 개의 석류 꽃이 색깔이 예뻐 주워서 나와 하늘색의 대문에 살짝 걸쳐둔다.

이곳은 이 붉은 석류꽃처럼 아름다운 사랑을 했던 어느 화가와 그의 부인이 살았던 집이에요.
그들이 영글어 놓은 석류(Granada) 열매가 궁금하지 않나요.

라는 메세지를 담아서. ^^



Los Momentos de Casa Museo de Max More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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