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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 de San Jordi en BCN

Barcelona days/Encanto

by priim 2014. 4. 24.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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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마나 산타가 지났다.

긴 세마나 산타의 연휴동안 여행을 간 친구도 많이 있었지만,

나는 바르셀로나에 남아 과제를 하기로 했었다.

그리고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 읽고 쓰고 읽고 쓰고 하다가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가슴아픈 사건을 접하게 되었다.


어른의 한 사람으로써 너무 마음이 아프고 미안했다.

어른이 되면 뭐든 마음대로 하고 나쁜건 바로 고치고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어느 새 어른이 되어 있었고, 내가 그 시절 어른들에게 들이댔던 그 잣대의 어느 하나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힘없는 어른이 되어 있었다. 


시대를 살아가는 누구나 그 사회에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회 구성원 으로써, 이런 비극적인 일이 벌어진 나라의 어른으로써, 

요 며칠간은 다른 모든 어른들처럼 많이 힘들었다. 마음이 아픈것도 그렇지만, 그것보다 더 큰 책임감과 미안함 때문에.


그리고 오늘은 세마나 산타가 끝나고 첫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바르셀로나의 4월 23일은 조금 특별한 날이다. 

먼저 전 스페인, 아니 아마도 국제적으로 4월 23일은 책의 날이다. 

돈키호테의 저자인 세르반테스와 리어왕, 햄릿 등의 셰익스피어가 4월 23일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래서 해마다 이 날이 되면 그라나다에서도 책을 파는 가판대들이 길가에 늘어서 있었고,

꽤 많은 중고책들이 나와 있어 책 구경을 하기도 했었다. 

이 책을 서로에게 선물하는 날이라고 한다.


(저녁 8시 반, 수업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 아직도 거리에 드문 드문 남아있는 꽃 가판대)


바르셀로나의 4월 23일에는 책과 함께 또 하나를 주고 받는다. 바로 장미꽃.

자세히는 모르지만, 얼핏 듣기로 이 지역 카탈루냐에 전해내려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사람들을 괴롭히는 괴물이 있었는데 (아마도 용 이었던 것 같다) 정의의 용사가 나타나서 (아마도 그 사람이 산 조르디) 

그 괴물을 무찔렀고, 그 괴물이 흘린 피에서 장미꽃이 피어났다고 한다.

그래서 그 날을 축하하기 위해 매 해마다 이 날이 되면 장미꽃과 책을 서로 주고 받는다고 한다.

여기 사람들은 우리네가 발렌타인 데이와 화이트데이에 연인끼리 선물 주고받듯이, 

연인끼리 선물을 주고받는 날이 바로 산 조르디의 날 인 듯 하다.


날씨는 눈이 부시게도 좋았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는데,

예전에는 없던 꽃가루 알레르기가 생겼는지 

여기저기 길가에 수많은 꽃들을 지나가며 자꾸 재채기가 난다.

꽃을 줄 사람도 받을 사람도 없지만, 이런 학생들을 가엾이 여긴 우리 교수님께서,

책도 꽃도 받지 못한 사람들은 책 한권씩 가져가라며 자비롭게도 책을 나눠주셨다.

그래서 적어도 책도 꽃도 받지 못한 사람의 처지는 면하게 되었다.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교수님!)


(교수님께서 꽃도 못 받고, 책도 못 받은 사람들에게(ㅜ.ㅜ) 가져가라며 나눠주신 책 중에 한 권, 

그래도 시가로 10유로 이상 하는 책이라 만족! 감사합니다 교수님._ _)


어쨌든 힘을 내서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이 사회에 어른으로써 해야 할 일들을 잘 해낼 수 있도록

더욱 더 열심히 보고, 배우고, 참여하고, 바꾸고, 그렇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책임감과 미안함으로 아픈 마음은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2014년 산 조르디의 날, 꽃 대신 얻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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