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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teria, 알람브라의 향기...

Granada days/Encanto

by priim 2014. 4. 13.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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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나다, 이 도시를 아름답게 만드는 데는 여러가지 요소가 있다.


두 말할 것도 없이 아름다운 알람브라와 알바이신, 그리고 시에라 네바다가 주는 시각적인 즐거움.

길거리 어디에나 쉽게 볼 수 있는, 음악을 사랑하는 거리 예술가들의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주는 청각적 즐거움.

안달루시아의 뜨거운 햇살과 시에라 네바다의 선선한 산바람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하모니 속, 촉각적 즐거움.

시원한 마실거리와 더불어 나오는 공짜 타파의 다양한 메뉴들로 혀를 즐겁게 하는 미각적 즐거움.


그리고 마지막.. 이 모든 즐거움을 완성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

바로, 거리의 차를 파는 자판대와 소위 말하는 '찻집' 테테리아에서 풍겨오는 

향긋한 그라나다 만의 차 향이 건내주는, 후각적 즐거움. 


길을 걷는 이에게, 혹은 창가에 기대어 거리를 바라보는 이에게..

'즐거워져라, 행복해져라..' 라고 주문을 거는 것만 같은,

그라나다의 향긋하고 달콤한 테테리아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그라나다에 차 문화가 발달하게 된 데는, 

이곳이 알안달루스 시절, 스페인 남부를 무어인들이 지배하던 시절의 마지막 수도이기 때문이며,

그들의 위대한 유산인 알람브라가 남아있는 곳이기 때문인 이유가 크다. 


모로코 등지의 무어인들의 나라는 지금도 향신료와 차 문화가 굉장히 발달해 있다. 

모로코에 갔을 때 놀랐던 것들 중 하나는, 

스페인에서 바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 처럼, 그곳에는 소위 말하는 찻집, 떼떼리아에 

동네 단골 식당처럼 사람들이 (남자들만) 가득가득 모여서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무슬림 문화권이라 아마도 알콜이 금지되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그곳에서 마셨던 달짝지근한 모로칸 민트티는 아직도 모로코를 추억하면 떠오르는

강렬한 혀 끝의 느낌으로 내 기억 속에 남아있다. 


특히 그라나다에는, 모로코에서 온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 

안달루시아의 많은 도시들에 모로코에서 온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지만,

그들의 문화 또한 그라나다 만큼 유지되고, 어우러진 곳은 없으리라 본다. 


알람브라는 그들의 선대가 지었던 궁전이고, 

알바이신 또한 그들의 선대가 살았던 거주지 이며,

이 모든 것이 이 도시의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자긍심 또한 남다르다. 


모로코에서 온 사람들은 대부분 그라나다에서 장사를 한다. 

그리고 이 모로코 상인들은 굉장히 부지런해서, 

아침이면 제일 먼저 가게 문을 열고, 밤에 가장 늦게 가게 문을 닫는다. 

하지만 씨에스타 또한 지키며, 이곳의 문화를 존중하고 그것에 어우러지며 살아간다. 

그들은 선하다. 그리고 그들이 이곳에서 살아온 세월 또한 이미 그들의 인생에서 반 평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이곳에서 이미 이방인이 아니라, 그라나다 사람의 일부, 그 자체이다. 




알람브라에 심겨진 각종 나무들도, 몸에 좋은 허브 종류가 많다고 한다. 

레콩키스타 이후 스페인 사람들의 취향에 따라 몇개의 화려한 꽃나무들이 첨가해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알람브라에 가면, 제 철마다 각각의 고유의 향기를 풍기는 허브들이 가득하다. 

이곳을 건설했던 무어인들은, 향을 음미할 줄 알았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라나다의 향을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곳은, 아무래도 센트럴의 카테드랄 뒷 골목.

오래된 시내 중심가를 거닐다가 대성당의 뒷골목에 가게 되면, 

높은 카테드랄 건물의 넓다란 벽 아래, 그늘을 넓게 드리운 나무들의 꿀맛같은 그늘 아래로,

40도를 훌쩍 넘는 날씨에도 이곳만은, 그 건물들과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그늘 덕에 선선하다 느끼며 발걸음을 늦출 때 쯤,

어디선가 향긋하게 날아와 온 몸을 휘감는 향이 있다. 

향을 따라 시선을 내리면, 그곳에는 온갖 색색깔의 가지각색의 말린 차 잎들이 자판대 위에 나란히 나열되어 있고,

그 위에는, 가지각색의 로맨틱한 이름들이 그 향들에게 이 세계에서 불리어질 이름을 부여해 준다.


뜨거운 안달루시아의 햇살 덕에, 더 달콤하게 느껴지는 카테드랄의 그늘 아래,

족히 5미터는 될 듯한 넓은 자판대 위의 수많은 말린 차 잎들을 보며 그 이름들을 읽어보면,

그냥 보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황홀해지며, 그곳에 마냥 서성이며 차 잎의 향을 맡다가,

따땃한 물에 차잎을 담가, 달짝지근한 설탕을 넣고 한 모금 마셔보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그냥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행복하리라.


그라나다의 곳곳에 숨어있는, 여행자의 걷는 속도를 늦추는 비밀 장치 중 하나,

바로 이 향기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사진의 출처는 이곳 입니다)


Calle caldereria nueva, 소위 '떼떼리아의 거리' 라고 불리우는 이 길에는,

내 친절하고 선량한 모로코 친구들이 많이 살고 있다. 

어떤 이는 이곳을 그라나다의 마라케쉬라고도 하는데, 나는 그 의견에는 반대다.

적어도 이들은, 마라케쉬의 그들 보다는 훨씬 친절하니까. 


그랑비아에서 알바이신으로 오르는 수많은 길들 중 하나인 이 거리에는,

유난히 떼떼리아, Te, 즉 차, Teteria, 찻집, 무어인들의 전통 찻집이 많이 늘어서 있다. 

그라나다를 한 번이라도 찾았던 이라면, 이 수많은 떼떼리아가 주는 시각적 후각적 향연을 잊지 못할 것이다. 

마치 아라비안 나이트의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고대 아랍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도 들게하는 이 거리에는,

떼떼리아도 많고, 모로코식 빵집도 많이 있다. 

특히나 나는 이 모로코식 빵집에서 파는 까페 꼰 레체를 좋아하는데,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한 잔에 1 유로도 안 되는 가격으로 

쉬는 시간에 자주 이곳에 와서 까페 꼰 레체를 마셨던 기억이 난다. 


이곳에서 까페 꼰 레체를 사서 조금 더 발품을 팔아 5분 정도 거리를 올라가서 골목으로 들어가면,

일반인들은 잘 들어오지 않는 비밀스러운 나만의 미라도르가 있었다. 

그곳에서는 산 니콜라스 전망대 못지않게 아름다운 알람브라가 한눈에 보이고,

아름다운 작은 알베르게도 광장의 가운데에 있으며,

간혹 히피들 혹은 집시들, 또는 에라스무스 대학생들이 그곳에서 기타 연주를 하기도 하는

고요한 나만의 공간 이었다. 


여하튼, 그곳의 까페 꼰 레체를 나는 참 좋아했다.

하지만 이 거리의 주인공은 뭐니뭐니해도 까페 꼰 레체 보다는 Te, 차 이다. 




언젠가 마음이 정말 잘 통하는 친구들과 5월을 지난 적이 있다. 

독일에서 온 친구 두명, 영국에서 온 친구 한명, 그리고 일본친구 한명, 등등..

그 친구들과 이 거리의 떼떼리아를 처음 갔던 기억이 난다. 


늘 지나다니면서 신비로운 인테리어를 곁눈질로 구경만 했지,

들어가서 차를 마신 적은 없었는데,

그날은 누군가의 생일 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가 떠나는 날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여하튼 그래서 처음 떼떼리아를 가게 되었다.


떼떼리아의 차 가격은, 그라나다의 바에서 파는 맥주 가격 보다는 비싼 편이다. 

그래도 많이 비싸지는 않다. 그런데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ㅋㅋㅋ.. 

여하튼, 차를 주문하는데, 잘 모를 때는 Te Marroqui, 즉 모로칸 민트티를 주문하면 괜찮다.

뭐 이건 내 개인적인 취향 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다양한 차가 있는데, 아... 이름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여하튼, 차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밀크쉐이크 같은 것도 팔고 있으며, 

달짝지근한 크레페도 파는데, 이런 쉐이크 종류도 굉장히 화려하고 예쁘게 나오니까 단걸 좋아한다면 추천한다. 


민트티가 워낙 인기있는 도시라 그런지, 그라나다의 바에서는 다른 도시에는 없는 음료 하나가 더 있다. 

그것은 Limonada!!!!! 

어떻게 만드는지 잘은 모르겠는데.. 

레몬향이 나는 탄산에다가, 론을 섞고, Hierbabuena, 즉 박하 잎을 섞어서 먹으면 되는것 같은데..

진짜 시원하고 맛있다!!!!!! 그라나다에 가면 Tinto de Verano 와 함께 꼭 마셔보길 추천!


여튼간에.. 떼떼리아에서 차를 주문하면,

한참을 기다려서, 각자 한개씩 소주잔보다 조금 길다란 잔 하나씩과,

알리바바에 나오는 요술램프를 축소시켜 놓은 듯한 작은 램프 하나씩을 나눠준다!

그리고 그 안에는 뜨거운 차가 우러나고 있으므로, 손 조심. ^^


뜨뜻하고 향기로운 차를 홀짝 하고 한모금 마시면, 

마음이 진정되면서, 점점 이 이국적인 무어인의 마을에 있는 신비로운 떼떼리아의 세계로 

동화가 되어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때쯤, 친구들과 물담배, 이곳에서 부르는 말로는 Cachimba 를 주문했다.

다른 도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파는 물담배는 니코틴 성분이 전혀 없다. 

스페인은 레스토랑 내에서 흡연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니코틴 성분이 들어있다면 팔 수도 없고,

물담배에 피우는 것은 말 그대로 아로마, 우리는 사과와 민트를 섞은 아로마를 주문했다. 


향이 들어있는 아로마를 들이마시고 내뿜는 것 뿐이지만,

이게 또 꽤나 재미있다! ^^

돌아가면서 한모금씩 물담배를 빨고, 서로의 표정을 보는 것 도 재미있고,

더군다나 여기 유럽 친구들은 이런 물담배를 꽤나 좋아하는데, 판매 자체가 불법인 곳이 많아서,

그라나다에 오면 꼭 물담배를 하러 가는 친구들도 있다. 


여튼, 사과맛, 민트맛이 나는 아로마를 한 모금 빨고 내뿜고...

이러다 보면, 어느 새 우리는 떼떼리아의 세계로 초대되어 있다. ^^




그라나다의 떼떼리아에 가야 하는 이유가, 비단 맛있는 차와, 물담배 때문만은 아니다. 

떼떼리아의 거리에 밀집해 있는 떼떼리아 말고도, 알바이신 곳곳에는 많은 떼떼리아들이 자리잡고 있는데,

이러한 떼떼리아에서 차를 마시며, 알바이신을, 그리고 알람브라를 즐기는 것이야말로,

바로 100%의 완벽한 그라나다를 즐기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차는 자고로 향을 음미하면서 마시는 것이다. 

향을 음미하며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그렇기 때문에 떼떼리아들은 보통 판타스틱!!!! 한 미라도르 급의 뷰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어느 떼떼리아의 경우는, 전혀 겉으로는 그래 보이지 않는데,

안으로 들어가면 수백년은 된 듯한 엔틱하고 아름다운 인테리어와 함께,

알람브라를 코앞에서 감상할 수 있는 아름다운 테라자가 있어서,

그야말로... 그야말로.... 전설 속의 누군가 처럼 차를 마실 수 있는 곳도 있다!!!!!!!


또 어떤 떼떼리아의 경우는, 계단을 꽤 올라가야 함에도 불구, 

겉으로는 일반 알바이신의 건물과 다를 바가 없는데, (물론 일반 알바이신의 건물도 아름답다! ^^)

안에 들어가면... 넓게 엘비라 산맥 쪽으로 펼쳐진 그라나다의 해질 무렵의 뷰가 기가 막히게 펼쳐진 테라자가 있어서..

일찍 가지 않으면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 


아.... 그 풍경은 정말이지, 차 맛을 잊게 할 만큼 아름답다!!!!!!!!!!


떼떼리아 거리의 떼떼리아에서 지나가는 사람들과 엔틱한 거리의 풍경을 즐기며 차를 마시는 것도 좋고!!!! 물론 좋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군데 군데 숨어있는 비밀스런 최고의 뷰를 가진 떼떼리아를 이따금 찾아가서 

환상적인 알람브라 혹은 알바이신의 뷰와 함께 차를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떼떼리아의 차 속에는 

무어인들이 수백년 동안 음미해 온 그들만의 향이 있으며,

그 고유의 향은 그 무엇보다도 이곳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알바이신을

그때 그 시대의 그들의 이야기 속 가장 아름답던 그 모습으로 돌아가도록 해준다.


마지막으로, 그 향과, 그 뒤에 숨겨진 무어인들의 이야기 만큼이나 매력적인,

그라나다 거리의 차 자판대 위의 수많은 차의 이름들을 소개하며, 이만 떼떼리아의 소개 글을 마칠까 한다.



Té Aromas del Generalife

헤네랄리페의 아로마

Té Atardecer en Marrakech

마라케쉬의 일몰

Té Brisas de Oriente

동방의 바람

Té Capricho Andaluz

안달루시아의 변덕

Té Cuentos de la Alhambra

알람브라의 이야기

Té Egipcio "Faro de Alejandría"

이집트 '알레한드리아의 등대'

Té Embrujo Morisco

무어인의 매혹

Té Encantos de Granada

그라나다의 매력

Té Esplendor de Al-Andalus

알안달루스의 찬란함

Té Mil y Una Noches

아라비안 나이트 (천일야화)

Té Nazarí

나자리

Té Taj Mahal

타지마할

Té Canela de Madagascar

마다가스카르의 계피

Té Amor Brujo

마술사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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