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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나다 7일 장, Mercadillo de Almanjáyar

Granada days/Yammi

by priim 2013. 4. 10.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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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나다에서 먹거리를 사려면 어디로 갈까?

단기 여행자든, 장기 여행자든..
어느 곳이든 머물게 되면 어디서 잘 것인가와 더불어 제일 먼저 확인해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어디서 먹을 것인가. 무엇을 먹을 것인가 아닐까?

그라나다에 먹을 거리라면 단연 Tapas 를 꼽을 수 있지만,
그건 일단 먹거리 보다는 즐길거리에 가까우므로 뒤로 미루고,
오늘은 그라나다의 7일 장을 소개해볼까 한다.

첫 날 도착해서 어디서 쌀을 사야할지도 몰라서,
무작정 호스텔 옆에 있는 건강식품 파는 작은 가게에서 비싸고 맛없는 쌀을 구입하고나서, ^^;
아무래도 먹을것에 대한 정보를 얻어야 겠다는 생각에, 이리저리 물어 보았다.

카테드랄 옆에 위치한 San Augustin 시장은 각종 하몽과 고기류, 어류, 채소류 등을 한 곳에서 파는 곳이지만,
실상은 대형슈퍼보다 다소 비싸다는 맹점이 있다.
생긴 건 꼭 우리네 재래시장 처럼 생겼기 때문에, 더 쌀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맹점.
하지만 대신 맛있다. 내 친구는 그라나다에 오면 하몽은 꼭 이 시장에서만 사간다.
또, 이곳은 3시 까지만 영업을 하고, 문을 닫아버린다는 것이 불편한 점.
씨에스타가 지나도 닫힌 문은 열리지 않는다.

또 흔히 만날 수 있는 소형 국민슈퍼(일까, 아니면 안달루시아에만 있는건가?) Coviran 과 대형 국민슈퍼 Mercadona.
코비란은 시내 중심가, 엘비라 거리, 알바이신 중간 중간 어디든 눈에 띈다.
말 그대로 소형 슈퍼 체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메르카도나는 뭐 이마트 처럼 큰 대형 마켓이다.
아, 그리고 여기는 대형 마켓도 씨에스타는 꼭 지킨다. ^.~

여튼 이 외에도 고기가 엄청 싼 Dani 라던가, 프랑스 슈퍼 까르푸, 등등..
흔히 볼 수 있는 슈퍼들이 그라나다에도 많이 있지만.

사실 이런 슈퍼들은, 파는 내용물들이 좀 다르다는 것만 빼면
대한민국 대도시나 중소도시에 가도 흔히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이보다 좀 더 이 지역의 색이 묻어나는 시장을 보고싶다, 한다면
일요일에 열리는 7일 장 메르까디요를 추천하고 싶다.  

 

 


 

구수한 안달루시아의 인심이 묻어나는 곳, Mercadillo de Almanjáyar 


말 그대로 우리네 재래시장과 비슷한 이들의 7일장은,
그라나다 주변 곳곳의 사람들이 캠핑용 차에 여러가지 물건을 싣고 와서
광장.. 이라기엔 좀 큰 어느 공터에 자리를 펴고 장사를 하는 것이다.

우리 5일장과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 장이 열리는 곳은 상설시장도 있어서 닭집, 국밥집 등 쉬면서 먹을 게 많이 있는데,
여기 그라나다 7일장이 열리는 곳은 평소에는 그냥 공터, 광장 뭐 그런 곳이라서
상설시장이 없고, 있어봐야 길 건너에 까페 몇군데? 라서
시장 한가운데에서 걸쭉하게 그들의 음식을 맛볼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게 좀 아쉬운 점이다.

하지만, 일단 그라나다의 7일장 Mercadillo 에 발을 내딛으면!
그 역동적임과 구수함, 그 에너지에 나도 모르게 눈이 돌아가고,
저절로 손이 가고, 없던 입맛도 돌게되는 걸 느낄 수 있다.  

 





 


"단돈 1유로에요! 1유로! 먹어 보세요! 먹어봐!"
"뚱뚱~한 오렌지 싸게 사가세요! 어제 밭에서 딴 싱싱한 가지도 있어요!"

이마의 주름살을 꼭 세계지도처럼 잔뜩 찌푸리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안 그래도 큰 목소리를 목청껏 일요일의 파란 하늘에 대고 내지르는 채소파는 아저씨에 절로 웃음이 나고,
색색깔이 고운 자태로 살살 어린 아이들을 유혹하는 수많은 젤리와 사탕의 자판대 위에서는
꼭 동화 속 세계에 온 것 같은 느낌에 기분이 좋아진다!

철지나 중고로 내놓는 옷들을 싸게 파는 중고 옷가게에는
어떻게든 그 속에서 예쁜 옷을 골라보려는 여자들로 늘 가득하고,
속이 훤히 비치는 망사 팬티를 색색깔이 찬란히 햇빛 아래 걸어놓은 속옷가게를 지날 때는
그 뒤에 태연하게 걸려있는 T팬티 때문에 어이가 없는데도 기분이 유쾌해진다.

누구의 노래인지 모를 cd, dvd 들과 태양 아래 필수품, 꼭 누군가는 사갈 썬글라스를 팔고 있는,
어디서 왔는지 모를 아프리카 청년들과 기분 좋게 눈인사를 나누고,
여기저기서 이거사세요 저거사세요 하는 목소리를 음악처럼 즐기며 한바퀴를 돌고 나면
꽤나 큰 시장의 규모에 일단 한번 숨을 돌릴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다시 뒤돌아 가면서, 눈여겨 보아 두었던 물건들을 사는 것이다. ^^

어릴 때는 엄마 따라 시장에 가면 값이 더 싸고 물건이 좋은 가게를 찾아 몇 바퀴나 돌고, 또 돌고 하는 게 너무 힘들었는데,
이제 이런 게 재미있어지니, 나도 그때의 엄마를 이해할 수 있는 만큼의 인생의 지혜가 쌓여가나보다. 

 

 


메르까디요에 가면, 오렌지도 있고, 가지도 있고, 올리브도 있고...

내가 Mercadillo 에 가서 주로 사는 것은 먹거리.
메르까디요에서 파는 먹거리라면 과일과 채소 이런 것들이다.
이런 것들은 농장에서 바로 따와서 파는 것이기 때문에,
값도 싸고 싱싱하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실한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기 때문에,
잘 비교하며 사야 한다.

이번에 갔을 때는, 여러가지 채소를 절임으로 해놓은, 올리브 절임 가게에 눈이 휙휙 돌아가길래,
그 가게들을 눈여겨 봐두었다.
요즘들어 올리브절임에 새로 맛을들여서,
메르카도나에서 파는 캔을 된, 올리브+양파+당근 졸임을 항상 사다가 먹고는 했는데,
올리브 절임은 집집마다 맛이 다르다고 들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마켓에서 파는 맛 보다는 장에서 파는 게 더 맛있을 것 같아서 먹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눈여겨 봐둔 올리브절임 가게 앞에 가서,
어떤 절임을 사먹어 볼까 고민 고민 하다가 고른 건 고추절임.
우리네 고추절임과 생긴게 똑같아서, 마침 고추절임 맛도 그립고 해서 1유로 어치만 조금 샀다. (정말 조금이긴 했다. ㅜㅜ)
내 옆에서 다음 순서를 기다리던 세뇨라께서 이거 정말 정말 맵다고 "피카 무초! 무초!" 이러면서 살짝 겁을 주셨지만, ㅎㅎㅎ
입에서 불도 뿜는;;; 은 아니고, 워낙 나는 또 한국인 아닌가. ㅋㅋㅋ
괜찮아요 괜찮아, 이렇게 웃으면서 그라시아스! 하며 쿨하게 샀다!

나중에 집에서 먹어보니 정말 완전 한국에서 먹던 바로 그 고추절임 맛!!!!!!!
정말 이 사람들 입맛에는 엄청 맵겠구나 싶은게,
내 입맛에는 딱 맞았다.

맛이 살짝 다른 것도 같은데,
좀 더 알싸하고 뒤끝이 깔끔하달까.
다음에 갈 때는 만드는 방법도 배워와야겠다. 요즘 내 밥도둑이다. 히히..^^ 

 

또, 시금치를 사야 해서, 야채가게에서 시금치를 사는데,

엄청 싼 가격에 꽤 많은 양의 시금치를 담아주며,  

인상좋은 아저씨 말씀,  

"아가씨, 이거 어제 오후에 밭에서 바로 딴거야!"

"오늘 오후요??? +0+"

"아니, 이 사람아 어제 오후! 오늘 오후에는 지금 내가 여기 있는데 어떻게 따나! 하하하하.." 

ㅋㅋㅋ 


중고 옷가게에는 아주 좋은 옷들은 아니지만 잘 찾아보면 꽤 괜찮은 옷도 많은 편이어서,
여행 중 옷이 부족하다던가 ㅋㅋ 이럴 때 싼 값에, 여러벌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왠만하면 하나에 1유로, 2유로 하니까 잘만 고르면 땡잡는 거다. ^^
나도, 그라나다에 처음 와서 메르카디요에서 5유로 주고 산 부츠? 장화? 여튼 그걸 지금까지 잘 신고 있다. 에헴! 

 

 


신나게 장보기 한 판 후 즐기는 일요일 오후의 꿀맛같은 타파!

이렇게 시장을 한바퀴 쭈욱 돌고 살것도 다 사고 나면 살짝 배가 고프다.
여기가 무학시장 이었으면 순대골목에서 순대국밥이라도 한그릇 뚝딱 하는건데,
여기는 그라나다니까, 길 건너 까페의 야외 테이블에 앉아 모스토(알콜이 들어있지 않은 와인)를 한 잔 주문한다.
그러면 여기는 그라나다니까, 공짜 타파가 나온다.
한끼 식사 정도는 아니라도, 요기는 충분히 채울 수 있는 착한 공짜 타파. ^-^

그렇게 타파로 나온 따끈한 빠에야를 먹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라나다의 메르까디요는,
스페인에서 가장 유명한 메르까디요도 아니고,
그렇다고 엄청 멋있거나 큰 메르까디요도 아니다.

하지만 매주 일요일 오후 2시까지 열리는 이 메르까디요에 가면,
이곳 사람들의 삶이 있고, 그 속에 한데 섞여 함께 웃으며 그들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메르까디요를 좋아한다.
비록 일요일은 늘 늦게까지 자기 때문에 자주 가지는 못했지만. ㅋㅋㅋ 

 


그라나다의 메르까디요에 가려면!

그라나다의 메르까디요에 가려면,
Granvia 에서 카테드랄 반대편에서 1번 혹은 3번 버스를 타고가면 된다. (아래 지도에 위치 참조)

내리는 위치는 한참 가다 보면 길거리에 북적북적하게 캠핑카들이 즐비한 곳이 나타나는데, 거기서 내리거나,
잘 모르겠으면, 운전사 아저씨한테 메르까디요(Mercadillo)에서 내려야 하는 데
내릴 곳을 알려달라고 말하면 친절하게 알려줄 것이다.

일요일마다 열리고, 아침 9시 쯤 부터 시작해서 오후 2시에 파장한다.

이곳 이외에도 토요일에 알바이신의 플라자 라르가에서 열리는 작은 메르까디요도 있고
그라나다 이외에도 다른 지역에도 메르까디요가 있다.
말 그대로 우리네의 5일장과 비슷한 문화인 것이다.

그라나다에 와서,
알함브라, 알바이신 그리고 타파만 즐기기에도 벅찬 짧은 일정이라면 좀 힘들겠지만,
나처럼 장기 거주를 할 예정이라거나, 혹은 1주일 이상 머물 예정이라면,
안달루시아의 인심이 그대로 묻어나는 이 즐거운 시장에
한 번 들러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그라나다의 메르까디요, Mercadillo de Almanjáyar 의 정보 및 위치 :
http://www.mercadillosemanal.com/en.granada/mercadillo-de-almanjayar#


+ 다른 지역의 메르까디요에 가보고 싶으면 이 사이트를 참조하면 좋을 듯 하다.
http://www.mercadillosemanal.com/  

 

 

글과 사진의 저작권은 저에게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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