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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나다의 잊지 못할 인연! ^^

Granada days/Encanto

by priim 2013. 7. 28.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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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착하고 순해보이는 그들과의 첫만남은

그라나다의 트리운포 광장을 트리운포 공원으로 헷갈린 그들의 실수에서 시작되었다.
여름이 시작되는 날씨는 해가 질 녘이라도 이미 더울 만큼 더웠지만,

만나기 전부터 인상이 참 좋았던 사람들이라 기대되는 마음이 훨씬 더 컸다.

살아가면서 사람들은 다양한 여행을 한다.
배낭여행도 하고, 국토 순례 여행도 하고, 신혼 여행도 하며, 효도 관광도 한다.
그들이 떠나온 여행은 그 중에서도 가장 달콤하다는 신혼여행.
결혼을 하고 스페인으로 훌훌 떠나온 그들의 신혼 여행이 참 부럽기도 했지만,
그 보다도 둘 다 너무 선하고 잘 어울리는 선남 선녀 들이라 참 잘 어울린다는 느낌에 기분이 좋았다.

초등학교 때 같은 학교 였다가 잠깐 헤어지고 고등학생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는 그들의 러브 스토리는
이후 만나는 누구에게나 이야기해줄 때마다 어머어머..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로맨틱 한 스토리 였고,
그들에게 보여줄 황금빛으로 물들어갈 알바이신과 그라나다의 아름다운 배경과 기가막히게 잘 어울리는 한 폭의 그림 이었다.
길고 긴 그들의 러브 스토리의 가장 행복한 시간들의 시작점에서
그 배경이 되어줄 곳으로 그라나다는 부족함이 없는 도시였다.

그라나다에는 내가 참 좋아하는 미라도르, 즉 전망대가 있다.
아니, 그라나다에 있는 전망대 중에 내가 좋아하지 않는 전망대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관하지만
그 중에서도 해가 질 녘에 찾아가면 그림같은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미라도르 데 산 미겔 알토.
주섬주섬 챙겨간 체리를 먹고 씨를 톡톡 뱉어내며 참 착한 그 신혼부부에게 그들만의 시간을 내어주면서
군청색으로 물들어가는 알람브라와 그라나다를 배경으로 무슨 이야기인지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는 그들의 뒷모습이
참 아름다워 보인다.
그라나다는 꼭 꼭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와야하는 도시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 현명한 이들은 이미 그것을 이루었으니, 그들은 내가 그들을 참 부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그라나다의 오래된 돌 길을 밟으며 어두워지는 하늘 아래 별들을 바라보며 꼭 알고 가야 한다.

그들과 함께했던 시간 동안, 사크로 몬테의 어느 마을을 지나갔다.
그곳을 지나가다 보면, 어느 식수대 옆에 '나는 당신의 입술에 더 가까이 가기 위해 이곳에서 샘물이 되겠소' 라는 어구가 쓰여져 있다.
그 말이 로맨틱하다며 그곳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근처의 계단에 모로코의 전통 의상을 입었지만 모로코인 같지는 않아 보이는,
한 히피 청년이 휘파람을 불며 앉아 있다.
그에게 잠시 우리와 사진을 찍어줄 수 있겠냐며 양해를 구하니
무념 무상의 눈길로 ok 하며 사진을 함께 찍어준다.
그라시아스! 를 외치며 계단을 걸어가는 우리의 한참 뒤쪽에 여전히 그 담벼락에 앉아 옛 사크로몬테의 다로강을 내려다 보며
모로코 전통 의상을 입고 휘파람을 부는 그 청년의 휘파람 소리가 들려온다.
지금 이 순간 그의 영혼을 가득 채우고 있을 그 휘파람 소리에 잠시 귀를 기울여 본다.

당신의 휘파람 소리는 우리 세사람에게 감동을 안겨 주었어요. 그러니 그런 텅빈 눈빛을 하지는 마세요.
라고 텔레파시를 전하며.

사크로몬테에는 새벽 1시에 문을 여는 타블라오 플라멩코 바가 있다.
새벽 1시에 문을 연다니, 장사를 할 마음이 있는거야 없는거야. 라고 하겠지만.
사실 그 바를 운영하는 안토니오 아저씨의 아들은 스페인 최고의 기타리스타이기 때문에,
장사를 하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크게 지장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아 보이긴 한다.
어제도 그곳에 가려고 12시 쯤에 왔었다가 결국 사람들이 안 와서 돌아서야 했었는데,
오늘은 우리가 천천히 둘러보아서인지, 마침 새벽 1시 쯤에 안토니오 아저씨의 플라멩코 바, Buleria 를 지나가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 아저씨의 친구 한 명과 아저씨 아들의 친구 한 명이 있어서, 그들과 우리 셋 이렇게 작은 동굴에 들어가서
그야말로 자유로운 플라멩코 쇼가 시작되었다!

그들이 신혼부부라는 말에 집시들은 결혼을 하면 자식을 9명은 낳아야 한다던가. 그리고 100년 동안 행복하게 살라며..
행운을 덥석 덥석 아낌없이 퍼부어 주던 안토니오 아저씨. ㅋㅋㅋ
그리고 한참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하시다가, 우리보고 가운데로 나가서 춤을 추라고 하시네.
우리는 플라멩코 춤을 출 줄 모른다고 하니, 그냥 네가 추고 싶은 대로 추면 그게 플라멩코라고 하신다.
별 수 없이 우리는 죽을 때 까지 서로만의 비밀로 간직하기로 약속한 막춤을 추며 ㅋㅋㅋ 나름 자기만족의 플라멩코 세계를 얼핏 느끼며
불레리아 에서의 새벽을 즐겼다!!!!
신혼부부의 귀여운 플라멩코 댄스를 잊을 수가 없다! ^^ 하지만 어땠었는지는 우리끼리의 비밀! ㅎㅎㅎ

안토니오 아저씨의 친구와 안토니오 아저씨의 아들의 친구가 자꾸 끈적끈적한 멘트를 날려서 받아 치느라 좀 애를 먹긴 했지만,
직접 나의 사크로몬테 아빠를 자처하시며 보호해주셨던 안토니오 아저씨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

물론, 원래는 음료 값 하나만 내면 되는 거였지만,
중간에 너희가 위스키를 한잔씩 사지 않으면 공연을 하지 않겠다고 안토니오 아저씨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으름장을 놓는 바람에,
조금 바가지를 쓰긴 했지만,
불레리아에서의 공연 덕에 그 귀여운 신혼부부의 기분이 그라나다의 아름다운 보름달 만큼이나 좋아졌던 걸 생각하면,
또, 누가 집시들의 동굴에서 집시와 어울려 막춤을 플라멩코라 우기며 춤을 추어 보겠는가 하는 걸 생각해 보면,
아까운 바가지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ㅋㅋㅋ ^^

다음 날, 그들이 고맙다고 식사를 사겠다고 해서 다시 만났는데,
음식이 너무 짜서 좀 미안했었던 기억이 있다.
나는 학생으로 와 있기 때문에 사실 식당에서 정식 메뉴를 시키는 일이 거의 없다.
더더군다나 그라나다는 타파가 무료인 도시이기 때문에, 음료 몇잔만 주문하면 나오는 타파 두 세 접시로 배는 충분이 부르니까.
하지만 앞으로는 이곳을 오는 사람들을 위해서, 맛있는 음식 정도는 찾아놓는 게 좋을 것 같다.


잠이 잘 오지 않는 새벽에 카카오 스토리로 신혼부부 중 미소가 참 예쁘던 신부가 올린 그라나다의 사진이 올라왔다.
그래서 문득 그 날이 생각 나서 잊기 전에 써본다.

인연이라는 것이 참 재미있다.
아주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도 다시 만나고 싶은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잠시 스치는 인연 이었는데도,
꼭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도 있다.

둘 다 부산이 고향이라던 그 귀여운 신혼부부와는 언젠가 부산의 유명한 분식집 다릿집에서

꼭 오징어 튀김과 떡볶이를 사이에 두고 만나고 싶다.
그리고 그때 동굴에서 서로의 플라멩코 댄스가 얼마나 멋졌는지

엄지손가락을 치켜 들면서 마구마구 칭찬을 해줘야지. 히히. ^^




+ 안토니오 아저씨의 아들의 친구가 자꾸 농담을 하니 안토니오 아저씨가 한국말로 Loco 가 뭐냐고 물어보신다.

그래서 미친놈 이라고 한다고 말씀드렸더니, 그야말로 리얼하게 "미친놈~" 이라고 하셔서 한참을 웃었는데,

그 아들 친구가 그러면 안토니오 아저씨는 뭐냐고 물어보니, 자신을 가르키면서 "미친노모스~" 라고 하신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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